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간만에 장문 텔허~
피디 수첩이 방영되고 나서 ( 평소 티비를 잘 안보거니와 한국 위성 방송도 시청하지 않는 미주 알바의 입장에서 물론 못
봤습니다. 라우터에서 포트 열어주고 클릭질 몇번과 키스트로크 몇개로 당나귀 넷워크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겠지만 귀차니즘이
압박하더군요. )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인간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문구들이 넷을 휩쓸던 무렵
솔직히 본 알바는 약간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과학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면 사실 한국에서의 인간 광우병 발병 위험도가
그다지 크다고 생각되지 않았거든효~
그리고 2005년말과 2006년 상반기까지의 황빠 대란을 체험한 입장에서는 이거 혹시 황빠 운동 비슷하게 가는거
아니냐 하는 의구심도 들었구... 물론 본 알바가 애용하는 쇠고기도 당근 주로 미국산 쇠고기라는 점에서도 국내의 시민들이 느끼는
잠재적 위협의 크기에 대해서도 공감을 잘 못했고요...
오히려 다음의 두 가지 가정이 타당하다면 ( 물론 가정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조건들이 성립하는지는 더 치밀하게
따져봐야겠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미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인간 광우병 발병 위험도를 낮출
수 있겠지요.
1) 일인당 일정량의 쇠고기를 섭취한다. 따라서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한우고기 섭취 절대량이 줄고 미국산 쇠고기 섭취 절대량이 늘어난다.
2) 검증이 제대로 안된 한우보다 미국소의 광우병 발병도가 낮다. 물론 가정에 불과합니다. 1)에 대한 반박으로 값싼 쇠고기의 대량 유입으로 인해 단백질 섭취의 주 소스가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에서 쇠고기로 옮겨가 쇠고기 섭취의 절대량이 현저히 늘어날 가능성을 들 수 있고...
2)의 경우 한우의 광우병 발병 빈도 통계 자체가 믿을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진위를 판별할 수 없는 가정이구요.
형식 논리를 비교적 중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인간 광우병 발병의 확률 자체가 현저하게 낮아서 인간 광우병 발병의
위험도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다른 유형의 재난들의 위험도와 비교해서 (벼락맞아 죽을 확률,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
황빠의 슴훼끼리에 대가리가 축축해질 확률 등등 여러가지 잡다한 확률들이 거론됐습니다.) 상대적으로 너무나 작기 때문에 인간
광우병 위협의 공포에 떠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많은 힘을 얻었죠.
하지만 정부의 쇠고기 수입 협상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단순한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과학외의
요소들이 깊게 얽혀 들어가 있죠. 폭 넓은 관점과 통시적 시점에서 현 사태를 조망하게 해주는 게렉터 블로그의 훌륭한 게시물들은
벌써 찌질넷에서 언급된 바 있습니다 (게렉터블로그 _ 광우병에 대하여 (상편) , 게렉터블로그 _ 광우병에 대하여 (하편) )
한미간의 첨예한 통상 갈등과도 깊이 결부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당장 국내의 산업군의 하나인 축산농가의 궤멸이 우려되는 상황이죠.
물론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평균적인 관점에서... 안전하고 저렴한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그렇다고 가정을 한다면...) 대량 수입된다면 한국의 국민들에게는 전체적으로는 득이 되겠죠.
경제학의 기본 원리입니다. 폐쇄된 두 집단이 경제 교류를 하게 되면 각각의 집단은 평균적으로 분명히 더 나은 경제적 상황에
놓이게 되죠.
그렇지만 이런 이익이 전국민에게 고르게 배분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개방의 결과로 경쟁력에서 열세에 놓인 자국
산업군들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외국산 자동차의 자유로운 수입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 일본에서 수입되는 값싸고 질좋은 자동차들을 선택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만 디트로이트 빅3의 공장 근로자들은
그만큼 일자리를 잃게 되죠. (미)국산 승용차에 집착하는 애국주의로 무장된 미국인들을 심심챦게 볼 수 있습니다. )
국민 건강권 문제로 다시 돌아와서... 문제는 객관적인 숫자로 표현된 위협의 정도가 아닌 국민들이 머리속에서 느끼는 위협의 정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체감하는 위협의 크기입니다.
