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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섭씨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한다.
 
연예인이라고 정치인의 지지선언을 하거나, 선거운동을 할 권리가 제약되어서는 안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문제가 된다.
 
근본적으로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팔아서 먹고 사는 직업인들이다. 그 이미지를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훌륭하지만, 국민을 호도할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하기사, 정치인들이라면 누구나 그 이미지를 가지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으니 연예인만 특히 더 나무랄 수가 없기도 하다.
 
백일섭씨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가 한나라당사에서 벌어진 "이회창 출마 규탄대회"에서 이회창후보에게 "밤거리 다니지 마라, 뒤지게 맞는다" 라는 식의 폭언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거때만 되면 연예인들을 들러리 세우는 후보들이 등장하고, 연예인들은 그걸 또 제철장사로 생각해서 따라다니고 하는 일이 흔하지만, 저 정도 폭언을 해서 기사에 등장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과연 어떤 얘기를 했나 찾아봤다.
 
물론 못 찾았다. 폭언을 한 대사 전체를 녹음해 놓거나, 녹취해 놓은 자료를 검색하는데 실패했다.
 
대신 이런 글을 찾았다.
 
 
뭐 길기도 하지만 굳이 읽을만한 내용은 못된다. 다만 그 글을 읽다가 엉뚱한 곳에서 비위가 팍 상했고, 그래서 내 머리속의 생각은 방향을 틀어 버렸다.
 
일부를 인용하자면.
 
"그런데 한나라당 후보가 상전 위의 상전인 사교육을 절반으로 줄이는게 목표라니 얼마나 반갑습니까.
심청이 만난 심봉사처럼 이건 뭐, 눈이, 번~쩍, 떠지죠.

그나저나 실은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막 자식들 공부를 마쳤는데,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그거 대느라 저도 몇 프로그램 따블로 뛰느라 숨이 찼었거든요.
이건 뭐 억울해서라도 늦둥이라도 봐야 되나, 자신은 있습니다만... (너털)

그리고 또 하나, 대한민국의 갈등을 더 깊게 만들고 있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맞춤 교육으로 인재 대국을 만든다고 합니다. 성적 하나로 판가름 나게 하는 게 아니라 맞춤으로 제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할 거랍니다. "
 
한참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장 고치기 힘든 심각한 문제인 사교육의 병폐를 자극적으로 늘어 놓더니 덜컥, 저따위 소리를 해 버린다.
 
마치 이명박이 되면 무슨 신묘한 수라도 내어서 사교육의 문제를 확 해결해 버릴 것처럼 설레발을 치는 것이다.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는 그 끝을 알수 없도록 꼬여 있고, 거의 모든 국민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감성적으로도 가장 폭발력이 강한 심각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해서.. 가히 우습지도 않은 얘기인데..
 
갑자기 생각의 방향이 이 쪽으로 또 한번 틀어진다.
 
문제는 저런 연설문이, 아니 연설을 빙자한 선동문이, 털털한 옆집 아저씨의 이미지를 한껏 차용하고 있는 백일섭씨 같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면, 가뜩이나 방송 드라마에 길들여져 있는 수많은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사회의 가난한 유권자들은 정치적으로 무지하다.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하고 모욕하지 말라고 해도 무지한 것은 무지한 것이다. 물론 무지의 기준을 저 바닥으로 내려 놓는다면 무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절대적으로 받아야 할 사람들조차도, 감세와 복지 축소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그 후보를 지지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는 무지하다.
 
그런 유권자들에게 앞뒤 설명도 없이, 어떤 대안의 제시도 없이, 무조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교육문제를 해결해서 더이상 우리 아이들이 경쟁도 없고, 사교육비 걱정도 없는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다~ 라고 설레발을 쳐 주게 된다면, 그 유권자들은 어떻게 될까?
 
실제로 한나라당의 교육정책은 근본적으로 경쟁강화를 통한 인재 육성이고, 보다 더 치열한 학생간의 경쟁을 통해 인적자원의 품질을 올리자는 기조에서 설정되어 있다.
 
삼불정책을 반대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본고사도 부활시켜서 수험생들을 보다 더 극명하게 한줄로 세우기를 원하는 것이고, 고교 입시를 부활시켜서 보다 더 어릴때부터 경쟁에 나서도록 내몰자는 것이다.
 
그런 경쟁의 정글을 도입해서 강해지자는 논리, 강자의 논리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백일섭씨의 설레발에 귀를 기울이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바라는, 약자를 배려하는 세상이 올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면, 차라리 사막에 가서 붕어를 잡기를 고대하는 것이 낫다.
 
정치인들, 정치집단들은 보다 더 솔직해 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지를 덧씌워서 대중을 홀리려고 하지 말고, 솔직히 이런 것은 문제가 있고 해결이 어렵다, 이런 것은 어떻게 해결할 만 하다, 이렇게 털어놓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
 
무조건 다 하겠다고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노무현의 참여정부도, 근본적인 정권의 환경자체가 가지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나서다가 지리멸렬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정권을 다 인수한 것처럼, 대중들에게 꿈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설레발을 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속아 넘어가던 그 유권자들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진짜로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또 속았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깨닫는 순간, 요즘 누가 BBK건을 자꾸 문제 삼으면 "민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협박하던 그런 사기성 민란 말고 진짜로 무시무시한 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이제 저런 헛된 설레발에 속아 넘어가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아직도 이명박 이회창 합쳐서 지지율이 70%가 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겪을 만큼 겪었고, 당할 만큼 당하지 않았는가.
 
이제 좀 눈을 들어, 보다 폭넓은 시각과 자유로운 사고를 지닐 때도 되지 않았을까? 정치적인 식견의 폭도 넓히고 정상적인 의사소통구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해보자는 것이다.
 
맨날 정치인들은 몽땅 도둑놈이라고 욕하기 전에, 그 도둑놈들이 도둑질 하는거 보면서도 뽑아준게 누군지도 좀 생각해 보자는 얘기이다.




뱀발 :

사실.. 내 입으로 밝히기 쑥스럽지만, 내 별명이..

전에는 장동건 요즘에는 백일섭이었다.

이젠 그 별명을 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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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물뚝심송님께서 2007년 11월 14일에 찌질넷에 발표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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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estur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탁견이시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정갈하게 잘 써주셨어요. 감사합니다.

    2007/11/14 18:18
  2. 오가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긴 좋은 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2007/11/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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