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시작된 '독서감상문' 올리기에 동참하여 다시 읽은 책이 '울트라마라톤맨' 이었습니다.
독서감상문에서도 밝힌바와 같이 제가 마라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직접 달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생각만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이 엄연히 존재했습니다.
'현실적 제약'이라 함은 당연히 저의 몸 상태였습니다. 불룩 나온 배와 젖가슴은 달리기를 방해하는 핵심세력임이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울트라마라톤맨'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인터넷을 통해 가장 최근의 마라톤대회를 검색하였습니다. 두 서너 개의 대회가 있었으나 임진각에서 하는 '손기정평화마라톤'이 제일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등록을 했습니다.
등록되었다는 메세지를 보는 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오더군요. 그때가 새벽 두 시쯤 되었을 겁니다.
"아~~ 씨바... 닝기리 괜한 짓 했구먼"
후회감은 텍사스소떼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듯 하더군요.
김진형님의 '보나세탁구회관'이 오픈 될 때를 맞춰서 헬스장 등록을 하기로 했었으나....
몇 일 후인 10월 17일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러닝머신에 올라섰습니다. 처음에 걷는 속도를 5km/hr로 세팅을 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눈금으로 표시된 트랙모양을 한바퀴를 돌면 거리가 400m입니다.
딱 두 바퀴 째 되니까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더군요.
다리가 좀 풀렸다는 느낌이 들어서 속도를 10km/hr로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한바퀴 달리고는 바로 속도 내렸습니다. 러닝머신을 내려와서도 숨을 헐떡이는 것이 정상으로 안보이더군요.
"아~~~ 너무 지치고 힘들다. 처음부터 몸이 축나면 안되지~~~"
금산에서 가져온 '홍삼액' 한 팩을 쭈욱 들이켰습니다. (준비성만큼은 몹시 철두철미하다는...)
오늘의 달리기 연습은 여기까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헬스기구들을 만지작거리다가 '보나세탁구회관'으로 올라갔습니다.
'손기정평화마라톤' 대회일은 11월 24일 토요일이고, 남은 날짜는 38일이 전부. 몇 차례의 대회참가 경험이 있었지만 현재의 몸 상태로 달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습니다. 약 4~5년 전의 10km완주기록은 약 1시간(60분)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잠실주경기장, 인천문학경기장, 상암월드컵경기장.
이렇게 세 차례 10km를 완주해 본 경험이 전부였습니다.
인천문학경기장의 경우는 '개혁당' 인천지역소속으로 여러 명이 함께 뛰었습니다. '이라크파병반대' , '전쟁반대'의 구호가 적힌 홍보물을 붙이고 뛰었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다음 날부터는 모질게 맘을 먹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준비운동 삼아서 7km/hr로 세팅하고 800m를 걸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10km/hr로 세팅하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이를 악물고 뛰어봐도 1km 이상을 못 뛰었습니다..
뛰다가 걷고 다시 뛰다가 걷고 하는 것을 몇 일 동안 계속 반복했습니다.
러닝머신에서 4km를 뛰는 시간이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생각은 앞질러 가는데 몸은 전혀 따라주질 않으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조금만 뛰면 다리는 금새 아파 오고,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결정적으로 겁나게 배고프고....
헬스코치는 운동한 후에는 식사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운동시작 두 시간 전에 식사를 하거나, 운동 끝나고 두 시간 후에 식사를 하라고 합니다. 이유는 음식물이 빠르게 체내로 흡수되어 운동한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결국, 저녁을 굶어야 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저를 보더니 한마디 해 주더군요.
정 못 참겠으면 찐 고구마 2알 정도 먹는 건 괜찮다고....
"찐고구마 2알?? 제가 평소에 먹었던 찐고구마는 작은걸루다가 20알이었다니깐두루~~~~"
하여튼 코치 말대로 묵묵히 따랐습니다.
월화수목, 저녁 굶고(흑흑흑)
금토일, 저녁 먹는 걸로(앗싸~~) 제 자신과 타협을 했습니다.
약 2주정도가 지나고 보니 주위에서 얼굴 살이 빠졌다는 소리가 제법 들리더군요.
러닝머신에서의 달리는 실력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나아진 것이 7km/hr의 속도로 800m를 걷고 난 후에, 10km/hr의 속도로 3.2km를 쉬지 않고 달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결국, 800m + 3.2km = 4km 의 거리를 약 30분 정도의 시간에 달렸던 것입니다.
