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ALBABLOG

주꾸미와 학공치

음식 2007/12/04 12:11 by 알밥






도대체 낚시와 어로의 경계는 어디일까?

아무래도 초짜들과 함께하는 낚시여행은 조과가 보장되는 곳을 찾기 마련이다. 낚시가 쉽고 편해야 하는 것도 필수.. 즉, 한마리 잡으면 성공~ 이런 대물급 참돔 노리기나 감성돔 같은 고급어종은 어렵다.

가을도 깊어가는 마당에 홍원항 주꾸미 배낚시에 도전했다.

주꾸미를 무슨 배까지 타고 나가 낚시로 잡는담~ 하지만, 인천 우럭배 타면 가을에는 귀항길에 주꾸미 밭에 들려서 한두시간 주꾸미잡이도 하곤 했던 기억에, 또 가을 주꾸미의 고소한 먹물 맛이 생각도 나고 해서 배를 예약했다.

마눌님과 선배, 그리고 나 셋이서 새벽에 만나 홍원항까지 냅다 달렸다.

일곱시 출항, 세시 귀항, 점심제공, 점심 내용은 주꾸미 샤브샤브에 주꾸미 라면이라는 정보까지만 듣고 갔는데, 생각해 보니, 주꾸미 못 잡으면 점심은 그냥 라면이라는 소리 아닌가? 하고 잠시 섬찟해졌다.

맨 밑에 흔히 애자라 부르는 자기 구슬 밑에 갈고리 바늘 달린 주꾸미 채비로 추를 삼고, 그 약간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오징어 낚시용 애기(새우같이 생긴..)를 달게 된다. 이게 홍원항 스타일의 주꾸미 채비이다.

마눌님에게 채비를 해 주는데, 그냥 배스로드 ML대에 조금 큰 릴 달아서, 주꾸미 채비를 달아 준다. 그리고 주꾸미는 입질이나 손맛 같은거 없고, 채비무게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면 살짝 한번 채주고 슬슬 감으면 된다고 코치까지 해 준다.

그리고서는 출항해서 첫 포인트로 이동해서 채비를 물에 넣어 보는데, 첫 입수부터 넣자마자 주꾸미가 물고 늘어진다.

좌측에 마눌님, 우측에 선배가 자리잡았는데, 이 아줌씨들이 주꾸미를 걸기만 하면 낚시대 채로 나한테 들이민다. 결국 가운데에서 아이스 박스 하나 놓고, 양쪽에서 잡아대는 주꾸미를 족족 떼어서 아이스 박스에 넣는 머슴이 되어 버렸다.

주말이라 같은 배안에 한 열명정도 사람이 탔는데, 어째 분위기가 영 다들 초짜 분위기다. 주꾸미 잡는데, 우럭대에 전동릴 들고 온 사람도 있고, 그를 따라온 친구들이 있고..

거기다가 주꾸미 관련 어복을 자칭 주꾸미의 여왕, 마눌님께서 싹 쓸어 버렸는지, 초반부터 완전히 여성 독주 분위기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은 구경만 하고 우리 팀만 끊임없이 잡아 올린다.

오전 열시경, 선장이 물 끓여서 주꾸미를 데치기 시작한다. 막 잡은 생주꾸미 살짝 데쳐서, 발만 먼저 쫄깃하게 먹고, 다리를 뗀 몸통은 조금 더 삶아서 통째로 씹는다. 입안에 확 퍼지는 주꾸미 먹물 맛이 그럴싸 하고, 거기다가 "남자"에게 그렇게 좋다는데..

근데 선장은 "여자"에게도 좋다고 주장을 한다. 그럼 그냥 몸에 좋다고 하지 "남자"에게 좋다는 소리는 왜 나온걸까?

해가 올라올 수록 조황은 점점 더 시들해지는데, 우리 팀은 매우 긍정적인 조황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 눈치만 슬슬 보면서도 꾸준히 잡아 올린다. 그 와중에 옆 자리에 갑오징어 몇마리가 올라온다. 부러워서 침질질 흘리면서 계속 하는데 나오는 건 주꾸미 뿐..

속으로, 씨바.. 저게 문어도 아닌데 부럽긴 뭐가 부러워~ 하면서 주꾸미 잡고 있는데.. 맘을 곱게 쓰지 못한 벌인지, 그 "옆사람"이 이번엔 언뜻 보기에도 몇키로는 되어 보이는 문어를 한마리 올리는거 아닌가.. 윽~~

갑오징어..문어..갑오징어..문어..갑오징어..문어..갑오징어..문어..갑오징어..문어..갑오징어..문어..갑오징어..문어..갑오징어..문어..

주문처럼 되뇌이면서 계속 해 보지만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주꾸미 뿐..

라면을 끓이는데 국물에 주꾸미 먹물을 풀고, 생 주꾸미를 몇마리 넣어 끓이면 맛이 어떨까.. 먹물 스파게티를 연상시키는 향이 나는 주꾸미 라면이 된다.

