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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안에서 - 러시아 3

문화/여행 2008/03/22 13:36 by 알밥




열차를 탔다.

19시간 예정이었으나 몽골과 러시아 국경에서 무려 3시간을 지체한 것에 더하여 여러가지 이유로 26시간이나 걸렸다. 국경에선 자는 사람들도 모조리 깨워 살벌하게 여러가지 조사를 했다. 특히나 길이가 190도 넘는 정말 잘생긴 군인 하나를 풀어 천장까지 뜯어보며 열차를 이잡듯 수색하는 것을 보고 아주 질렸다.

할 일이 없었다. 낮엔 사진이라도 찍었지. 밤이 되니 정말 무료했다. 술 마시는 일에도 지쳐 잠이나 자려 했더니, 잡것들이 잠도 못자게 하는 거다. 툴툴

울란바토르 - 이르쿠츠크 구간은 시베리아열차의 지선에 해당한다. 북북서로 올라가는 구간인데, 해발고도는 서서히 낮아진다. 해서 바깥 기온은 대충 영하 30도 근방을 오락가락한다고 했다. 열차 안은 더웠다. 다행히 열차에서 제공한 시트와 수건은 깨끗했다. 객차 앞부분에는 뜨거운 물도 무한정 제공해줬다. 커피나 컵라면 만드는데 아무 지장 없었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너무 많이 챙겼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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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 펄펄 끓는 물이 나오는 음료수 통이 있다. 객실의 첫인상은 안습. 요와 담요를 보니 저걸 깔고 덮고 잘 수는 없다 싶었는데... 시트가 낡기는 했어도 깨끗해서 다 용서했다. 그리고 시트만 감고 자도 춥지 않을 정도로 난방을 퍽퍽 틀었다. 나이에서 밀려 2층에서 잘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던 듯. 창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는데 2층에선 전혀 알 수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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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에 딸린 흡연실. 러시아 아해들도 객실에선 담배를 차마 못 피우도록 선진화(?)되었다. 유리창이 하얗게 얼어붙었는데, 사진을 찍겠다고 핫팩으로 녹여두었다. 그러나 그 작업을 한 사람의 키가 185였던 탓에 일반인(!!)이 사진을 찍기엔 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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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도 눈이 녹으면 꽃이 필 수 있을지 쬐끔 궁금했다. 나무가 전혀 보이질 않는걸 봐선 상당히 높은 고원 지대를 지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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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이 더 어울리는 변함없는 눈 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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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살 수 없어 보이는 곳을 열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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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창 밖 광경에 질리기 시작했다. 변화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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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등장. 자작나무 숲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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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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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성듬성한 자작나무 숲.
생각 외로 자작나무는 별로 크지 않았다. 줄기가 일단 가녀리고, 숲도 울창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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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는 제멋대로 뻗는 나무였다. 저 나무에 잎이 돋으면 좀 이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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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드디어 쨍한 하늘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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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낮아졌다. 술도 좀 마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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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사라지는 속도가 무서웠다. 아침에 장보면서 사람들이 샀던 먹거리들과 한국에서 모셔온 온갖 먹거리들이 안주로 나왔다. 인솔 교수란 분은 사람들에게 술 먹이는 것이 취미인 고약한 양반이다. 아직 해도 안 졌는데... 몽골 고원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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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진 끝. 밤새 술을 퍼 마실 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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