쉬지 않고 30분 정도를 달리고 나면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됩니다. 회복하기까지 시간도 제법 걸리고....
10km가 완주거리인데 반도 채 못 가서 주저앉을 것이 뻔해 보였습니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목표치 도달에는 어림반푼 어치도 없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이 상태로 쭈욱 간다면 대회 당일에도 10km완주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뭐 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까짓 거 죽을 때 죽더라도 속도나 내서 함 달려보자~~"
무대뽀정신으로 무장하고 러닝머신에서 달릴 때의 속도를 12km/hr로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무조건 냅다 달렸습니다.
달리기가 끝나면 하체근력운동을 병행하였습니다.
12km/hr의 속도로 30분씩 2회에 걸쳐서 달리기 연습을 했습니다. 어느 덧 11월의 둘째 주가 되었지만 10km의 완주는 아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좀 나아진 것은 12km/hr의 속도로 달리다가 한 번씩 20km/hr의 속도로 올립니다.
그리고 400m를 전력질주를 하고 나서 다시 12km/hr의 속도로 달릴 수 있게된 점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진전을 보이는 듯 하더니 11월 19일에는 러닝머신에서 12km/hr의 속도로 10km를 뛰었습니다. 중간에 두 차례정도 7km/hr의 속도로 걷긴 했습니다만....
시간은 약 6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한 번 가속도가 붙으니까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어 가더군요. 그 다음날에는 쉬지 않고 10km를 달렸습니다. 제 자신도 믿어지지 않더군요. 또 그 다음날에도 쉬지 않고 10km를 달렸습니다.
이제는 기록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쭈~~ 제법 컸는데~~~)
러닝머신에서 12km/hr의 속도를 13km/hr로 올리고....
(속도를 15km/hr로 세팅하고 달리다가 죽을 뻔했음)
쉬지 않고 달려본 결과 약 50여분 정도가 소요되더군요.
이 기록은 따뜻한 실내에서 러닝머신으로 달린 결과치 일 뿐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단 한번도 밖에서 달려보질 않아서 대회당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럭저럭 근 한달 반 동안을 달리기연습을 했고 나름대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습니다.
23일 금요일은 가볍게 몸풀기 정도로만 하고 푹 쉬고서 다음날 좋은 결과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결혼한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입니다.
신랑집으로 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 반대인 신부집으로 온 것이었습니다.(신부집이 인천입니다.)
제게는 퇴근 전부터 문자와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식사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볍게 몸 풀고 집에 가서 자려고 했는데... 안가면 안될까??"
"무슨 소리예요?? 온 가족이 모두 모인다는 데 당신이 빠지면 어떻게 해요??"
"소래에 가서 회 떠 온데요. 고기를 안 드신다고 해서"
"오잉~~~ 회라 굽쇼?? 구럼 회만 먹고 와야지~~~"
저녁식사에 참석을 했습니다.
새색시에게 선물할 '월란' 화분과 다함께 축하할 '쇼콜라케익'을 사들고....
회를 한 두점 먹기 시작했을 때 미리 와 있던 예비막내동서가 웬 술병 하나를 제게 보이더군요. 글씨도 선명한 '발렌타인30년' 이라는 양주 한 병!!!!
"형니임~~ 이 거 레벨 있는 양주입니당~~~"
"형님 오시면 마시려고 안 따고 기둘리고 있었습니당~~~"
"어허!!! 이 사람!!! 내가 내일 아침에 10km를 달려야하니, 그 술은 절대로 마시지 않겠네"
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흑흑~~~~
"오호홋~~ 어서 따서 마시자~~~ 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젤로 좋아~~~"
새벽 두 시가 다 되도록 '복분자'까지 섞어 마셔대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 씨바 쫌 있으면 조낸 달려야 하는데...'
슬슬 걱정이 되더군요.
지금부터 잔다고 해도 몇 시간밖에 못 자고 열라게 운전해서 임진각까지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노래방엘 가자고 하는 걸 간신히 뿌리치고 집으로 오니까 거의 세시더군요.
잠깐 눈 좀 붙이고 알람소리에 깨보니 아침 일곱 시입니다. 대충 씻고 이것저것 준비해 놓은 것들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임진각 근처까지 다다르니 안개가 자욱하여 전방 2미터 앞도 안보이더군요.
비상등 깜박이면서 가다가 주차장 입구를 지나치는 바람에 한참을 되돌아 왔습니다.
