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낚시가서 뭐 먹은 얘기 쓸 때마다 솔직히 미안한 생각이 좀 듭니다.
지금 이 순간도 국가발전에 여념이 없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생각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마치 약올리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록을 남기는 건 즐거운 일이죠. 그러니 너무 부러워 마시고 같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매향리에서 궁평항까지 이어져 있는 화웅방조제를 다녀왔습니다.
화웅방조제 한 중간에 선착장이 있는데, 그 선착장 주변은 온통 뻘로 되어 있는 통에, 밀물이 밀려 들어오면 망둥이 잡기가 참 좋고, 간조가 되어 물이 다 빠져 버리면 조개도 캐고 새우도 잡고 게도 줍고 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거기다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번잡하지 않아서 더욱 좋죠.
오늘의 목적은..
철늦은 망둥이를 잡는 겁니다. 다들 자랄대로 자라서 씨알은 무척 굵죠. 하지만 마릿수가 없습니다.
한 두달 전에는 씨알이 작은 대신 마리수가 많아서 넣는 족족 올라오는 맛에 즐거웠는데, 이번엔 그럴 수는 없는거죠.
오후 네시 만조에 맞춰서 느지막히 길을 나섰고, 가는 길에 매향리 초입에 있는 우거지 왕갈비탕집에 들어가 갈비탕 한그릇씩 먹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선택한 것 치고는 대단히 훌륭한 선택이었지만 그것까지 염장질 용으로 쓰기는 좀 미안하군요.
지렁이 두통을 사고 물어보니 망둥이가 곧잘 나온답니다.
화웅방조제입니다. 길도 다 닦아 놨지만 아직 정식 개통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궁평쪽은 깔끔하게 된거 같은데, 매향리 쪽은 이어지는 도로공사가 안되어서 비포장입니다.
겨울 바람이 쓸쓸한 포구에도 배들은 모여 있죠.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이 들이 닥치는 쪽은 방파제 위 까지 파도가 넘실댑니다.
다행히 선착장의 구조가 좋아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망둥이 낚시는 무척 단순합니다.
그저 추 달고 큼직한 바늘 달아서 갯지렁이 실한 넘으로 끼워서 멀리 던져 놓으면 됩니다. 더 많은 조과를 올리고 싶으면, 가끔 살살 끌어 주면서 입질을 유도하고, 낚시대를 손에 들고 민감하게 입질에 반응하면서 챔질을 하게 되지만 겨울엔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던져 놓고 지켜보기 입니다.
얼레~
저 아저씨는 한마리 잡았는데, 왜 우리는 감감 무소식??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습니다.
결국 추워서, 낚시대 걸어 놓고, 차안으로 대피~
차안에서 낚시대를 지켜봅니다.
차 문짝 북~ 긁힌 자국 있네~~
차 주인 속좀 상했겠네~~
디카라는게.. 필카하고 달라서 대충 해가 꽤 높이 떠 있어도 이런 사진이 나옵니다.
옆에서 누가 코치 해줘서 대충 눌렀더니.. 그럴싸 한 그림이 나왔습니다.
똑딱이라 무시하지 맙시다~~
해질때 까지 낚시를 했으나 조과는 별로였습니다. 아니 저만 별로였습니다. 흑흑흑...
망둥이~ 망둥이~ 노래를 부르면서, 잔뜩 잡아 잘 말려서 겨우내 술안주로 쓸테다~ 라며 전의를 불태우시던 바닐라님은 말리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큼직한 넘을 두마리 잡았습니다.
사진은 아마, 바닐라님 블로그에 올라올 듯..
나머지 세사람은 몽땅 침 흘리면서 구경만...
결국, 찌질넷에 올라왔던 굴구이 노래를 부르면서 조개구이 집으로 향합니다.
원래는 굴만 한 자루 놓고 궈 먹으려 했는데, 사람 입이라는게 또 어디 굴만 먹게 되나요...
그리고 궁평항 지나 오는 송산 먹거리 촌에는 조개구이가 또 좋거든요. 사실 굴값이 생각보다 비싸서..
조개구이 대짜를 시키고, 조개를 좀 줄이고 굴을 많이 넣어 달라고 졸랐습니다.
가리비에 뭐에 뭐에 다양한 조개와 함께 큼직한 굴이 막 올라옵니다.
냄비는 키조개 관자와 살을 넣고 고추장을 듬뿍 뿌린 국물용 냄비..
금방 조개들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고, 굴은 김을 뿜으며, 조개탕 국물과 키조개 찌개가 끓기 시작합니다.
오십세주 팍팍 사라지면서 다들 먹느라 바빠 조용하군요.
집게 소리와 가위 소리만..
키조개 살에 야채 듬뿍 들어간 냄비..
국물이 졸면 옆에 있던 조개탕 국물을 좀 넣어주고, 대합조개가 벌어지면 조개안에서 나온 물도 부어줍니다.
이거 되게 단순한건데 재료가 워낙 좋다 보니 국물이 끝내줘요~
굴구이입니다.
왼쪽은 좀더 익힌거, 오른쪽은 좀 덜 익힌거..
사람에 따라 약간 더 익은 걸 좋아하기도 하고, 물도 마르지 않은 날것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전 양쪽 다 좋아합니다.
이것은 무슨 조개일까요?
피꼬막이라고도 부르는 피조개입니다. 꽤 큰넘이죠.
약간 비릿한 저 국물이, 핏물같이 붉은 저 국물이 그래 좋다는 거죠..
전 뭐 별 필요없어서 안 먹고 총각 줬습니다. 험~~
어지간히 굴이 떨어지자, 다양한 조개를 마구 올리고 굽습니다.
소라도 보이고, 이런 저런 작은 조개가 막 보입니다.
이러고 있으니 아줌마가 와서 굴을 한접시 수북하게 더 서비스를 해 주시는군요.
따봉~~
오십세주와 함께 조개와 굴 구이를 즐겼다 해서 그냥 돌아서면 안되죠..
서해안 아무데나 가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바지락 칼국수도 시켜 봅니다.
김치가 먼저 떡 하니 나오는군요.
그리고는...
미처 사진기 들이댈 틈도 없이 게눈 감추듯이 사라져 버립니다.
분명히 조개나 굴도 결코 작은 양이 아니었는데...
이 현존 인류를 대치할 비만인류들은 도저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망둥이 낚시와 조개+굴구이를 즐기면서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좋은 먹거리를 우리에게 공급해 주는 서해안에 또 어디선가 유조선이 망가지면서 기름이 뒤덮였다죠..
결국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의 바다를..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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