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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왕 푸네스

문화/여행 2007/11/20 17:37 by 알밥

레빠또리도 없고 심심한데, 생뚱맞은 이야기나 하나 할까요...
 
아르헨티나에 보르헤스(Borges)라는 골 때리는 작가가 하나 있습니다. 한때 한국에서는 이 Borges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는데. 이상한 발음이 되어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적도 있었지요.
 
말은 조금 경박스럽게 했지만 보르헤스는 사실 제가 대단히 존경하는 작가입니다. 오래 전부터 스승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동안 인구에 많이 회자되었던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은 보르헤스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니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호학, 문학에서의 상호텍스트성, 해체주의, 매직리얼리즘,  후기구조주의 등등의 모든 사조는 이 사람한테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단히 박학했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책을 많이 봤으면 나중에는 거의 장님이 될 정도였는데(아니 실제 장님이 되었음). 이 사람은 이 세상, 또는 우주를 책, 또는 그 책이 모여있는 도서관으로 생각한 사람입니다. 실제 도서관장을 역임도 했었고...
 
이런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1983년, 거의 마지막 기회처럼 보였던 노벨문학상은 <파리대왕>을 쓴 영국작가인 윌리엄 골딩에게 돌아갔는데, 그때 스웨덴 한림원의 한 위원이 이에 반발해 탈퇴하는 일화도 있었더군효...
 
너무 할 말이 많으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못하는 법입니다. 해서 한가지만 말하렵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추리소설 붐이 일고 있는데, 문학에서의 하위 장르인 추리소설의 가치를 드높히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전적으로 보르헤스입니다. 그에게 모든 공을 돌려야겠지요. 움베르또 에코의 <장미의 이름> 역시 그 기법은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은 추리소설로서 에코는 거기에 대한 고마움을 보르헤스에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미의 이름>에는 호르헤라는 눈먼 도서관 관장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바로 에코가 보르헤스를 염두에 두고 설정한 인물입니다.
 
보르헤스라는 사람의 발상은 너무도 엉뚱하고 대단합니다. 예로서 그의 소설 중에 <기억왕, 푸네스>라는 단편이 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푸네스라는 한 젊은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의 기억력은 너무도 출중해서 그는 한번 기억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누가 어제부터 오늘까지 24시간 동안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 보라고 요구하면 그는 과거의 일을 정확하게 24시간만큼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24시간 기억했던 것을 상대방에게 말하는 그 순간에도 기억력은 계속 작동해서,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이야기 한 것을 또 기억하고 이렇게 기억은 무한정 지속됩니다. 해서 그에게 기억을 하라고 요구하면 그는 무한정한 밤을 세우면서 그 기억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결국 기억은 그에게 있어서는 무시무시한 고통이자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의미하는 거지요. (그런데 이렇게 연상에 연상이 배로 되고, 자승이 되는 것, 무슨 수학적인 법칙이 있을 것 같은데,, 로묘홓이 아실려나),
 
엉뚱한 발상의 예가 또하나 있는데 지도 이야기 하나 할까요... 보르헤스의 단편 중에 지도제작과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어느 한 나라에 지도를 아주 정교하게 제작하는 제작소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도를 세밀하게 정교하게 제작하는지. 지도를 한번 만들기 시작하면 그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표시하게 되는데 이렇게 지도를 제작하다 보니까 나중엔 지도가 그 나라의 크기만큼 커져, 나중엔 지도가 그 나라를 덮게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열나게 자판을 두드리긴 했는데,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효~
다시 <기억왕, 푸네스>로 돌아가는데, 그냥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이 사는데 망각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제위께 한 말씀 드리자면, 여러분들도 많이 잊어버리시고, 늘 좋은 것만 기억하고 추억하시길 바랍니다.



포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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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의괴물 :
 
보오지스에겐 lossy compression의 개념이 없었군화~ 
 
포켓 :

내 그 말 하는 것 아닌데... 고새 또 고렇게 발음하다니.. 
 
lossy compression? 
 
코코 :
 
외국문학을 좋아하지 않아서 외국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손꼽을 만한데, 보르헤스는 찾아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포켓횽께서 예를 들어주신 기억왕이나 지도 그리는 사람처럼, 완벽하거나 평범을 뛰어넘는 사람을 다루는 작품의 주제는 그런 것 같아요. 불완전한 현실이 가장 완전한 것이다.

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에 대해서 쓴 글이 초등학교였는지 중학교였는지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감추는 것 없이 내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고 누가 뭔 생각을 하는지 내가 다 알 수 있을 것 같으면 얼마나 이 세상이 골때려질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때로 속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고 쌩까기도 하고, 상대방의 속마음을 몰라 답답해하기도 하고 속아넘어가기도 하는 현실이 가장 만족스럽고 아름다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평소 툭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공상들, 내가 이런 저런 초능력 같은 걸 가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내가 발딛고 숨쉬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아쉬움과 불만족으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 가장 행복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지요. 
 
포켓 :
 
그래서 보지스라는 분은 우리가 실제로 사는 세상을 픽션이라고 하더군효 
 
코코 :
 
헉... 장문텔허보다 댓글 한 문장이 더 어렵군효~~ 
 
포켓 :
 
특별한 건 아니고, 지금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세상 역시 허구가 아닌가 이렇게 보는 겁니다. 더 어렵나? 
 
코코 :
 
왠지 모든 현실을 음모의 소산으로 보는 황빠들이 생각나는군효... 
 
포켓 :
 
음모도 상상이거든요. 황빠들의 문제는 다시 말해서 상상세계의 현실과 실제 세계의 현실을 혼동하는 겁니다. 이게 깊어지면 세상을 분별하지 못하고 광신으로 가게 되는데 이건 예정된 길입니다. 
 
긍정의힘 :
 
생방송으로 TV에서 TV 선전을 하는데 선전하는 그 TV는 켜져있고 그 TV 안에는 또 TV가 있고.... ㅎ

잘 읽었습니다. 
 
포켓 :
 
이게 바로 거울의 개념, 그리고 미로의 개념하고도 연결되더군효.. 
 
옵히 :
 
Reset is the best policy of every human being, not just of BBirus ??

ㅎㅎ 잼나게 잘봤슴돠. 생뚱맞은(?) 얘기 자주 해주셈.. 기억은 적당히만 하시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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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원저자의 동의하에, 별도로 편집,게재된 글입니다. 불법적인 펌글이나 스크랩이 절대 아님을 밝히는 바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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