하여간 주꾸미 낚시를 마치고 배에서 내려 먹물에 범벅이 되어 있는 아이스 박스를 헹구고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한다. 이 주꾸미 다 잡아온 거에요? 그럼 사왔겠수~

한 오십마리 정도 되거나 좀 넘어 보인다. 선배네 집으로 갈거 한 봉지, 나머지 두둑하게 우리집으로 정리하고 나니, 시간이 세시다.

다들 뭔가 좀 아쉬워서 서로 얼굴을 쳐다 보다가.. 낚시점으로 다시 향한다. ㅎㅎㅎ.. 이런 좋은 항구에 와서 그냥 갈 수가 있나...

밑밥용 크릴 사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해서 방파제 바깥, 한 해안선으로 가 본다.

오후되면서 일기 시작한 바람이 물결을 만들고 있는데, 물결을 피하기 좋은 지형이 있다. 어르신을 포함한 한 가족이 모여서 애기 우럭들을 잡고 있는데, 편광안경으로 쳐다보니 희끗 희끗하게 학공치가 한 두마리 보인다.

조아조아~~

밑밥을 투척하랴, 채비 챙기랴~ 정신없이 준비해서 학공치 낚시를 시작해 본다.

요즘 학공치도 귀한데 이런 항구까지 큰게 들어오겠어? 물 한가운데에 있는 천수만 좌대에서도 큰건 드물던데..

그러면서 시작한 학공치 낚시.. 밑밥 친지 한 십분 되자 학공치가 떼로 몰려오는데 이건 척 보기만 해도 씨알이 장난이 아니다.

날은 저물어 가는데 맘은 급하고 서둘러 학공치를 마구 건져 본다. 말그대로 원샷 원킬~

약 한시간 동안 잡았더니, 마눌님하고 선배가 몇 마리씩, 도합해서 이십오마리를 잡았다. 소위 형광등급이라 불리우는 30센치 이상의 학공치가 다수 섞여 있다. 헤~~~


거기까지가 오늘 있던 두 낚시에 대한 대략 조행기이다.

그리고 즐겁게 집에 돌아와서, 정리를 시작했는데..

---------

주꾸미는 사실 뭐 정리할 게 없다. 살짝 물에 헹궈서 데쳐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대략 몇마리나 되는지 세어보자~ 하고 세기 시작하는데 세어도 세어도 한도 없이 나온다.

결국 우리집에 온것만 96마리 임이 확인되고.. 그러면 선배네 집에는?? 35마리.

그러면 배에서 아침에 데쳐먹을 때 열댓마리.. 라면에 열댓마리.. 삼십마리 더하면? 150마리가 넘는다. 쿠쿵~~

일인당 오십마리가 넘는다. 쿠쿵~

그냥 정신없이 잡느라 몰랐고, 아이스 박스 속에는 물에 떠 있는 얼음 밑에 숨고 먹물 속에 숨어서 마리수를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가 주꾸미를 이렇게 많이 잡았단 말인가. 저 많은 주꾸미를 내가 다 떼어서 박스에 넣었단 말인가?

과연 선장이 쫓아와서 마눌님한테 이 아줌마가 서해바다 주꾸미 씨를 말리네~~ 하고 건넨 말이 농담만은 아니었구나 싶다.

자칭 주꾸미의 여왕에 등극하신 마눌님께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주꾸미는 그냥 살짝 데쳐 먹는게 제일 맛있다. 물론 싱싱할 수록 그렇다. 중국산 말고 국산이면 더 그렇다.

물을 끓이고 주꾸미를 넣으면 금방 발갛게 굳는다. 그 때 들어내서 가위로 몸통과 다리를 자른다. 다리는 그렇게 그냥 초고추장 찍어 먹고, 몸통은 다시 끓는 물에 넣어서 좀더 익힌다. 먹물집이 익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꾸미 다리 데친거..>



그리고 나선 잘 익은 몸통(아.. 이게 사람들이 흔히 대가리라고 부르는 건데 몸통이 맞다. 머리는 몸통과 다리 사이에 쬐금 달렸다.)을 꺼내서 한입에 쏙넣고 씹으면 입안에 퍼지는 먹물의 향기가 그윽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꾸미 몸통>




이게 기본이고.. 그걸 먹으면서 생각해 본 주꾸미 요리는 대략 이렇다.

이 발들을 살짝 데쳐서, 잘게 썰고, 그걸 갖은 야채를 넣고, 매콤 새콤하게 무친 후, 소면 사리와 함께 먹으면? 골뱅이 무침을 능가하는 주꾸미 무침~ 끝내 줄 것 같다.

월급쟁이들 소주안주로 인기 좋은 주꾸미 매운 볶음도 있다. 양념장 잘 만들어서 갖은 야채와 손질한 주꾸미 넣고 후라이팬에 지글지글 볶아서 먹는 주꾸미 볶음.. 이거 소주안주로 캡이다.

