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년이 넘었는데..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고 나서 이 년째 되던 해였고, 한참 바쁘게 살던 시절이었구나. 사실 너는 지금 그런 느낌을 잘 못 느끼겠지만, 엄마와 아빠도 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이만 좀 많은 사람들이거든.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고 나서, 실제로 네가 엄마 뱃속에 생겼을 때, 엄마는 용기를 가지고 너를 키우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지만, 아빠는 사실 속으로 무척 무서웠단다.
과연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내가 과연 다른 한 사람을 잘 길러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게 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걱정들이 앞서서 잠이 안올 지경이었단다.
거기다가, 아빠는 제발 아들이 아니라 딸이 태어나기를 바랐는데, 그 이유는 아들들이 더 말썽을 많이 부리는 것을 이미 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말썽 안 부리는 아이가 태어나길 바랬던 거지. 그리고 솔직히 딸이 더 귀엽고 사랑스러울 거라고 생각도 했었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 아이가 여성으로 태어나서 살아가기에는 이 사회가 아직도 힘들고 어렵게 되어 있다는 걱정도 있었어. 무섭고 혼란스러웠다는 거지.
그러다가 실제로 엄마가 너를 낳을 때가 되어서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회사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가 봤더니, 엄마가 아파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거야.
사실 그 때는 아기가 나오거나 말거나 엄마가 안 아프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거기다가, 아기를 자연적으로 낳고 싶었던 엄마는 수술을 안 하려고 참고 있었고, 의사선생님도 수술 없이 너를 낳도록 해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 머리가 너무 커져서 안 나온다는 거야.
결국 몇 시간 동안이나 너무 아파하는 엄마를 더 이상 볼 수가 없던 아빠가 부탁하고, 의사선생님이 허락을 해 주셔서 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었었지. 수술하게 되면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아플 것 같았거든.
그것도 잠깐 의사선생님이 너를 안고 나오시는데, 아기 같지 않게 검은 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라있고, 무려 4.2킬로그람이나 나가는 커다란 아기였던 거지. 너는 엄마 뱃속에서 너무 잘 자라 버렸던 거야.
결국 너는 같은 신생아실에 있던 다른 작은 아기가 남기는 우유까지 빼앗아 먹을 정도로 건강하게 자라는 덩치 커다란 아기가 되었어.
그런 네가 태어날 때, 아빠는 그 때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걱정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단다.
이상하지..
실제로 너는 자라가면서 걱정도 많이 끼치고, 엄마고생도 많이 시켰지만, 그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걱정했던 대로라면 엄마랑 아빠는 너를 키우느라 무척 고민도 많이 하고, 실제 고생도 많이 했으니 아주 애물덩어리였어야 되는데, 왜 아기를 나아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는 후회가 들었어야 하는데, 그런 걱정과 고생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는 거야.
네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엄마랑 아빠는 오히려 너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거야.
너를 바라보기만 하면, 힘들었던 일상들이 모두 사라지고, 뭔가 굉장히 훌륭하고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그게 이유였던 것 같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봐준다는 것이,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보다 무척 행복하고 즐겁다는 아주 어려운 진실을 엄마와 아빠가 알게 되었던 것 같아.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빠는 네가 태어나는 순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가지게 된 거야.
바로 너에 대한 사랑이지.
이 글을 쓰면서 다른 얘기들을 길게 할 생각이 오히려 들지 않는구나.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느낀 것은 딱 하나야.
그건 바로 세상에서 제일 크고 아름답고 훌륭한 사랑.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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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물뚝심송님께서 2007년 11월 4일에 찌질넷에 발표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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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자식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글로써 읽은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2007/11/05 23:46건강한 정신과 몸을 가꿔줄 수 있는 현명한 부모님이십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보다나은 세상을 위하여 작은 거라도 바꾸고 싸워보려고 합니다.
읽은 글로는 감동적이고 이성적으로 어느정도는 알 것 같다고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느끼는 것과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저의 문제더군요.
('무자식상팔자'가 정말인지를 증명해 보고자.....으흠)
이건 제가 쓴 글이라서..
2007/11/05 23:48제가 쓴 글에 대해서 이 정도로 엄청난 칭찬은 받아 본 적이 없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