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쓴다고 돌맞지 않을까 겁나지만... 어제 딸내미 데리고 세종문화회관 "메시아" 공연을 다녀왔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극장은 혼자서 꽤 자주 다녔었다. 대학교 때는 학생석이 500원이었는데(= 당시 거북선 담배값) 국향이나 시향이나 정기공연은 항상 텅텅 비는 까닭에 학생권 끊어서 S석에 앉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왜 하필 헨델의 메시아였냐 하면, 알고보니 여기저기 연말을 맞아서 좋은 공연이 많은데 예매를 넘흐 일찍 하는 바람에 그때는 볼 만한 게 이것 밖에 없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 사이 초대권으로 관객을 채우는 공연에는 몇 번 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지만, 대극장 공연은 이래저래 20년 넘어만에 가본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공연도 헨델의 메시아였던 것 같다. 대학교 때 이대강당에서 했던 공연으로 기억한다.
헨델의 메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할렐루야" 합창에서 떠오르는 극장이 터질 듯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다. 그런데 그동안 워낙 음향시설 좋은 영화관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던 탓인지, 오랜만에 찾은 대극장은 합창단이 압도하기에는 너무 넓어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헨델의 메시아라고 하면 장엄한 "할렐루야" 합창을 떠올리고, 종교를 바탕으로 한 미사곡이나 장송곡들을 대표하는 곡들도 대부분 폭풍이 불어닥치고 거대한 해일이 덮어내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지만, 사실 종교음악은 경건하면서도 가녀린, 관객의 감성을 너무 들뜨지 않게,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하게 어루만지는 곡들로 대부분 채워져있다. 기본적으로 어린 양이 주님을 향해 마구 불쌍하고 연약한 시늉을 하면서 바치는 음악이 종교음악이다.
오라토리오는 그냥 대면대면한 극장에서 멀쩡하게 서서 공연하는 오페라 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무대장치나 액션은 빠져있지만 스토리와 대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음악극의 형식 정도...
얼마 전에 포켓횽의 글에서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학교에서 가르쳤던 기억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서양음식을 먹을 때의 에티켓과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애매모호한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로 클래식 공연에서 박수를 언제 쳐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오라토리오는 각각 독립적인 아리아나 합창곡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미리 얘기를 듣지 않으면 곡 하나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기 쉽다. 어제도 그랬다. 그런 경우에 연주자들은 때로 싫은 표정을 하거나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넘기는 것이 보통인데, 어제는 공연 시작 후 곡이 바뀔 때마다 박수가 나오자 연주자나 지휘자가 손을 흔들어 이를 말렸다. 그래도 관객들은 줄창 박수를 쳤다.
까짓거 박수 치고 싶을 때 치면 되는 거지, 박수 칠 때와 안 칠 때를 굳이 구분해서 따질 필요가 뭐있냐는 게 그동안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간 휴식이 끝나고 2부가 시작될 때 "편안한 감상을 위해 곡이 바뀔 때 박수는 삼가해 주삼" 하는 자막이 나왔다. 그래서 2부 공연에서는 전혀 박수가 없었다.
그래서 알게됐다. 박수 칠 때와 안 칠 때의 구분이 왜 필요한지를. 그리고 때를 가리지 못하는 박수가 연주와 감상 모두에 얼마나 큰 방해가 되는지를. 그 덕에 2부 공연은 정말 폭~~ 빠질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헨델의 메시아 공연에서 하일라이트인 "할렐루야" 합창은 마지막 쯤에 편성된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헨델의 원보를 그대로 연주했다고 하는데, 원보에는 "할렐루야"가 중간에 들어있는가보다.
으레 "할렐루야"는 마지막에 나오겠거니 하고 넋놓고 조용조용 나긋나긋한 곡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너무나도 귀에 익은 짧은 전주가 나오더니 "할~~렐루야"가 터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여러분들은 "할렐루야"가 연주될 때 관객이 기립한다는 것을 혹시 알고 있는가? 나는 몰랐다. 느닷없이 공연 중간 부분에서 "할렐루야"가 연주되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거기다 갑자기 관객들이 죄다 일어서는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겠는 가운데 그런 것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가 어정쩡하게 선 채로 합창을 듣고 있는 기분은, 민방위훈련을 가서 졸린 눈 비비며 방송으로 나오는 애국가를 듣고 서있는 뻘줌함과 비슷했다. 물론 음악 속에 금방 파묻히긴 했지만.
쉬는 시간에 차를 마시면서 딸아이한테 물어봤더니 걔는 학교에서 배웠단다. 사람들이 안일어나면 어떡하나, 일어서야 되는데 아무도 안일어나면 혼자 일어날 수도 없고 등등 그렇게 걱정했는데 다들 일어나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내가 감히 "음악적 완성도"를 운위할 처지는 못되지만, 좌우지간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공연은 아주 훌륭했다. 쓸데없는 중간박수가 없었던 2부 공연 내내 에티켓이고 뭐고 간에 탄성과 함께 박수를 내지르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
초대권을 뿌리는 공연에 가보면 공연 끝나고 음식 차려놓고 꽃다발 주고 그렇게 하는데, 어제 공연을 다 보고 나서는 혹시 누구라도 연주자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 기다렸다가 "정말 잘했다, 정말 좋았다"며 흠뻑 칭찬해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와질 정도였다.
어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테너 솔로를 맡았던 이원준이라는 성악가다. 한양대학교 교수이면서 주로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서곡 끝나고 첫번째 연주된 테너 솔로곡인 "COMFORT YE, MY PEOPLE"부터 나를 완전히 매혹시켰다.
뭐, 나만 모르지, 이 계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랐다면 이런 음악가 하나 쯤은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아쉬운 것은...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할렐루야" 합창곡 만큼은 5~600명씩 떼거지로 모여서 부르는 교회연합성가대 공연이 제 격일지 모른다는 수준낮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12월이 되면 전국에서 크고 작은 메시아 공연이 수십 군데에서 이루어진다. 세종문화회관만 해도 다음 주 월요일에 교회연합성가대의 공연이 있고, 12월 20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합창단 공연이 있다. 요즘은 지방에서도 공연히 활발하게 벌어지므로 각 도시 마다, 지자체의 예술단체나 교회연합에서 공연이 이루어질 것이다.
내년에는 소위 초대형 매머드 합창단에 의해 연주되는 "할렐루야"를 일부러 찾아서 들어볼 생각이다. 그때도 역시 교회연합성가대의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20년 전의 이대강당 공연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5~600명의 입에서 동시에 "할~~렐루야"가 터져나오면 아마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느껴지지 않을까...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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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떤 발음이 원 발음이오? "메시아"야? 아님 "머싸이아"야? 찌질넷 이전은 언제 완료 되는 거얌?
2007/12/07 20:05발음은 모르겠고 댓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닭배달횽 일인시위 끝나면 알밥로그 허전해서 어쩌나 걱정부터 앞섭니다. 그래서 아마 일부 알바들은 고의적으로 찌질넷 이전을 방해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7/12/07 20:09그게 바로 접니다. ㅋㅋㅋ
댓글을 찌질넷에서 달아 드려야 하는 데... 납흔 광리자들 때문에...
2007/12/07 20:18그나저나... 전 음악을 잘 몰라서... 더군다나 일어서서 들어야 한다는 건...
울 동네 풋볼 할 때 참전용사들이 행진하면서 proud to be american 이란 노래 나오고 그때 사람들 기립 하거든요.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안 일어나고 싶은 데... 그 참전용사들이... 한국전 참전한 사람들 이라서 태극기 들고 들어 와요. 할 수 없이 나도 기립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