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학원이다. 명성을 얻자마자 문닫을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학원인가가 취소된다고 하는데 이름만 바꾸면 다시 열 수도 있어서 합격을 취소당한 학생들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얘기들이 있지만, 그 학원은 목동에서는 끝장났다고 봐야한다.
나는 어차피 외고와 대형학원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그저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험 당일 버스에 타지도 않았고, 유출된 문제를 본 적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학원 수강생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합격이 취소됐다는 아이들의 얘기를 보고 참 딱하다 생각하다보니, 그 아이들이 바로 내 아이와 동급생들이다. 진짜로 우리 아이와 친하게 지내던 아이가 그 경우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화들짝 놀라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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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종로"와 "학원" 사이에 조그맣게 "M"자를 집어넣은 버스를 보고 종로학원의 짝퉁 쯤으로 생각했다. 재수학원 중의 명문인 종로학원과 무슨 관계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대략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런 정성을 쏟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어쨌든 짝퉁학원 정도로 생각했던 그 학원이 어느 날부터 소위 교육특구 목동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한 반에 10~20명 정도는 그 학원에 다니고, 6층 건물인 학원 앞에는 항상 그 또래 아이들로 버글거리며, 아이들이 귀가하는 밤 10시~12시 사이에는 넓디넓은 목동 일대의 도로가 그 학원의 대형버스로 뒤덮인다.
"중학교 때까지는 걍 놀자!!"라고 아빠와 기분좋게 약속을 했던 우리 아이조차 그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심각한 소외를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위협을 느꼈을 정도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학원들 앞에는 항상 "민사고 00명, 특목고 00명"이라는 요란한 현수막이 붙어있고,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아이들의 명단이 주루룩 올라가있다. 어차피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종로엠학원은 그것조차 남달라서 특목고 입시철인 이맘때가 되면 "합격축하" 현수막이 지상 6층의 학원건물을 통째로 가려버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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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엠학원이 특목고 합격생을 많이, 그것도 매우 많이 배출한다는 것은 목동에서는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특목고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선택해야 할 학원이 종로엠학원 외에 몇 개가 있다. 그 중에는 전과목을 가르치는 종합학원과 과목별 전문학원이 있지만 보통은 종합학원과 전문학원을 두어 개 골라서 다니게 된다.
종합학원은 아무나 받아서 수준별 반편성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전문학원은 처음부터 조낸 어려운 문제와 가공할 만한 수강료로 기를 죽여서 입학하는 아이들에게는 자부심을, 그러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경외감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특목고 제도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런 학원들이 중간 쯤 가는 "평범한" 학생을 열심히 가르쳐서 특목고에 입학할 만큼 "훌륭한" 학생으로 키워내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라면 그것은 두 말 할 필요없이 훌륭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위 대표적인 학원들이 그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마케팅이 있어왔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 아이로부터 종로엠학원에 들어가면 무슨 무슨 경품을 주고, 친구 3명을 소개해주면 전자사전을 준다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즉 저인망식으로 학생들을 끌어모으면 그 중에서 일정 비율 이상은 우수한 학생이 모이게 되고 그 학생들을 붙잡고 가르쳐서 특목고에 넣으면 그것이 학원의 수준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 중에는 특목고에 갈 뜻도 없고, 뜻이 있어도 애초에 실력이 안되는 아이들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그 아이들은 심하게 말하자면 학원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학원마케팅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대형학원들은 수준별로 반을 편성하고 학생들에게 등급향상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느라고 두루두루 알아본 바로는 입학할 당시에 정해진 수준이 크게 뒤바뀌는 예는 거의 없다. 아이들 수준에 맞춰서 진도를 달리 하지도 않는다. 모든 커리큘럼은 최상위급 학생들에게 맞춰져있다.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르지 않으면 학원생이 떨어지게 돼있다. 그래서 그럴 위험이 느껴지는 수준의 아이들에게는 학원시험 성적이라도 잘 나오게 수업시간에 예상문제를 알려주거나 아예 시험 중에 답을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있다. 학원 성적이라도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도 기분 좋고, 부모들도 만족하고, 따라서 학원도 행복하다.
