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지역을 가면 목욕탕이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가 사우나고 다른 하나가 반야이다.
사우나는 아래 짜장방횽이 설명한 대로 조그마한 복합리조트시설처럼 돼있고, 원칙적으로 한 팀이 시간을 빌려서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보통 2시간이 기본단위이다. 사용하는 시간은 2시간이지만 사우나측에서는 미리 불을 때고 물을 덥혀야 하므로 2시간 전부터 준비를 한다.
원래는 가족끼리 음식 싸들고 가서 사우나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매우 건전한 장소이지만, 러시아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의 기억에는 대부분 그것이 윤락시설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짜장방횽의 글에서 등장한 여인들이 그 자리에 동석한 현지관리들의 부인들이었다는 짜장방횽의 증언이 맞다면 건전한 모임이었겠으나, 무슨 호적등본을 확인해본 것도 아니고, 각각의 자택을 방문해본 것도 아니었을테니, 그 증언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이 남는다.
20대 돌탱횽이 넘쳐나는 젊음을 러시아에서 낭비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도, 광양 숯불구이집에서 러시아 사우나에 대한 얘기를 들은 뒤부터다. 대놓고 권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인상적인 경험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알고있는 '사우나'에 더 근접해 있는 것은 '반야'이다.
반야는 보통 우리네 욕실처럼 집에 설치되어 있는데, 집집마다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다녀본 동네에는 대략 열 집에 한 집 꼴로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중 반야도 있다. 반야에는 불건전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
반야의 구조는, 우선 욕실 바깥에 있는 아궁이에서 장작, 주로 자작나무 장작을 때고, 안으로 들어가면 큰 드럼통을 중간을 뚝 잘라놓은 모양으로, 아랫쪽은 조약돌로 채워져 있고 위쪽에는 물이 채워져있다.
아, 80년대에 군대 다녀온 사람이라면 빼치카를 떠올리면 되겠다. 대략 그런 구조다.
장작을 때서 드럼통에 있는 돌이 달궈지면 사우나를 시작한다. 보통 한증막처럼 열기로 가득찬 욕실에 잠시 앉아있다가, 양동이에 있는 물을 약간 퍼서 드럼통 중간에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달궈진 돌 위에 확 끼얹는다. 그러면 대포로 쏘는 것처럼 "뻥!!"소리를 내며 증기가 터져나온다.
그러면 욕실은 증기로 가득차고 열기는 더 뜨거워진다. 그러다가 조금 식는 듯 하면 다시 물을 조금 끼얹어 욕실을 덥힌다. 그리고 욕실 구석에는 눈을 퍼서 담아놓은 양동이가 따로 있는데, 눈이 녹아 물이 되기를 기다려 뜨겁게 달아오른 몸에 끼얹어준다. 이런 식으로 증기욕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거 처음할 때는 나를 데려간 싸부가 설명을 대충 했는지, 내가 대충 들었는지, 돌 위에 물을 끼얹으라는 말만 생각이 나서, 들어가자마자 한 바가지를 퍼서 확 끼얹었더니 정말 욕실이 터져나갈 정도로 증기가 터져나오고 순식간에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 되고 말았다.
당황한 나는 뜬금없이 빨리 물을 더 부어서 달궈진 돌을 식혀야 된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더울 때 마당에 물을 뿌리면 공기가 시원해지는 것도 순간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또 한 바가지를 퍼서 과감하게 확 끼얹으면 그만큼 또 증기폭탄이 터져나오고, 나는 또 돌을 식혀야된다는 일념에 또 물을 끼얹고...
그러다가 거의 빈사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 순간 싸부가 들어와 나를 끌고나왔다. 보통 반야는 그쪽 가옥구조상 집 바깥에 있다. 나를 반야에 들여보내놓고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가끔 들려야 할 폭탄 소리가 거의 1분에 한 번 꼴로 터지는 걸 듣고는 뭔 일 나겠다 싶어서 들어와 봤다는 것이다.
그렇게 첫 반야를 경험한 시간은 채 5분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우 정신을 수습한 뒤 거울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뽀~얀 피부에 반질반질 윤기나는 얼굴. 나 태어나 처음 구경해보는 모습이었다.
땔감의 차이인지, 돌에 물을 끼얹어 증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특이한 것인지, 좌우지간 그 효과는 우리나라 온천을 거의 섭렵해본 내 경험을 모두 합쳐도 거기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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