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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아빠와 자상한 부모

정치 2008/04/11 17:44 by 알밥




이 글은 앞서 올린 프레임 얘기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2008/04/08 - [정치] - 당신의 판단을 지배하는 뇌속의 물리화학적 구조 - 프레임


레이코프는 현재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나뉘는 현상을 보수와 리버럴의 대립으로 간주하고, 이 모델을 좀더 구체적으로 강한 아빠의 모델과 자상한 부모의 모델로 나누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얘기를 해 보자면,

국 가사회라는 거대한 규모의 집단은 일반인에게는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고 추상적인 존재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가족이라는 유사모델로 대치해서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인들은 자녀로, 그들을 돌보는 권력집단인 정부를 아버지 혹은 부모로 투영시켜서 인식을 한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보수들은 강하고 엄격한 아버지가 존재하는 가정을 우수한 가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고, 리버럴들은 자애롭고 자상한 "부모"가 이끄는 가정을 이상적 가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거 기다가, 돈에 대한 관점이 또 있습니다. 기회의 땅 아메리카에서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선으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즉, 돈이 많은 자들은 선, 돈이 없는 자들은 뭔가 결함이 있는 악이라는 것이죠. 게으름이나 무능이나 낭비 같은 결함 말입니다.

즉 보수들의 주장은 돈을 많이 번 국민들은 선이기 때문에 강한 아버지, 즉 정부에 의해서 포상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포상이 있어야 더욱 더 많은 국민들, 즉 자식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게 되고, 그래야 나라가, 가정이 부강해 진다는 이론적 얼개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 결과, 세금구제(Tax relief) 라는 이상한 용어를 들이댑니다. 즉, 돈을 많이 번 선한 사람들이 세금으로 고통받는 것을 막아주자는 얘기죠.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저렇게 표현하는 것이 레이코프에 의하면 "보수의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된다는 겁니다. 뭔가 착한 사람이 고통을 받는 것을 구제해 주자는 건데 여기 반대하면 다 직관적으로 나쁜넘이 되는거죠.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정책들을 이 도덕적 논리에 의하면 모두 나쁜 짓이 됩니다. 그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 악한 존재인데 그들에게 자꾸 돈을 주면 악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고 그러면 사회 전체가 나빠진다는 겁니다. 이는 사회적 논리나 정치논리를 떠나서 선악의 논리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결국 뭔가를 잘 해나가는 착한 자식들에게는 상을 내리고, 잘못하고 있는 자식들에게는 엄한 벌을 내리는 엄격한 아버지의 모델이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정부는 바로 그 엄격한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들의 주장이라는 겁니다. 아주 이해하기 쉽고 매우 도덕적이며 유효한 주장처럼 보이는 거죠.

거기다가, 엄격한 부모가 아니라 아버지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아버지는 가정의 룰을 지배합니다. 어머니 역시 아버지에 귀속되는 존재이죠. 레이코프는 지속적으로 "건국의 아버지" 같은 용어들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머리속에 정부는 아버지로 각인되어 있고, 보수들이 그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 면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리버럴들은 자애로운 "부모"의 모델로 비유됩니다. 이들은 뒤쳐지는 자식들을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면서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부모가 상호 협력하면서 (그러니까 감히 아버지의 소유물인 엄마의 의견을 물어가면서) 자식들을 도와주려고 그러고, 그것도 그냥 일방적으로 룰을 정해서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자꾸 자식들과 얘기를 나누려고 하고 뭐 그런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 모델을 가지고 레이코프는 굉장히 많은 현상들을 멋지게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예 를 들어 동성결혼 문제 같은 것 말입니다. 이 문제는 사실 진보나 보수나 그리 심각하게 다룰 만한 구석이 없는 경우입니다. 아무리 보수가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 해도 사실 그것은 사회적 도덕에 관한 문제이지 그게 정치적 유불리를 초래할 만한 사안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미국의 보수는 동성결혼을 굉장히 심각하게 거부를 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지나치게 도덕적이어서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동성결혼의 문제가 일반화 되기 시작한다면, 자신들이 주로 차용하는 "엄격한 아빠"의 모델이 붕괴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부모를 대등하게 간주하는 민주당의 자애로운 부모 모델이 대치하게 된다는 거죠.

