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시작되고 며칠이나 지났던가. 산다는 일은 참 녹록치 아니하다고 툴툴거리던 어느 날, 메일박스에 "시베리아 가실래요?"라는 유혹이 얌전하게 들어있었다. 에잉~~ 돈은 없지만 가자. 여행빚이야 다녀와서 일하면 되지. 덜컥 질렀다. 비용도 만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13일 동안 일상을 떠나려면 어지간한 여유 가지고는 힘든 법이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없으면서 질렀으니 본전을 뽑아야 하는데...
여행 준비는 자고로 잘 해야 하는데 대충 했다. 그 결과 부적절한 가방에 너무 많은 짐을 넣는 바보짓을 했다. 3박4일 겨울 산행 준비물 정도를 챙기면 되는 것을. 카메라 관련 장비들과 노트북을 가져간 것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으나 화장품, 비누, 샴푸, 수건은 괜히 가져갔다. 사나흘이 지나자 일행은 거지꼴이 되고야 말았다. 화장은 무슨... 그리고 나머지 물품들은 다 구할 수 있었다. 역시 치약과 칫솔만 있으면 그만인 것을 일찌기 대학 1학년 첫 채집여행 때부터 알았거늘. 하여간 이번 여행 준비는 전혀 나답지 않았다. 물론 출발하던 날 새벽에 숭례문이 불타버린지라, 그 뉴스 보다가 뺄 물건들을 다시 살피지 않았던 탓이 컸지만.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면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떠나 보리라~~
1. 출발과 도착
인천공항. 22번 게이트가 비행기를 타야 할 곳이다. 거의 2시간 전에 수속을 마치고 들어왔다. 인천공항엔 커피자판기가 없다. 테이크아웃 커피 가게들만 군데군데 있다. 점심시간이라 허기도 졌다. 커피 오천원, 가벼운 점심 만원. 에잉~~ 기내식 줄 때까지 물 한 병으로 버텼다. 국제선 승객은 돈이 넘쳐나는 줄 아나... 별 이유없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받으면 돈이 있어도 안 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나를 실어다 줄 비행기. 이번 여행길은 출국과 귀국 모두 대한항공이다. 비싸긴 해도 국적기가 좌석도 크고 기내서비스도 썩 나쁘진 않다. 스튜어디스들은 게을러 터졌지만, 이쁘니까.^^
몽골이다.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의 이름은 징기스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발을 디디자마자 보이는 계단 벽을 다 차지하고 있는 사진이다. 몽골을 떠날 때까지 징기스칸은 어딜 가든 따라 다녔다. 몽골의 이름을 세계사에 각인시킨 영웅이시뉘. 최근 Y염색체로 족보 조사를 해본 결과, 징기스칸의 후손들이 전세계에 바글거리는 것을 알아냈다지. 아드님이 몇 명인지 아무도 모른다니. ㅎㅎ
공항 외관도 한 장 찍어드렸다.
2. 호텔
공항을 나오니 흰산이 되쏘는 빛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울란바토르는 해발 천미터가 넘는 고원에 자리잡고 있다 했다. 사진 잘 나오겠다고 희희낙락거렸다.
공항 근처에서야 썩 좋은 사진이 있으랴. 대기가 맑으니 하늘이 푸를 것이고, 눈도 많이 쌓였고, 그림이 좋을 것 같다는 기대에 차서 공항 주차장에서 한 컷 만들었다. 그런데...
시내 꼬라지가 이랬다. 으윽... 매연. 난방을 석탄으로 하다보니 '런던스모그'가 자욱하더라는... ㅡ.ㅡ
차가 거의 없으나 몇 대 없는 이 자동차들이 또한 매연생성기들이란다. 한국에서 폐차될 애들 수입해다가 굴리는 것이니 오죽하겠나. 일행이 탔던 버스 또한 한국에서 어느 사립학교 스쿨버스로 시작해서 관광버스 노릇까지 했던 녀석이었다.
호텔 도착.
솔직히 러시아 가는 길에 묵었던 몽골의 이 호텔이 젤 편하게 쉬었던 호텔이었다. 호텔에서 통상 기대할 수 있는 비품들을 제대로 갖추고 있던 유일한 호텔이기도 했고, 적당한 시각에 들어가서 적당한 시각에 나오기도 했고, 사람들과 미처 친해지지 못해 보드카 고문을 당하지 않았던 유일한 밤이기도 했으니까. 호텔 이름은 당연히 "징기스칸 호텔" '우리 울란바토르의 일등 호텔입네다'라고 조선족 가이드가 말했던 곳이다.
저녁 먹으려고 나가면서 야경을 찍었다. 울란바토르 시내 젤 번화가에 위치한 호텔이므로 번화가 생긴 수준이 대충 요 정도라는...
한 장 더.
루시@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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