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이 삼성측의 면담요청을 거절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펀드를 운영하면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삼성전자의 주요 대주주가 된 미래에셋이 얼마나 큰 파워를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재 보수진영 일각의 금산법 개정 움직임이 문제가 되면서 (노정권의 대 삼성 유화적 태도를 등에 업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대한 우려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은행은 결국 특정 기업의 사금고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우려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거꾸로 된 지배, 즉 금융자본이 산업 (특히 제조업)을 자본의 힘으로 지배하는 일이다.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산업을 지배하는 금융자본은 일반적으로 단기적 이득을 올리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며, 그로 인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이 약화되게 된다. 미국의 블루칩 대기업들이 저토록 몰락한 원인을 각종 투자펀드 및연기금이 실질적 경영에 관여하는 산업풍토탓으로 돌리는 학자들이 있을 정도이다.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는 19세기말~20세기초에 걸친 금융자본시대에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과도한 단기적 이윤추구로 인한 임노동자층의 굶주림, 금융시장의 불안, 각종 거품의 생성 등등... 이러한 현실적 질곡이 레닌으로 하여금 그 유명한 명저인 금융자본론을 쓰게 한다. 이러한 금융의 전횡은 결국 20세기 초의 대공황을 불러일으키면서 종말을 고하게 된다.
교훈을 얻게된 각국 정부는 대공황 이후 금융자본을 규제하게 되고 포드주의시대로 일컬어지는 산업자본의 시대가 도래된다. 팍스아메리카나를 이룩한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성장한다. 또한, 실물경제 및 소득분배의 측면에서도 산업자본의 시대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이 가장 살기 좋은 시대였다고 한다. 일본 또한 은행이 산업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행을 정부가 조성함으로써 전후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사조는 다시 새로운 금융자본시대를 열게 되었다. 국경간 자본이동의 장벽을 세계화란 미명으로 제거한 신금융자본시대는 20세기초의 금융자본시대에 비해 훨씬 더 가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의 금융자본은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투자성향을 보인 반면 포트폴리오 구성에 의존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본은 보다 더 단기적 업적에 치중함으로써 산업(제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박현주가 누구인가. 새천년을 즈음한 주식호황기에 고객들이 맡긴 돈을 축내고 펀드운용 수수료로 흥청망청한 인물이다. 그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정작 중요한 국내금융산업의 발전은 도외시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고객들이 맡긴 돈을 운용하면서 마치 그것이 자신의 돈인양 산업자본앞에서 거드럼을 피우고 있다.
과연 누가 더 나쁜가? 음흉한 제조업자 이건희인가, 아니면 현대판 샤일록 박현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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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니미럴리스트님께서 2007년 11월 8일에 찌질넷에 발표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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