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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지역예선을 준비하기 위해서 한창 바빠야할 국가대표 축구팀이 가동조차 안되고 있다.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국내파 허정무 감독을 선임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다. 꾸준히 해외의 명장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하였으나 허사가 되고 말았다.
 
반드시 해외파 감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내파 감독도 철저히 준비하고 선진축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있을 것이다. 해외파 감독이 항상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본 프레레 감독, 아드보카트 감독, 핌 베어백 감독등이 모두 기대이하의 성적으로 끝나지 않았는가?
 
감독이 해외파인지 국내파인지가 문제는 아니다. 해외파와 국내파는 기술적으로 다른 점도 많다. 다만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도 지금의 한국축구를 하루아침에 급속히 발전시킬 수는 없다는 점이다. 감독의 수준문제가 아니라 한국축구에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냄비근성이다. A매치 한경기의 결과에 따라서 들끓는 여론이다. 그러한 여론에 따라서 유능한 감독들이 매우 단명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보통 축구팀의 플레이는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런데 한국축구는 누가 감독을 하더라도 항상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 물론 감독들이 선수들의 특성에 맞춰서 플레이 스타일을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보다는 감독들이 단명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새로 만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감독에 취입하자 마자 곧 바로 중요한 경기를 치뤄야하고 준비할 시간은 없다. 그러니 전에 하던 스타일을 고수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땜빵식으로 선임된 감독들에게 성적에 대한 요구는 대단히 무리한 경우가 많다. 특히 아시아의 축구가 발전함에 따라서 각국의 전력차가 과거와는 달리 크지않다. 당연히 단기전의 승률이 과거보다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엄청난 격차로 우리가 앞서있던 약체팀이 이제는 우리와 대등하거나 종종 우리가 지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더 이상은 아시아의 맹주노릇도 어렵게 되었다. 자연히 좋은 성적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항상 취임한 지 몇일안된 감독들에게 책임을 지운다.
 
문제는 여론몰이로 어렵게 영입한 훌륭한 지도자를 너무 쉽게 잘라버린다는 것이다. 또 항상 준비기간도 없이 A매치의 성적만을 잔뜩 기대하고 그 것을 충족하지 못하면 모든 책임을 국가대표 감독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대표팀의 감독자리는 지도자의 무덤이 되어있다. 이미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일이다. 누가 그런 자리를 흔쾌히 맡으려고 하겠는가?
 
2002년 히딩크 감독의 경우는 유일하게 해외파 감독으로서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월드컵 예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감독에 부임하였다. 오랜 준비기간이 주어졌다. 선수선발에 관한 전권도 보장되었다. 그런 그도 처음에는 오대영이라는 별명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도 충분하고 권한도 보장되었으며, 선수소집에도 거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철저히 자기방식의 축구를 설계하고 체력훈련부터 다시 시작하여 결국 큰 성공을 이룬 것이다.
 
히딩크의 성공이후 팬들의 눈높이는 너무 높아졌다. 다급함이 없는 상태에서 감독의 권한이 철저히 보장된 일이 별로 없다. K리그의 감독들은 선수소집에 대하여 국제규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선수들의 능력은 그리 높지 않은데 훈련시간은 모라자고 기대만 높다. 한두경기를 치른 후에는 가혹한 혹평들이 난무한다. 자기식의 축구를 만들고, 훈련시키고, 적용해보지도 못하고 잘리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감독들의 무덤인 것이다.
 
그래서 결국 외국의 명장들은 한국대표팀을 맡기를 꺼려할 수 밖에 없다. 이제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 예선부터 모든 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는 국내파지만 그에게도 역시 똑같은 방식의 메카니즘이 적용된다면 그리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우선 A매치의 좋은 성적을 위해 좀 더 노력할 것이지 K리그의 발전에 올인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둘 다를 포기할 수 없다면 적절한 수준에서 서로 양보해야 옳다. 둘 다를 잘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월드컵 예선통과와 본선의 성적에 올인한다면 국제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더라도 선수소집과 훈련기간을 늘려야 한다. 그럴 경우 K리그의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스타플레이어들이 국가대표 훈련으로 빠진 K리그는 기둥뿌리를 빼는 것처럼 무너질 것이다.
 
반면 국제규정에 맞는 수준으로 훈련을 해서는 국제경기에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직 우리축구가 유럽이나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객관적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대회의 성적이 너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경우 K리그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A매치 3일전 소집이 규정된 경우라면 적어도 1주일전 소집해서 좀 더 많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K리그에서 양보를 해야한다. 과거처럼 국가대표가 한달씩 합숙훈련을 할 수는 없더라도 1주일 정도는 양보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K리그가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안다. 그러나 국가대표의 형편없는 성적 또한 K리그에 장기적으로는 매우 불리한 일이 아닌가?
 
물론 그 정도의 훈련으로 썩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2002년의 4강신화같은 대단한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팬들과 축구계의 기대수준도 지금보다는 충분히 낮아질 필요가 있다. K리그의 발전과 함께 국가대표의 성적도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과거처럼 월드컵 본선에서 반드시 16강에 들어야 한다는 식의 기대는 과도한 것이라는 말이다. 아시아 지역예선도 전보다는 훨씬 어렵다. 각국의 수준이 향상되고, 호주같은 강팀이 새로 가세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시아 지역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현실적인 목표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리고 반드시 명심할 것은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뒤집어 씌워서 여론재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할 것이다. 실력에 비해서 과도하게 높아진 기대수준을 낮추고 좀 더 현실적인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A매치 성적과  K리그의 발전은 서로 보완적인 것이다. 조금씩 양보하여 공존을 모색할 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로 출범하는 허정무 호가 너무 거센 풍랑을 만나서 좌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성적이 좀 안나오더라도 부디 롱런하며 특유의 축구를 만들고 장점을 잘 살려나가는 한국축구를 보고싶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그만두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끊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계의 인사들도 좀 더 노력해야한다. 언론과 팬들의 냄비같은 근성도 좀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국가대표 감독자리가 무덤이 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j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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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범근 감독때도 정말 가슴 아팠었는데...
    이;번은 제발~~

    2007/12/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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