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을 끝내고 쏜살같이 차를 몰아 헬스장엘 갔다.
도착해 보니 이런 제길헐~~~ 주차할 곳이 없는 거다.
이리저리 들이밀어 보다가 결국 그 동네를 한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다시 왔다.
어라?? 주차장 한 곳이 비어 있는 게 아닌가!!!
잽싸게 주차를 하면서 살짝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주차를 거의 끝낼 무렵 차 옆으로 누군가 지나가는 데 많이 낯익은 얼굴이었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직장은 인천에 있는 회사였다.
예전 CF에서도 자주 나오던 회사였다.
중견 그룹정도는 되었으며, 본사는 양평동에 있었고, 구미에 대규모 공장이 있었고, 덕소에도 아주 큰 공장이 있었다.
나는 인천에 있는 연구개발생산하는 곳엘 입사한 거다.
그 곳 상무라는 사람의 빽으로 들어갔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낙하산이었다.
처음에는 생산부로 입사발령이 났지만 곧 기술개발실 소속의 품질관리부로 부서 이동을 하였다.
나중에는 의약품사업부(말만 거창한~~~)가 생기면서 창설멤버로 근무도 했었다.
역시 빽은 대단한 거였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조금은 우쭐하게 지냈다.
한참 후에 상무가 짤리자.... (한동안 끔찍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러던 중에 내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새로 입사하는 신입사원이 몇 명 있었다.
그 중에 한 사원이 오늘 만난 그 사람이다.
편하게 임군이라 부르겠다.
임군은 나와 동갑이긴 한데, 생일이 1월 생이라서 나하고는 거의 12개월의 차이가 났다.
그래도 내가 며칠 먼저 입사했기에 선배랍시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좀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먹은 후 무슨 생각으로 후미진 자재창고엘 갔는지 모르겠는데 그 곳에서 임군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러 명의 임원들이 우리가 있는 곳에 들이닥쳤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자재가 종종 분실되고, 훼손되는 걸 알고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순시를 하는 거였다.
결국 임군과 나는 시범케이스에 제대로 걸린 거였다.
주임이란 작자가 와서 하는 말이 시말서를 제출하라는 거다.
울컥 하더구만... 그래서 되물었다.
아니 뭔 사유로 시말서를 쓰란 말이오?? 그냥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는 거를 쓰라는 거요??
담부터는 점심 먹고 구석에 처 박혀 있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쓰면 되는 거요?? 하면서....
주임도 좀 난처했는지 우릴 보고 그냥 담부터 조심하겠다는 정도의 글로 시말서를 쓰라고 했다.
결국에는 썼다. 시말서를....
한문으로 썼다. 시말서를~~
엿 먹으라는 뜻으로 말이다.
이런 사건을 거치면서 동병상련의 처지를 겪게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건이후로 급속히 친해졌다.
그때부터 약 칠년 간을 함께 지냈다.
예쁜 여자와 연애하는 것도 지켜보았고,
예쁜 그녀와 동거를 하기 위해서 좀 더 넓은 방으로 이사할 때도 함께 도왔다.
이사한 첫 날밤도 나와 또 다른 동료, 그리고 임군과 임군짝꿍 이렇게 네 명이 한 방에서 자고 먹고 했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 빌라로 이사할 때는 모두가 축하해 주었으며,
아들이 태어날 때는 병원에서 함께 조바심을 내 가면서 지켜보았다.
서로가 직장을 옮기면서 헤어지기는 했으나 자주 연락을 했고, 만났다.
그러다가 서울로 가게된 나로 인해서 사오 년 정도를 소식도 모른 체 잊고 지내게 되었다.
다시 인천으로 오게 되면서 나는 그를 수소문 끝에 다시 찾았고, 그런 나를 그는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2000년도에 컴퓨터 매장을 운영하면서 임군과는 자주 만났고,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많이 갔었다.
서로가 개인사업체를 하다 보니까, 이런 일도 있었다.
그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엘 업무 차 가게 되면 그를 만나기 위해 꼭 한 번은 들렸다.
그도 내가 오면 아무리 바빠도 식사를 함께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내게 말한다.
"쏭형 우리 문 닫고 술 마시러 갈래요?? 낮 술 한 번 마시자구요. 삼계탕에 백세주 어때요??"
뭐 따지고 말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좋죠!! 셔터 내리자구요. 갑시다."
상대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했다. 오랜 시간 속에 우린 서로를 신뢰했고,
상대를 위한 거라면 까짓 거 눈앞의 이익은 외면할 수 있었다.
그와 나는 오랜 기간을 만나면서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되었지만 서로가 단 한번도 말을 놓지 않았다.
이심전심이랄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맞는 것 같다.