즉, 보수가 동성결혼문제를 반대하는 이유중에서 꽤 심각한 부분중의 하나가 자신들의 프레임을 일반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카니즘이 붕괴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종 교적인 문제들도 그렇습니다. 미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유명한 TV 전도사들 말입니다. 이들 대부분이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전파자들입니다. 신은 엄하고 무섭고 원칙주의자죠. 그 룰을 어기면 엄한 벌이 따라오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돈을 벌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미국 사회에 보수가 제안한 프레임이 만연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미 국사회에서 역시나 우리처럼, 가난뱅이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향상시켜줄 민주당의 설득을 외면하고 공화당에 투표를 한다는 겁니다. 그들이 바보라서가 아니고 아이러니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보수주의자들이 긴 시간동안 투자를 하고 두뇌를 길러내어 그 가난한 보수들의 도덕관념에 멋지게 들어맞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전파를 해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도덕성(허위로 구성된)"에 맞추어 투표를 하게 되고, 그 바람에 부시같은 거짓말쟁이 악당이 대통령을 해먹게 된거다.. 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행동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게, 앞에 나온 세금구제 같은 이상한 용어에 휘둘리면서 심지어 자신들도 그 용어를 써가며 왜 세금구제가 좋지 않은지를 이론적으로 설파하는 식이었다는 겁니다.

일 단 세금구제라는 용어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그거 자체를 그냥 좋은거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선한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 고통을 빨리 없애 주는게 도덕적으로 옳은거죠. 거기다가 대고, 세금 구제를 하게 되면 재정이 줄어서 사회보장이 줄고 국가 경제가 어떻고 블라블라 떠들어 봐야 이미 게임은 끝난 겁니다. 저 놈들은 이상한 소리 해 가면서 사람을 속이고 국가를 허약하게 만들려고 하는 정치꾼들이 되는 겁니다.

비슷한 것이 미국에서 유명했던 무슨 "깨끗한 하늘 정책", 실상은 대기오염을 가중시킬 공장들을 허가해 주려는 보수들의 정책인데 명명하기를 저렇게 합니다.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런 반어법적이고 억지스러운 정책들을 내밀어도, 그 내용을 읽어 보기 전에 이미 사람들은 명칭만으로 그 법안은 좋다고 판단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미 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는 보수 유권자들은 저 법안에 찬성을 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평 화를 위한 전쟁(사실은 기름 뺏기 놀이), 소송제한법(터무니없는 높은 보상금을 노리는 악질 변호사들의 소송을 막기위한 법안이라고 포장되어 있으나, 사실상 기업의 무한책임을 줄여주려는 법안) 같은 것들이 비슷한 류로 분류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특 히나 소송제한법 같은 경우에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대기업의 기업활동에 제동을 걸고, 그들에게 배심원단의 판단에 따라 징벌적 보상금을 부과하면서 약자를 보호하는 미국 법운용의 장점을 없애려는 의도입니다. 그게 오직 기업을 보호하려는 의미도 있지만, 실상은 그런 소송을 주로 하는 변호사들이 내는 기부금이 민주당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기업(공화당의 주요 돈줄이죠)도 도우면서 민주당, 즉 리버럴 진영의 돈줄도 말리려는 양수겸장의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는 악질 변호사가 건수 잡아서 기업을 괴롭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도덕적인 주장인양 포장하면서 시도된다는 겁니다.

꽤 길게 설명을 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겁니다. 저 모델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겠냐는 겁니다.
우 리 사회에는 사실 진정한 보수라 부를 수 있는 계층이 있지는 않죠. 부당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협잡꾼들이 득세를 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슬슬 시대가 넘어가면서 나름대로 논리도 있고, 주장하는 바도 일관성이 있는 보수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근혜만 해도 유신의 악업을 이어받고 있고, 한나라당도 오공의 문제점들의 책임을 지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명박은 겉으로는 그전 정부들의 죄업과는 별 관계가 없는 정권이 된 겁니다.

그들은 일반인들에게 돈을 벌어주겠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포장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해치우려고 생각하고 있죠. 그러면서도 그들은 나름대로 유권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득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 결과, 온갖 비리로 점철된 경력을 가지고도 이명박은 선거에 승리하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의 그 무수한 거짓말, 불법, 부도덕한 행동들이 일반 유권자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고, 유권자들은 이명박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투표를 했습니다.

여기서 과연 이명박의 진영은 사람들에게 어떤 구조의 프레임을 들이대고 가동시킨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어떤 프레임으로 이해를 하고 사실을 개무시하고 투표를 한 것일까요?

이 부분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 편으로 미루겠습니다.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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