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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대 간첩단 사건

사회 2007/12/08 11:22 by 알밥






대학 입학하자 마자, 재미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학교 앞 굴레방 다리 근처에 하숙을 하고 있던 내 하숙집은
학교 쉬는 날이나 강의 마친 후 오후에는 갈 데가 마땅찮은 친구들의 사랑방이 되고는 했었죠.
 
우린 카드를 치거나 잡담을 하다가, 해가 지면 근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밤새 개똥철학을 논하고는 했었습니다. 그 때 어울리던 여러 친구 중 하나였는 데, 이 친구는 경제학과 1년에 다니고 있던 김씨 성을 가진 재일교포였습니다. 김xx는 재일교포 2세인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어릴때부터 태권도를 배웠고(태권도 2단), 대학만큼은 반드시 조국에서 마칠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친구였습니다.
 
연대어학당에서 1년동안 우리 말 공부를 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나보다는 한 살이 위였는데,
말을 배울 때 경상도 사람에게 말을 배워서 경상도 억양을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1학년 여름 방학 전에 이 친구가 나와 몇 명의 친구들을 일본의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먹고 살기 바빴고, 군에도 안 간 상태여서 해외여행은 무척 어려웠던 상황이라서 아무도 그 초대에 응하지는 못했지요. 사실, 가고 싶기는 했었지만......
 
그 후, 이 친구 뭐가 바빴는 지 .. 놀러 오는 횟수가 뜸해졌었고, 나는 2학년 여름방학을 마치고 군입대를 하기 위해 휴학을 했습니다. 그리곤 10.26 직후 군 입대를 하고, 한 동안 군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전두환이 대통령 취임한 그 해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한 대학 동기인 S가 면회를 왔습니다. 그 녀석이 전해 준 말은 내겐 큰 충격이었는 데, 그 것은 김xx이 간첩죄로 구속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나는 도저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S가 하는 말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김xx가 간첩이란 건 나도 믿지 못하지만, 북에 가서 김일성을 만난 건 사실 같더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김xx와 함께 일본으로 갔다가 함께 북으로 갔던 김xx의 친구들이 모두 구속되었다는 내용도 전해 줬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가 나와 있던 신문도 몰래 보여주더군요...
 
S는 그 다음주에 또 나를 면회왔습니다. 늘 함께 지내던 H (H는 3학년 1학기 휴학하고 군 입대한 친구입니다)가 군 보안대에 체포되어 갔다는 소식을 전해 주러 왔던 거였죠. 그리곤, 나는 아무 일 없는 지 물어 봤습니다.
당시 수사팀은 김xx의 학생수첩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친구들을 하나씩 잡아다가 문초를 했었는데, 수사팀이 김xx의 3학년때 수첩에 나와 있는 학우들만 취급했다가, 나중에 2학년때의 수첩을 발견하고는 H를 연행해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2학년때 김xx의 수첩에는 분명 내 이름도 있었을 텐데, 왜 나는 무사한 거지?라고 불안 반, 안도 반의 심정으로 있던 그 며칠 후......평소 정보를 주고 받던 옆 부대의 보안사 준위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 부대에서 짬밥 한그릇 같이 하자더군요. 나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옆 부대로 건너 갔습니다. (내가 있던 부대는 육군항공단이었는 데, 활주로 끝 저 편에 한국군 부대가 있었죠..)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제게 잘 해 주던 그 준위가 사무실에 가서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하더군요.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이 사무실같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취조실 같다고나 할까요..
약간 긴장을 했습니다. 혹시?? 이 냥반이 보안대인데..?? 이런 의심이 퍼뜩 드는 순간, 질문이 꽂혔습니다.

대략 그 당시의 대화는 이랬습니다.

 

  그: 김xx을 아느냐??

  나: 안다.

  그: 어떤 관계냐?

  나: 학교 친구다. 그 친구는 경제과, 강의도 같이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친구가 되었다.

  그: 마지막 만난 게 언제냐?

  나: 작년 여름 방학부터는 못 봤다.

  그: 김xx가 간첩인 건 알고 있느냐?

  나: (흠칫 놀라는 척하며) 모른다. 그럴 리가 없을 거다.

  그: 간첩 맞다. 뉴스를 못 들었나 보네.

  나: 전혀 몰랐다.

  그: 알았다. 평소, B상병을 보면 나도 이런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부대에 가서는 오늘 우리 만난 얘기는   하지 마라.

  나: 알겠다.



 
 
약 30분간의 취조인지, 대화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시간을 마친 후, 나는 다시 발걸음을 우리 부대로 옯겼습니다.
 
김xx는 약 2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영구추방 형식으로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 소식은 그걸로 끝이었죠.
분단 조국이 낳은 한 청년의 인생 역경...이 친구 지금 뭐 하는 지 참 보고 싶군요.
 
참, 이 사건은 당시 Y대 간첩단사건으로 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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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널 잡으로 왔다. ㅎㅎㅎ

    2007/12/08 11:30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널 잡으로 왔다. ㅎㅎㅎ

    2007/12/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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