주꾸미 매운탕, 혹은 주꾸미 해물탕.. 해물탕 기본재료인 미더덕, 이런저런 조개등을 넣고, 주꾸미를 대량 투하해서 끓여낸 주꾸미 매운탕은 어떨까? 그걸 국물을 좀 줄여서 자작하게 끓인 전골. 생각만으로도 신체가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살짝 데친 주꾸미에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보면 어떨까? 소스는 요즘 인기있는 매콤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의 개량형으로 쓰고.. 주꾸미 탕수육~

가을 바다에 주꾸미가 이렇게 많은데도, 시장에는 맨 중국산 주꾸미만 올라온다. 이런 판에 주꾸미를 소재로 한 음식들을 가게에서 보기를 바라는 건 좀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이런 것 좀 즐기면서 살 정도로 여유가 있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공상을 끝내고 보니, 이젠 학공치가 남아 있다.

학공치 얘기는 벌써 많이 했기에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학공치 회,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거 진짜 맛있다. 일반적인 다른 회에 비해, 비린내가 덜하고 학공치 특유의 상쾌한 자연향이 있다. 거기다가 학공치 살은 탄력이 좋다.

그러면, 큰 학공치를 포를 떠서 회를 뜨는 것도 좋고, 작은 학공치를 뼈째 썰어 내는 세꼬시도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공치 큰넘을 포로 뜨고 썰어 봤다. >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학공치를 제대로 손질해서 만든 사요리초밥, 일식에서 인기있는 것중 하나지만,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다. 새콤한 초밥의 맛과 진짜 잘 어울리는 생선인 것이다.

거기에, 학공치 튀김..

겨울에 먹는 빙어튀김보다 좋다. 이거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의 비교 차원에서 빙어보다 학공치가 한수위다. 튀김으로 튀겨질 때 육질의 변화라거나, 안전성에서도 학공치가 좋다. 비용은? 학공치 양식한다는 소릴 못들었으니 모르겠지만, 개체수는 단연코 학공치가 많다.

거기다가.. 학공치는 크다. 은어보다도 더 길다. 이거 통째로 배 갈라서 튀기면, 즉 피쉬 커틀릿 형식으로 만들어서 소스 끼얹으면 한마리로 어지간한 메인 디쉬가 될 수도 있다.

학공치 회를 가늘게 썰어서 야채에 무치면 어떨까?

학공치로 끓인 매운탕도 좋다. 학공치 살이 물러서 풀어질 것 같지만 천만에 말씀, 생각보다 훨씬 더 졸깃하다는 선배의 경험담이 있었다.

꽁치 졸이듯이 졸이면? 역시 좋다. 매콤짭짤한 양념속에 벌어지는 학공치의 하얀 속살..

이거.. 학공치가 왜 전어보다 안 뜨는지가 전혀 이해가 안 갈 정도이다. 전어야 뭐 구이 아니면 세꼬시 밖에 없는데.. 마케팅의 차이일 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히 전어보다 학공치가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음식의 관점에서는 학공치가 훨씬 더 고급스러운 식재료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조만간 도시의 뒷 골목에 값싸고 맛있는 술안주로 학공치 요리가 뜰 것으로 기대해 본다.

두건의 대박을 동시에 터뜨린 어제 낚시 여행의 대단원은 이런 술상으로 끝났다. 술은? 당연히 소주~~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보너스 샷으로, 주꾸미무침과 소면, 그리고 학공치 초밥 샷을 올려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뚝심송ⓒ

-------------------------------------------

편집자주) 이 글은, 원저자의 동의하에, 별도로 편집,게재된 글입니다. 불법적인 펌글이나 스크랩이 절대 아님을 밝히는 바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한RSS를 이용해서 보다 편리하게 알밥로그를 구독하세요.

TRACKBACK :: http://albablog.kr/trackback/238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닭배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마다 댓글 깽판 시위를 한댔더니만... 일부러 먹는 거 자꾸 올리는 거 봐라. 염장 지를라고... 그래 봤자 소용 없지. 나 이번 연말에 한국 또 들어 가는 데 그때 다 먹을 거다...

    2007/12/05 01:25
    • 닭배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참... 까 먹을 뻔 했네. 찌질넷 접속을 정상화 하라.

      2007/12/05 01:26
    • Favicon of http://albablog.kr albab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번 연말에는 들어오시면 진짜 모여도 되는 겁니까?

      또 낚시하는거 아녀~~ 당췌 믿을 수가 있어야쥐~~

      2007/12/05 01:30

1  ... 611 612 613 614 615 616 617 618 619  ... 840 
BLOG main image
ALBABLOG
알밥을 아십니까?
by 알밥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840)
정치 (223)
사회 (87)
문화/여행 (194)
경제 (16)
스포츠 (15)
과학기술 (22)
음식 (108)
영화 (5)
사는이야기 (78)
문학 (38)
시리즈 (6)
북리뷰 (5)
알바명단 (43)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모든 알바들의 정신적 고향, 찌질넷~



Statistics Graph
Cand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