매사에 철두철미해야 하는데... 에잉.
여덟 시 사십 분쯤 되어서 반바지 차림에 외투하나 걸치고 경기장으로 갔습니다.
경기장엔 이미 준비 운동하는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후원업체들은 자사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더군요. 저는 기력을 회복시켜준다는 무슨 반창고를 무료로 붙여주는 곳에 서서 여기저기에다가 붙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반바지차림은 저 하나뿐이더군요.
참가자 대부분이 긴 츄리닝 이나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약간 뻘쭘 했으나 나중에 달릴 때의 편안함을 생각하며 애써 무시했습니다.
아홉 시쯤 되어서 전체적으로 스트레칭과 경품추첨을 끝내고 열시 조금 못되어 출발선으로 향했습니다.
열시 정각 풀코스 주자들이 먼저 출발하고 뒤이어 25km와 10km 그리고 5km참가자들이 순서대로 출발하였습니다.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손은 몹시 시렵더군요.
달리면서 내심 사십분대에 들어 올 수 있도록 달려보자 하면서 달렸습니다.
임진각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적한 거리에 차도 거의 없고, 공기는 아주 맑고 차가웠습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어느 덧 반환점에 다다랐고, 그 때까지만 해도 별로 지친 느낌은 없었습니다.
약 8km쯤 달리고 나니 슬슬 기운이 빠지더군요.
그래도 그 동안 연습한 날들이 얼만데.... 꾹 참고 달리자~~~.
처음 출발할 때와 거의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결승점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힘이 남아 있어서 좀 아쉽기는 했습니다. 구토할 정도까지 달렸어야 하는 건데....
10km코스를 달린 결과 주행시간은 50분 20초를 기록했습니다.
아깝더군요. 21초만 당겼어도 40분대로 들어오는 건데... 에잉.
참고로 아래는 입상자 기록입니다.
◆ 10km코스 남자(입상자 기록)◆
1위 이** 33:37
2위 필** 33:48
3위 김** 34:26
4위 문** 34:35
5위 김** 35:17
6위 이** 35:32
보시다시피 1위와 저와의 시간차는 무려 16분 43초나 되는군요.
1위의 기록인 33분 37초라는 시간은 100m를 약 20초에 100번 달리는 거라는 계산이 나오네요. 한 번도 쉼 없이 동일한 속도로 말입니다.
제 기록인 50분 27로는 100m를 30초 27의 시간으로 100번 달리는 결과가 되는군요..
이 날 10km코스(남자) 참가자는 모두 733명으로 집계되었고, 저는 164번째의 순서로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중 상위권은 되는 거 맞지요??
이렇게 해서 지난 한달 반 정도의 달리기 연습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제게는 좋은 경험이었고,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서 몸 상태가 저보다 최악인 경우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제가 10km완주를 한 것처럼 여러분께서도 한 번 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기자신에게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가 끝난지도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또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 쪽에 벌써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러닝머신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 또 달려야지요.
25km 나 42.195km 중에서 달리고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 혼자만의 동계훈련을 마치고 훈련결과에 따른 결정을 해야 하겠지요.
제 나이에 맞지 않는 과욕은 안 부리는 것이 좋겠지요.
작금의 혼탁한 상황에서 한가로이 달리기 타령이나 하고있다고 하실 수 도 있겠습니다만, 달려보니까 달리는 동안만이라도 복잡한 거 다 잊을 수 있어서 좋긴 좋더군요.
모두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쏭청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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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시작한 일인시위... 뿌리를 뽑자... 찌질넷 접속이 정상화 되는 그날 까지...
2007/12/02 02:02-제목 따라하기 깽판-
닭횽의 의지에 무한 지지를 보내드림미당...
2007/12/02 02:11성원에 캄사 드리며... 오후 시위 시작 하겠슙니당...
2007/12/02 06:49일헌... 댓글 깽판 칠 본문이 아직 안 올라 왔군효... 쫌 있다가 아들내미 풋볼 팀 쫑 파뤼를 가야 하는 뎅... 할 수 없이 오늘 일인 시위는 여기서 마치고... 새 본문들이 올라 올 내일 다시 오겠슙니당...
2007/12/02 06:57광리자 온냐들은 본문 만히만히 올려 주세효. 그래야 본문 마다 돌아 가면서리... 깽판 마니마니 치죠.
놈혀니가 이해 가네요. 깽판... 한번 치기 시작 하니까 재밌고... 자꾸자꾸 치고 싶네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