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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재수없는 군번 (3)

문학 2007/11/17 22:14 by 알밥


여름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엔 여름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일것이다.

강원도 산악의 여름은 도심의 그것처럼 끈적거리지는 않는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작렬하는 태양의 기세는 더욱 드세지만 조약한 나무그늘이라도 찾아 피하면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숫채 겨울이란 놈이 문제인데.. 기상 싸이렌과 함께 점호가 있고, 그 점호 끝에 웃통을 벗고 어딘가로 달린다. 상병쯤 되는 나부랭이들이 2/3선 대열 밖에 포진하여 대오을 조절하고, 돼지 멱 따는 군가솔휘와 함께 켁켁 거리는 숨소리, 가쁜 호흡이 만들어 낸 입김은 머리털이고 눈썹이고 콧수염이고 무언가 조금이라도 의지할만한 게 있다면 달라붙어 하얗게 얼어버린다.

그런 겨울이다. 그것두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견딜만하다. 매복이나 야간경계근무를 나가는 시간.. 그 추위에 대한 공포는 아직까지도 뇌리에 남아 몸서리 쳐진다.

이제 막 들어온 신병내기 차림새를 보자.. 밖에선 한번도 안 입어 봤을 듯한 각 안 나오는 군용내복 위로 촌스럼의 극치 주황색 추리닝.. 군복은 입는 것이 아니라 걸쳤다. 그 위에 깔깔이라고 불리우는 다목적 패딩, 그 위로 야전상의, 그 위로 세탁한지 한 2년쯤 돼 보이는 스키파카.. 이 모든 것을 짓눌러주는 방탄복.. 이렇게 입고 만약에 적과 조우한다면 도망가지도 못하고 거북이 마냥 뒤집어져서 못 일어날게 분명하다. 그런 추위도 짠밥과 함께 차츰 익숙해져 가기는 하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 이쯤에서 공비하나 잡아야쥐...!

일과준비중이던 어느 날 싸이렌이 울린다. 대대는 전시임무가 중대별로 다르다. 1중대는 침투, 2중대는 사단장 보호, 3중대는 타격.. 아.. 적고 보니 필요없는 솔휘군화..

순서가 뒤죽박죽 되는데, 아무튼 어찌 어찌 당시에.. 또 뒤에 알게 된 사실들은..
간밤에 뭐가 하나 넘어 왔단다. 무슨 아오지 탄광에서 막노동하다 탈출한 듯한 피골이 상접한 북한군이 몸서리쳐지는 그 겨울을 군복하나 달랑입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비무장으로 불만 나면 불꽃놀이를 연출하는 그 험한(?) 지뢰밭을 지네집 앞마당처럼 헤치고 아군 GP까지 와서는 문 열어 달라고 조낸 두드렸단다. 간단한 스토리인데 사실은 아찔하다. 만약 두드린 곳이 GP였기에 그나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넘어온 놈의 동선을 따라 그 시간때 경계병과 그 놈의 소대장, 그놈의 중대장, 그놈의 연대장, 그놈의 사단장까지 허름한 북한군 군복 펄럭임이 나비효과를 낼 것이다. 훔~ 암튼, 내겐 별 상관없고 비루먹은 망아지 마냥 삐쩍마른 저 색휘 안 추울까 하는 걱정 밖에 안 들었다.

욱낀건.. 그 와중에 분휘기 파악 못하는 울희 3사 나부랭이 대대장 신났다. 호송작전을 한단다. 걔중 키 크고 유격, 공수 조교 출신들 위주로 추려 소대규모 호송작전조를 만들고 실탄 지급하고 람보처럼 위장시키고 암튼 요란했다. 통문으로 이동한다. 신이 난 대대장도 그 육중한 몸매에 어디서 방탄복 하나 주워 입고 아마도 戰功의 부푼 꿈을 꾸며.. "나를 따르라~! "
통문에 도착해 인수인계 및 호송절차(?? 그런것은 애시당초 없었다. 울 대대장 머리속에만 있었다.) 기다리며 멋지게 산개하고 잔뜩 똥폼 잡고 있는데 사제 차량이 하나 지나간다. "뭐야~ 저 색휘.." 심상치 않은 분휘기의 양복 입은 두명이 내리더니 통문에 있던 북한군 겨드랑이를 한쪽씩 차고 타고온 사제차에 실어 슁~ 하고 다시 지나간다. 기.무.사..!!

그때 울휘의 맹꽁이 대대장 표정 찍어 놨어야 하는데... 디카도 없고..  

PS)
함량미달인데 전임대장이 알밥로그에 올려주기에 쓰는 글 아니다. 그 뭐시냐.. 군사정권의 망령만큼이나 울희 사회를 좀 먹고 있는 군바리문화, 그러니까 영웅주의, 무대포정신, 개인의 가치를... 블라블라.. 영~ 궁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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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긍정의힘님께서 2007년 11월 17일에 찌질넷에 올리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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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미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서 다시 읽으니 더 재미있네요.

    2007/11/1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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