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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모 지방지 노조 위원장으로 계시는 분과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며, 그 분이 사는 방식이 지나치게 순수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그 때 나눈 이야기들 중에 뚜렷하게 뇌리에 남은 내용이 있어서 한번 적어 봅니다.
 
초중등교육이라고 표현되는 지방 교육청의 일들(도교육청 같은 경우에는 초중등이라는 표현으로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에 관한 업무를 관장합니다. 대학은 교육부 소속) 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주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교육업무라면 이래저래 중요한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아이들 밥 먹이는거, 옷입히는거, 약간의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교육, 지식의 전수, 철학의 전수, 삶의 자세에 대한 교육, 뭐 생각하자면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일들이 전부다 입니다. 물론 교육청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것들 보다는 돈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만..
 
그 분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딱 한가지였습니다.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초등학교 과정에서라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조위원장으로 계신 분이니 그럴싸하다 싶기도 하지만, 미처 이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던 저로서는 매우 참신하고도 놀라운 얘기였습니다.
 
당장 고등학교 아이들을 알바로 쓰는 주유소 사장이나 편의점 주인들이 얼마나 아이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는가 하는 현실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최저 임금 따위는 개나 주라는 식으로 너 아니어도 일할 놈 많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현실 아니겠습니까?
 
노동3권 따위의 거시적인 얘기보다 당장 자기가 월급받고 일하다가 사장이 떼먹고 안 줄 때,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가를 알고 계십니까? 알고 계신다면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우리나라 전 국민의 반 이상이 월급받는 노동자입니다. 이 얘기는 학교다니는 아이들중 반 이상이 자라서 노동자가 될 거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막상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노동자가 되었을 때, 어떤 권리가 있으며 어떤 의무가 있는지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저 하는 얘기는 노동의 신성함, 노동의 가치, 암소리 말고 돈 떼먹혀도 죽어라 일하라는 식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노동 3권은 그저 법조항으로만 존재하는 헛소리일 뿐입니다. 저 또한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저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고, 요즘 아이들 역시 절대 저런 얘기 듣지 못하고 자라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학시절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을 때, 이리저리 찾아서 읽어보고 또 사회 나와서 사업하면서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좀더 효율적으로 착취할 수 있을까 연구하기 위해서 읽어본 내용이 전부입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자본주의 하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일한만큼 돈을 받아야 합니다. 일을 시키려면 시킨 만큼 돈을 줘야 합니다. 노동에 대한 권한은 여기서 출발되는 겁니다. 4시간 강의를 했다면, 그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일한 시간 만큼 돈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이 자명한 사실에 반하는 모든 제도와 관행은 부조리일 뿐입니다.
 
물론, 자신이 교수가 되고 싶어서, 관행에 편승하기 위해서 기성 교수진에게 밉보이면 곤란하기에 잠자코 착취를 자진해서 당하는 군상들은 스스로 처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동료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열에 합세하는 악당이 되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권리에 대해서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사회 일반 대중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알고, 남의 권리에 대해 알고, 서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나아가서 함께 사는 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깨우치게 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어차피 다 늙어서 이명박같은 정치인에게 속아 열광하는 사람들이야 그들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시간이 다하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고, 그들이 미치는 해악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지만, 이제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가지고 새롭게 사회에 나오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진 것은 무엇이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되는거죠?
이럴 때는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 물뚝심송(since 2003)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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