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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치카 라면

음식 2007/12/06 02:08 by 알밥






뻬치카 라면이 최고다.

수도없이 많은 종류의 라면이 시판되고 있으며, 그 기원은 중국설과 일본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래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면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이며, 최초 삼양라면이 출시된 이래 전국민의 기호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또 우리나라의 라면이라는 존재이다.

요즘에는 특이하게 조리된 라면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라면은 기름에 튀겨나온 유탕면이 주류다. 스프는 이러저러한 양념을 넣고 있으나 그 성분이 심히 의심되므로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라면의 면발은 반죽후 기름에 튀기는 과정을 통해 일차 조리가 된 상태이므로 밀가루를 다 익히기 위해서 장시간 조리할 필요가 없다. 다만, 순간적으로 고열에 익힐 수록 탄력성이 더해진다는 특징이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조리한 라면보다 식당에서 한개씩 끓여준 라면이 훨씬 맛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화력의 차이라는 것이다. 넓적한 냄비에 물을 끓이며 집게로 면발을 뒤적뒤적 해주면, 고온의 물에 익던 면발이 순간적으로 공기중에서 냉각되면서 쫄깃한 느낌이 더 좋아지는 것이다.

스프는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좋지 않은 합성 조미료 성분도 많고 염도가 지나치게 높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입맛에 맞춰서 생산공장들이 그 성분을 지속적으로 조절해 온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라면 회사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심지어 같은 품목의 라면이라 하더라도 생산공장에 따라서 미묘한 맛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각종 첨가물 또한 라면의 풍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는 계란하나에 파 몇쪽 정도로 끝나는게 정설이지만, 사실 라면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 오만가지 식재료를 다 쓸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라면에 해산물을 넣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짬뽕라면이나 해물탕면 등의 이름으로 해산물 맛을 내는 라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제로 가장 기본 모델인 삼양라면이나 신라면 등에 조개, 새우, 홍합, 미더덕, 미역, 다시마등의 재료를 넣고 끓여서 시원한 맛을 즐길 수도 있다.

오뎅(어묵이 정확하지만 시중에서는 아직도 이 말을 더 많이 쓴다.)이나 햄,쏘시지등을 넣기도 하고, 심지어 얇게 썬 고기를 넣어서 즐길 수도 있다.

신세대들은 카레등의 향료를 넣어서 특이한 맛을 즐기기도 하고, 다 끓은 라면위에 치즈를 얹어 먹기도 하지만 성인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채소들도 라면의 부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당근이나 쑥갓, 상치나 파슬리등을 쓰기도 하며, 고추나 피망으로 매콤한 맛을 더하기도 한다.

사실상 라면이 주재료는 아니지만, 부대찌개에 넣어서 끓여 먹는 라면사리의 맛도 라면의 한 쟝르로 자리를 잡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라면의 정석을 벗어나기는 하지만, 궁물없는 라면도 나름대로 인기 품목중의 하나이다. 제품 자체가 비벼먹도록 만들어진 것들도 있지만, 스프없이 면발만 익혀서 물을 따라 버리고 갖은 양념을 해서 비벼 먹기도 한다. 물론 신세대 취향이라면 케첩등에 비비기도 한다.

그러나...

라면은 뭐니뭐니해도 군대에서 끓여 먹는 뻬치카 라면이 최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겨울 내무반의 난방을 위하여 분탄을 물에 개어 떡처럼 만들어 태우는 뻬치카는 이제 대한민국 육군 시설중에서도 모두 사라져 말로만 전해지는 추억의 존재이다.

뻬치카에 불이 꺼지면 다시 붙이기도 무척 어렵고 연료 자체가 검은 분탄가루여서 십분만 일을 해도 얼굴이 온통 시커매진다. 결국 뻬치카 당번, 뻬당은 모든 업무에서 열외 처분을 받고 하루종일 뻬치카 관리만 하게 된다.

한밤중에 영하 이삼십도를 쉽게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속에서 외곽보초를 서고 내려오면, 온몸은 꽁꽁 얼어붙고 소주 한잔 생각이 간절해 진다. 끗발있는 부처에 근무한 관계로 병장 달자마자  내무반 병장들의 음주문화를 주도한 나의 경우에는 항상 짱박아놓은 경월소주 댓병이 있었고, 내무반 뻬당은 자기 업무시간보다 내 보초근무 시간을 더 열심히 챙기곤 했다.

내가 들고가는 소주댓병의 효과였으리라.

춥고 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소주 댓병을 품에 안고 내무반 뒤로 돌아가 뻬당을 부르면 빠곰히 내미는 시커먼 얼굴..

군용 철제 반합의 속뚜껑을 다 제거하고, 라면 두개를 생으로 까서 넣고 스프를 뿌린다. 거기에 얼음같이 차가운 양구 샘물을 담고 반합의 뚜껑을 덮어, 길다란 철근으로 만들어진 불쏘시개에 걸어 지옥불보다 더 뜨겁게 타고 있는 뻬치카에 들이민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다시 꺼내보면, 쇠꼬챙이와 반합 손잡이까지 붉게 달아오른걸 볼 수 있다. 석면 장갑을 끼고 반합의 뚜껑을 열어보면 순간 초고열로 순식간에 끓어올라 최상의 쫄깃함을 자랑하는 면발과, 가슴속을 달궈줄 얼큰한 궁물이 있는 것이다.

어떤 회사의 라면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끓인 라면이라도 이보다 더 맛있는 라면은 없다.

두산에 인수되어 이미 사라져 버린 경월소주, 그 맛대가리 없는 소주도 그런 상황에서 먹는다면 27년산 발렌타인보다 감미롭다.

왜 모든 추억은 항상 이렇게 아름답게만 남는 것일까..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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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원저자의 동의하에, 별도로 편집,게재된 글입니다. 불법적인 펌글이나 스크랩이 절대 아님을 밝히는 바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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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닭배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7년산도 있어요? 난 17년 이랑 30년 밖에 못 먹어 봐서...
    댓글 하나 달면 본문 하나 올라오고... 또 댓글 달면 또 본문 하나 올라 오고... 재밌는데요. 이래서 시위대랑 전경이 정이 드나 봐요.

    2007/12/06 02:12
    • Favicon of http://albablog.kr albab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경월소주를 비교하려니 미안하잖아요~

      2007/12/06 02:20
    • 닭배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헌 깊은 뜻이... 역쉬 전임이긴 하지만... 대장 출신이 머가 달라도 다르군효.
      ..

      경월소주가 그렇게 좋은 소주 였군화...

      2007/12/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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