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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다녀왔습니다.

사회 2007/12/12 11:16 by 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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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정문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 아저씨에게 요즘 손님들이 대선 얘기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 양반은 나를 힐끔 보더니
 
아무말도 않고 운전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지요.
 
십수년전 광주에서 똑같은 질문을 했을때와 반응이 같았어요.
 
짧았겠지만 기나긴 침묵이 흐르고 그의 입에선 한숨이 새어나왔습니다.
 
"후....."
 
그리고는
 
"승객들이 대선 얘기는 입에도 올리지 않아요..."
 
무뚝뚝한 대답에 무안해진 나는 마침 창밖에 스치고 지나가는 한나라당 선거홍보 현수막을 바라보며
 
"세상 많이 달라졌지요. 예전에는 한나라당 후보가 광주에 오면 돌 맞았는데..."
 
혼잣말처럼 중얼댔습니다.
 
그때쯤 되니 기사 양반 말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더군요.
 
"아 옛날이야 사람 죽여놓고 그랬으니 미워했지만 이제 세상 달라졌잖아요"
 
"신당이요?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대선이 됐든 총선이 됐든 안찍어줄거요."
 
"그치만 민주당에서 이인제가 나왔으니 그것도 갑갑하고..."
 
"이명박 후보는 그렇게 흠이 많으니 당선된 후에도 나라가 시끄러울 것 같아 걱정이에요"
 
"차라리 이회창 찍겠다는 사람들도 있다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택시안은 말줄임표가 이어졌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광주전남지역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8%내외를 기록하고 있는데 만약 10%를 넘어 15%까지 기록하게 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숙원'이라는 지역구도 타파가 이루어진 것일까하는 상념이 스치는 순간 택시는 전남대 정문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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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호텔

 
 
제가 묵게 된 호텔이 히딩크호텔이었습니다.
 
2002 월드컵때 국가대표 선수들이 묵었다는 호텔인데 월드컵이 끝난후 아예 이름도 히딩크호텔로 바꾸었더군요.
 
호텔 객실마다 방주인이었던 국가대표 선수 이름이 붙어있는게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호텔의 모든 것-스포츠허브샵도 히딩크, 호텔내 일식당도 히딩크 명가-을 히딩크로 도배해놓으니 그 키취스러움에 팝 아트를 만끽하게 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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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컨벤션센터

 
그런데 호텔 외벽에 개그콘서트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학로를 지나면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개그콘서트 지금 막 시작해요" "웃찾사 보러오셨지요?"하며 호객행위를 해대던 그 라이브 공연...
 
그런데 그 공연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한다고라...
 
"전시컨벤션 산업의 요람"이자 "국제경쟁력을 갖춘 일류 컨벤션 센터"라고 홈페이지에 비전을 써놓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하는 개그콘서트 공연이라...
 
일전에 반공을 기치로 내건 수구꼴통들의 강연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수익창출을 위해서 개그 공연이 뭐가 문제야 하신다면...할 말은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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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그런데 그 호텔 앞마당에 웬 기념비가 있길래 가보니 정율성이라는 위대한 음악가가 탄생한 곳이라네요.
 
정율성이라...중국의 정식 군가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이 광주 출생이었군요. 항일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팔로군대합창> <옌안송> 등으로 존경받는 작곡가...
 
<팔로군행진곡>은 1949년 중국 건국과 함께 인민해방군가로 불려오다 1988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정식군가로 비준 받았다는군요.
 
김산은 최후를 비참하게 맞았는데 정율성은 한때 문혁에 협력하지 않았다하여 시련을 겪긴 했지만 그후 끊임없는 작곡활동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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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처녑


저녁을 먹으러 간 허름한 삼겹살집. 삼겹살을 시키니 먹음직한 간과 처녑이 서비스로 나오는데 그 싱싱함에 소주일병이 순식간에 빈병으로 뒹굴게 되더군요.
 
대선 유세 현장과 히딩크호텔과 개그콘서트와 정율성의 인민해방군가가 '묘한 부조화'로 한데 엮어지는 2007년 겨울 광주의 밤이었습니다.




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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