현재 국민들은 분명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위협보다도 인간 광우병 발병으로 인한 사망의 위협에 대해 정서적으로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아니 적절한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리만치 그 위협 체감도의 차이가 큽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심리학적 견지에서 많은 설명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존재하지 않았던 위협의 추가 발생, 위협을 선택적으로 피할 수 없는
불가피성에 대한 공포, 위협의 병리학적 실체의 불완전한 규명등...
그러나 국민들을 촛불 시위로 내몬 분노의 원동력은 넷상에 나돌던 인간 광우병 위험도를 과장하는 정보의 조각들만은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명박이 수장으로 있는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삽질"했다는 겁니다.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이명박과 부시의 회동을 앞두고 한미 쇠고기 협상이 다급하게 졸속으로 매듭지어졌다는 정황
증거들이 이미 제시된 바 있습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타국의 검역 조건에 비해 한국의
검역 조건이 느슨하다는 사실입니다. "월령 30개월", "SRM 부위","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강화"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이슈지요.
적절히 밀고 당기는 작업의 정석... 아니 협상의 정석을 응용해 타결된 조건보다 훨씬 더 엄격한 검역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었지만... 이명박이 부쉬의 골프 카트를 대리 운전하는 영광을 누리기 위해 지루한 협상 과정의 매듭을
한마디로 끊어버리고 엉성한 타협을 정부의 협상팀에게 강제하여 그 결과 국민의 건강권을 심대히 침해하였다는 인식을 많은 국민들이
현재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인식에 공감합니다. 인간 광우병 발병 위험이 아무리 낮더라도 협상을 통해 더욱 낮출 수 있다면 낮췄어야
합니다. 특히 얄미운 경쟁국 일본과도 비교해 훨씬 완화된 검역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협상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분노감을 더욱 증폭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게렉터 블로그에 설명된 바와 같이 검역 조건의 강완화는 자국 산업 보호와 관련해
직접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죠.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조건에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위협이 추가된다면 객관적 수치로 표현되는 그 위협의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그 위협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의식은 그 크기를 결코 작게 인식할 수 없습니다. 현재 존재하며 이미
익숙해져버린 위협의 수치에 비해 새로운 위협의 수치의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말입니다. 불필요한 위협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조악한 비유지만 알바 여러분이 한달에 5만원씩의 통신비를 지출한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독고탁이 알바들에게 5만원에 비하면 18원은 껌값이니 매달 18원씩 썩푸에 기부하라고 강요를 한다면? 물론 "즐쳐드3"이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겨레 신문이 보도한 미국 축산업 협회 대표의 "승리의 자화자찬"은 이명박이 미국 축산업의
이익에 영합한 졸속 협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희생시켰다는 시각에 "적장의 고백을 통한" 극적인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미국 축산협회(NCBA) 앤디 그로세타 회장이 최근 “미국 축산인들이 한국에서 큰 승자가 됐다”며 “축산협회의
집요함이 (쇠고기) 무역에서 커다란 승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 쪽이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출할 의도도 있었으나 완전 개방을 이뤘다고 밝혀, 한국 쪽의 대응에 따라 협상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290322.html)
...... 촛불 시위는 처음에는 우리 세대가 체험한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소통의 분위기에서 자라난 세대들이 주도한 "유쾌한
반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이름 한 번 길다 ) 장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 강행과 맞물려
점점 심각함으로 그 주조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
취임 100일에 불과하지만 합리와 소통이란 단어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듯한 그간의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니 이 정권이
계속 자유롭게 집권한다면 아마도 김영삼 정권 말기의 파국보다 더 큰 파국이 조만간 한반도 남쪽을 집어삼킬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듭니다. 대외적으로 경제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명박의 삽질이 계속된다면 IMF 시즌 2가 10년만에 다시
방영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들도 간간히 들리고요.
반이명박 항쟁의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됩니다.
이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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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닉@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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