그랬기에 늘 서로에게 존칭을 했고, 다른 동료들은 우릴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런 그를 2003년 9월 이후로 만나지 않았다.
나의 생활이 엉망이 되면서.... 중국을 자주 오가게 되면서.... 그를 안 만나게 되었다.
내가 두 번이나 임군과의 연결을 일방적으로 끊은 셈이 되었다.
그렇지만 문득문득 옛 생각이 날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그였다.
'호당육십만' 최화백에게도 종종 임군에 대해 이야길 하곤 했다.
그러던 그를 오늘 바로 길에서 만난 것이다.
자리가 있어서 주차를 바로 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그를....
동네 한 바퀴 돌아오고 나서 그를 만난 것이다.
이런게 우연의 일치란 건가??
아니면 그와의 인연이 이대로 끝날 수 없었던 건가??
주차시키고 바로 뒤쫓아갔다.
근데, 그의 바로 뒤까지 가서는 멈추고 말았다.
그를 붙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나를.....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와 동행인 사람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한 이삼 분을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그를 붙잡고 웃었다.
처음엔 나를 못 알아보는 듯 했다. 내가 그때보다는 많이 변한 건 사실이다.
나를 알아보고는 죽었는 줄 알았다면서 웃는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일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시간 이후로 지금까지도 반가움보다는 가슴 한 구석이 아프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정확한 이유는 좀 더 내 자신을 파고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은 데....
그와 함께 근무를 하면서 그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고, 나는 늘 그 보다 한 수 아래였다.
업무능력도, 창의력도, 발표능력도, 노조활동까지도 언제나 나보다 앞서 나갔다.
질투가 생기기보다는 그가 부러웠고, 자랑스러웠다.
그는 언제나 나를 먼저 추천했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의 호봉수가 오르면 나도 따라 올랐고, 그가 승진을 하면 나도 했다.
그가 표창을 받으면 그 다음에는 내가 받았다.
어떤 것이던지 그가 나보다 먼저 하게 되면 나에게 와서 내가 받아야 할 걸 자기가 받았다고 하면서 늘 미안해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는 기쁘게 축하해 주었고 우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그랬던 그의 모습이 예전보다 더 많이 힘들어 보였고, 술을 좀 마신 듯 한데 반짝반짝 빛나던 눈빛은 사라지고 퀭한 눈초리만 보였다.
이 것 때문일까?? 운동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운동을 끝내고 '호당육십만' 최화백에게 전활했다. 지금 출발한다고.
언능 오란다. 스파게티를 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해 먹기로 했는데 여차 저차 해서 늦어지다가 오늘 먹기로 한 것이다.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왔는데 발만 씻고 스파게티를 만든다.
숙련된 나의 솜씨는 여전히 건재했다. 사소한 몇 가지를 빼고는... 이거는 자주 안 하다보니 까먹은 거 같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스파게티가 완성되었다.
이게 그 사진이다.
좀 더 확대해서 보도록 해 보자. 이런이런..... 좀 더 확대를 해야 되잖아 이거~~~~ 으흠.... 이제 좀 잘 보이는 구먼~~~ 스파게티는 예쁘게 잘 비벼야 한다. 이렇게~~~ '호당육십만' 최화백은 너무 맛있다고 연신 감탄을 한다. 이거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정말 스파게티를 잘 만드는 것 같다. 밖에 나가서 먹어 본 스파게티 중에서 내가 한 것보다 맛있는 건 아직 먹어보질 못했다. 음훼훼훼~~~~ 그래서 정신없이 열나게 먹어치웠다. 이렇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맛있다고 핥아먹기까지 하다니..... 에잉~~~~ 이렇게 해서 오늘의 저녁식사를 무사히 마쳤다. 이제 씻어야겠다. 그나저나 임군이 전화한다고 했으니 만나야겠지..... 아.... 기다려진다. 아참!!! 스파게티를 잘 만드는 비법은 말 그대로 비법으로만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면빨의 상태와 소스의 온도이다. 팔팔 끓여서 단 한순간에 찬물에 식히는 거다. 그리곤 펄펄 끓은 소스를 확~~~~~ (예전 물대장의 닉이미지를 여기서 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
| Garbage In Garbage Out 쏭청요우@찌질넷 |
한RSS를 이용해서 보다 편리하게 알밥로그를 구독하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스파게티 글 보려고 들어왔는데, 스파게티보다 임군님(?) 얘기가 가슴에 잔잔히 남네요~있을 법하면서도 있기 힘들고, 별 얘기 아닌 것 같으면서도 가슴이 쑤욱 따뜻해지는. 그런 얘기네요. 잠깐의 피로로 임군님이 쾡한 눈이였던거면 좋겠네요
2008/03/17 17:57정말 그렇죠..
2008/03/17 18:13따뜻한 글 올려주신 쏭청요우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