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인지과학에서 얘기하는 프레임에 대한 섣부르고 허술한 일반인 대상의 설명입니다. 아시는 분은 통과하셔도 되고, 오류를 지적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본 것이므로 출처나 참고서적들은 대략 생략하겠습니다.
-----------------------
자동차에도 프레임이 있고, 샤시와 비슷한 뜻으로 쓰기도 하죠.
하지만 얘기하고자 하는 프레임은 우리 머리속에 있는 겁니다. 그것도 심리적으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물리화학적으로 실재하는 구조입니다. 바로 프레임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우자의 죽음입니다. 실연의 고통하고도 맥을 같이 하는데, 상사병하고도 관계가 있죠. 심지어 부모나 자식의 죽음보다도 더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게 어디서 온 고통일까요? 단지 머리속에서, 생각속에서 벌어지는 일인데요. 한대 얻어 맞는 것도 아니고..
바로 뇌속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들의 물리화학적 구조가 깨지면서 발생하는 고통이라는 겁니다. 그게 바로 프레임이 깨지는 고통입니다.
사 람이 사고하는 방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연상작용이라는 것이 무작위로 벌어지지는 않죠. 내 기억과 경험과 각종 데이타들은 어떤 식으로 머리속에 저장이 되고 있을까요? 한가지 어휘를 들었을 때 그 어휘에 따라 나오는 연상은 도대체 어떤 순서로 벌어지는 것일까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해당 카테고리의 정보는 일정한 룰에 의해 처리하는 기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인 사안은 정치적인 룰에 의해 처리하는 거죠. 바로 그 룰들의 집합이 프레임이라는 겁니다.
핵무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연상이 벌어집니까? 공포, 파괴, 살상, 종말, 이런 것들이 떠오르는 분도 있을 것이고, 권력, 정복, 힘, 부강한 국가, 등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우라늄 238, 플루토늄, 입자가속, 중수, 이런 것들이 떠오를 수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바로 각자의 머리속에 있는 프레임들입니다. 이 프레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게 도대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겁니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만들어집니다. 프레임에 막히면, 어떤 합리적인 설명으로도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 "평화를 위한 전쟁" 이런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그런 용어를 듣는 미국 시민들의 머리속에는 어떤 프레임이 가동되었을까요? 바로 911사태를 통해서 본 멸망에의 공포입니다.
세 계 최강의 미국, 전 세계의 질서를 관장하고 미국적 가치를 수호하며, 소속 국민들에게 무한한 자유와 기회를 주는 미국이라는 압도적인 존재가 눈앞에서 갑자기 붕괴할 수도 있다는 실감을 한 직후, 그 사람들의 머리속에서는 하나의 프레임이 붕괴하면서 새로운 프레임이 탄생한 겁니다.
그 새 프레임은 미국은 세계의 안전을 위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프레임이었을 겁니다.
그 프레임 앞에서는, 후세인은 911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라크에는 아무런 대량살상무기가 없다, 사실 이라크 전쟁은 군산복합체가 기름 따먹으려고 벌인 짓이다, 그 전쟁으로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이 수백만이 죽어나갔다, 이런 "사실"들은 아무런 효과가 없던 겁니다.
즉, 프레임이 일단 뇌속에 구성이 되고, 그게 어떤 특정한 사안들을 해석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명확하고 실재하는 사실을 접수하더라도 프레임에 걸러서, 맞는 것은 받아 들이고 틀린 것은 튕겨내게 됩니다. 이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또 예를 들어볼까요?
황우석이라는 사기꾼과학자가 가짜 논문을 써서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다가 하루아침에 들통이 났습니다. 이것을 바라보는 당시 일반인들의 머리속에서는 어떤 프레임이 가동되었을까요?
국익에 대한 프레임, 영웅에 대한 프레임, 세계속의 한국을 바라는 프레임 등등등 황우석 정도 되는 (서울대 교수이며 최고 과학자이며 등등)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는 프레임에 의존한 해석이 등장하는 겁니다.
그 런 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논문이 조작되었으며, 이 사진과 저 사진이 같은 거라는 둥, 줄기세포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둥, 현실적 얘기와 근거들을 들이대 봐야, 프레임에 막혀 버리는 겁니다. 대신에 그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증거들은 누군가의 음모라는 해석으로 귀결되는 것이죠.
그래서 소위 황빠라는 황우석 지지자들이 생겨나고,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몇몇 골수 황빠들이 남아서 사이비 종교 광신자들 같은 행태를 보이게 되는 겁니다.
프레임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력한 겁니다.
흔히 진보세력들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 명박 지지자들에게 이명박이 얼마나 거짓말장이이고, 어떤 사기를 쳤고, 어떤 위험한 정책을 펴고 있고 그게 무슨 의미인가를 구체적으로 잘 설명하기만 하면, 그 사람은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접을 것이다라고요.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그렇게 무수한 설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명박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서 설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그 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프레임이 있었던 겁니다. 그 프레임에 맞춰서 모든 현실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명박에게 투표를 하는 겁니다. 그 프레임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존재합니다. 존재해왔고, 존재하고 존재할 겁니다.
결국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한번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 "프레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이 생각을 계속 해 볼 예정입니다.
물뚝심송@찌질넷
한RSS를 이용해서 보다 편리하게 알밥로그를 구독하세요.
TRACKBACK :: http://albablog.kr/trackback/590
-
Subject: 강한 아빠와 자상한 부모
Tracked from ALBABLOG 삭제이 글은 앞서 올린 프레임 얘기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2008/04/08 - [정치] - 당신의 판단을 지배하는 뇌속의 물리화학적 구조 - 프레임 레이코프는 현재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나뉘는 현상을 보수와 리버럴의 대립으로 간주하고, 이 모델을 좀더 구체적으로 강한 아빠의 모델과 자상한 부모의 모델로 나누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얘기를 해 보자면, 국 가사회라는 거대한 규모의 집단은 일반인에게는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고 추상적인 존..
2008/04/11 17:45 -
Subject: 우리에게 존재하는 프레임
Tracked from ALBABLOG 삭제이 글 역시 앞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2008/04/08 - [정치] - 당신의 판단을 지배하는 뇌속의 물리화학적 구조 - 프레임 2008/04/11 - [정치] - 강한 아빠와 자상한 부모 -------------- 실제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존재라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가진 것 하나도 없고, 당장 사회 보장의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감세를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감소시키겠다고 주장을..
2008/04/16 15:35 -
Subject: 프레임을 대치하려면
Tracked from ALBABLOG 삭제앞에서 프레임이 뭐고, 우리 사회에는 어떤 프레임이 있는가에 대해서 얘길 해 봤습니다. 2008/04/08 - [정치] - 당신의 판단을 지배하는 뇌속의 물리화학적 구조 - 프레임 2008/04/11 - [정치] - 강한 아빠와 자상한 부모 2008/04/16 - [정치] - 우리에게 존재하는 프레임 -------------- 문제는 이 프레임이라는 것이, 이제 우리 이 프레임을 버리고 저 프레임으로 갈아치우자~ 라고 백날 외쳐봐야 되는게 아니라는..
2008/04/17 02:3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