그러는 동안에 학원은 애초에 공부를 잘하던 아이들을 붙잡고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치게 되고, 그 결과로 학생들은 명문대 입학을 위한 절반의 티켓을, 학원은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마케팅 파워라는 과실을 각각 나눠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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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이것도 중학생 자녀의 진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학부모라면 대략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나는 그 부분에서는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타박을 들을 정도로 무관심한 처지라 이번에 처음 알았다
특목고들이 유명학원들을 대상으로 우수학생 유치활동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도 우수학생이 필요한 특목고와 합격생 배출실적이 필요한 학원의 이해가 서로를 유인하여 벌어진 사건이다.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학교보다 학원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교에는 우수 학생이 "일부" 있지만, 몇몇 굵은 학원만 돌아다니면 그 지역의 우수학생들을 거의 빠짐없이 만나볼 수 있다.
특목고는 왜 우수학생이 필요했을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명문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특목고도 학원이나 마찬가지로 어리버리한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똘똘한 아이로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이것도 어쩌면 나만 모르고 있던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학은 대학대로 특목고 아이들을 하나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온갖 수작을 다 부리고 있다. 대학에서도 우수학생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데리고 뭔가 학문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리버리한 아이들보다는 똘똘하다 못해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아이들이 훨씬 낫겠지.
따라서 대학이 필요로 해서 유치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이 "학문적 성취를 함께 하기 위한 우수학생"이라면 그리 트집을 잡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이 실제로 요구하고 있는 아이들은 대학의 명성을 올려주는 데 필요한 "이런 저런 제도와 관행을 통해 이미 우수하다고 판명이 나있는 학생"들이다.
학원은 특목고에 집어넣어 학원의 성가를 높일 수 있는 학생이 필요하고, 특목고는 명문대학에 입학시켜 학교의 명예를 높일 수 있는 학생이 필요하고, 대학은 그들의 명성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 입학 이전부터 이미 우수해져 있는 학생을 요구하는 것이 학원-특목고-대학을 잇는 공생관계의 내용이다.
그래서 대학은 특목고를 찾아다니며 "내신은 걱정 말고 지원만 많이 해달라"고 큰소리를 치고, 특목고는 그런 대학에 지원해서 척척 붙어줄 수 있는 시험 잘 보는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학원에 가서 좋은 학생 많이 보내달라고 머리를 조아리고 (심지어 문제까지 빼주고), 학원은 그런 아이들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찌라시에 경품에 별별 것을 다 동원해서 "그렇지 않은 아이들"까지 저인망으로 끌어모으거나 허벌나게 어려운 문제와 가공할 만한 수강료를 제시하여 그것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아이만을 받아들인다.
이것을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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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아이와 잘 가는 퓨전횟집이 있다. 밤 12시 무렵 심심해지면 엄하디 엄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무시는 틈을 타서 횟집 나들이를 나설 때가 있다. 그 횟집의 큰 길 바로 건너편에 위용도 당당한 목동종로엠학원이 있다. 아이와 내가 그날의 메뉴를 즐기고 있는 동안 건너편에서는 우리 아이 또래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와 지쳐빠진 모습으로 자기가 탈 버스를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언정, 음식을 오물거리며 너~~무 너무 맛있다며 까르르거리고 있는 우리 아이가, 같은 시간 길 건너편에서 하나씩 둘씩 버스에 오르고 있는 아이들보다 백배 천배 행복한 아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지금 행복한 아이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또한 분명한 일이다.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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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잘하는게 목표인지, 대학들어가는게 목적인지
2007/12/04 06:26그런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는 아이들이 대단합니다.
모두가 야합을 하는군요, 부모, 학생, 학교, 학원, 대학교까지...
특목고출신들이 외국의 유수한 대학에가서 학위는 받을지 모르지만, 과연 그대학의 폭넓은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