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삼겹살, 꽃등심
이미 그 바닥을 떠난지 10년을 훨씬 넘겼지만,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도 전국의 유명하다는 맛집은 꽤나 꿰차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 머리 속에 기억돼있던 맛집의 리스트를 죄다 다시 써야하는 일이 생겼다.
일단은 김치찌게를 매우 맛있게 한다는 누룽지횽의 간단한 멘트를 듣고 따라나섰다. 그런데 자리를 잡기도 전에 느닷없이 고기를 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소고기, 돼지고기 둘 다. 이거는 무슨 커스톰인가? 보통 고기 먹으러 갔다가 식사로 김치찌개를 시키는 일은 있어도 김치찌개 먹으러 가서 고기를 시키는 일도 흔치 않으려니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한꺼번에 시키는 것은 더더구나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물뚝대장 담당이므로 그에게 넘기겠다. 여전히 사진찍기를 귀찮아하는 십수년간의 버릇이 다시 발동해서 나는 짤방도 많이 찍지 않았거니와 내가 느낀 감격을 표현하는 것은 나보다 물뚝대장이 더 잘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그래도 나의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면 "내 생애 가장 맛있는 김치찌개, 꽃등심, 심겹살이었다."
악양, 평사리, 최참판댁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 언덕에서 바라본 평사리 평야
태어나서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김치찌개와 등심, 삼겹살의 감동을 가득 품고, 이제 마무리 일정에 들어갔다.
화개장터에 들러 쌍계사를 둘러본 뒤 그곳에서 해산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로미오횽의 "내 사랑 엄지" 덕에 알밥로그(이것을 '알바블로그'라고 했다가 맞아죽을 뻔 했다) 히트수가 2,000을 가볍게 넘을 것 같다는 카이횽의 문자에, 바닐라님의 예상대로 온갖 거들먹을 다 부리면서도 맛있는 고기는 마지막 한 점까지 악착같이 챙겨먹은 물뚝대장은 역시 온갖 거들먹을 다 부리면서 PC방으로 향했다.
원래는 화개장터로 직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도 내가 졸라서 가는 길에 있는 최참판댁으로 방향을 돌렸다. 역시 20년 전에 왔다가 흔연히 감동했던 평사리 평야도 다시 보고싶고, 소설을 읽지 않아도 '토지'의 분위기가 머리 속에 그려지는 악양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서였다.
정작 박경리는 악양에 한번도 와보지 않은 채로 오로지 상상만으로 토지를 써내려갔다. 토지가 발간되고 있는 와중에도 실제로 악양과 평사리를 둘러본 지인이나 기자들을 통해 자신의 상상을 키워갈 뿐, 그가 지니고 있는 악양에 대한 그리움이 깨질까 두려워 그곳을 들르지 않았다.
이 얘기를 그로부터 직접 들은 것 역시 20년 전이므로 그 이후에 박경리가 이곳을 들러봤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이곳에 와봤어도 그가 상상하던 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다우며,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토지의 생명력을 나타내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라는 사실에 감동했을 것이 틀림없다.
김제, 만경에는 비길 수 없으되 넉넉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너른 평사리 평야와 그곳을 내려다보기 위해 일부러 흙을 쌓아올려 산을 만들어놓은 것 같은 악양언덕.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논이지만 평평한 논 위에 소나무 두어그루가 자랄 수 있는 둔덕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아름다운 논이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언덕이지만 남달리 아기자기하면서도 비장한 얘기들이 넘쳐흐르는 느낌을 뿜고 있는 언덕이다.
악양의 최참판댁은 KBS가 토지를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만들어놓은 세트장이다. 하여 그 집과 마을의 모습에서 역사적 의미 따위를 찾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지만, 악양과 평사리, 그리고 그 앞을 굽이 흐르는 섬진강의 풍광이 '토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같은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인공적으로 만든 세트장마저도 오히려 살아있는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의 후기와는 달리 이 부분에서 이렇게 사설이 긴 이유는 정작 중요한 부분의 짤방이 없기 때문이다. ㅠㅠ 세트장 입구부터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가다가 정작 최참판댁에 이르러 밧데리가 똑 떨어져버렸다. 돌탱횽의 차로 가서 새 밧데리를 가져올 수는 있었지만, 그런 부지런을 떠는 것은 찌질휘헌장에 위배되는 일이기에 그냥 눈으로만 둘러봤다.
세트장의 메인 장소인 최참판댁은 비록 TV드라마를 위한 세트이면서도 '토지'에서의 위상과 의미에 매우 걸맞는 위치에 잘 지어져 있다. 위의 사진에서도 평사리 평야와 그 앞에 드리워져 흘러가는 섬진강이 어렴풋이 보이지만 최참판댁에서 보면 평사리와 섬진강이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한 눈에 펼쳐져 보인다. 특히 '토지'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들러봐 주실 것을 권한다.
악양은 감으로도 유명한 동네다. 그 감을 특정하여 부르는 명칭이 있던데, 잊어버렸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감보다 알이 굵고 실하다. 동네에 들어서자마 도처에 서있는 감나무에 토실토실한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리고 여기 저기에 감을 말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돌탱횽 차를 타고오는 길에 돌탱횽이 "감이라면 깜빡 죽는다"는 말을 들은 바 있어 골목 어귀에 좌판을 깔고 앉아계신 할머니에게서 한 상자를 사다가 선물로 줬다. 생색~~
감을 분류하는 기계. 이렇게 분류된 감은 등급에 따라 포장되어 팔린다. 내가 돌탱횽에게 선물한 감은, 이런 분류과정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남은, 마을 바깥에서는 절대로 안 팔고 악양리 안에서만 파는 감이다.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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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거뜰 끼린 모여서 놀러 가구... 누군 아예 접속도 못하게 하구...
2007/11/29 21:57뷁~
2007/11/30 13:32서울 온다고 알바들 다 모이라고 해놓고 잠적해 버린 사람이 누군데~
오홋~~ 알밥의 반격
2007/11/30 14:12거... 언제쩍 일을 가지고 아직도... ( ")
2007/11/30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