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입니다. 개인의 꿈과 희망, 기대와 욕구를 사회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조직화하고 가시화하는 가치관의 형태로 만들어주는 틀이 프레임입니다. (그러고보니 "틀=프레임", 동어반복이로군요.)
잘 살고자 하는 꿈은 모든 개인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가치관에 해당할텐데 이 대목에서 개인은 자발적이든 수동적이든 프레임을
선택하게 됩니다.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쓴 이유는 프레임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보수주의자들을
관찰하고 유권자들을 그들의 정체성과 이익에 부합하는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에 대해 뜻과 능력을 모아보기를
제안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논의의 대전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프레임을 한 개인이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개인이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극우와 극우의 프레임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가나 운동가가 할 일은 뭔가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한 환경을 조성하고, 주장,
호소, 설득, 권유, 때로는 압박과 강제를 동원하기도 해서, 유권자가 어떤 프레임을 선택하여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대다수로 선택된 프레임은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가만둬선 안된다" 프레임입니다.
2MB로 하여금 아무 생각없이 미국의 요구를 홀딱 벗고 받아들이게 한 프레임은 "형님한테 잘보이기", 혹은 "돈 벌어 잘먹고
잘살자" 프레임이겠지요.
여기서는 "돈 벌어 잘먹고 잘살자" 프레임이 "먹는 거 가지고 장난..." 프레임에 압도적으로 눌린 셈입니다.
뚱닉님께서 제기하신 "과학의 기준"으로 본다면 확률로 보나 뭐로 보나 (비록 장기적인 것이기는 하나) 개인에게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악영향은 노무현의 한미 FTA가 이명박의 미국 쇠고기개방과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미
FTA에 대한 반대가 미국 쇠고기보다 덜 한 것은 그 문제에서는 여전히 "돈 벌어 잘먹고 잘살자" 프레임이 위세를 누렸기
때문이지요.
물론 프레임은 생성되기도 하고 붕괴하기도 합니다. 생성될 때는 신뢰를 바탕으로 생성되고, 붕괴될 때는 신뢰를
잃으면서 붕괴됩니다. 따라서 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채 허위를 통해 주입되다시피 형성된 프레임은 쉽게 붕괴합니다.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행위를 프로파간다, 선전이라고 합니다.
"(부패할 수도 있지만 어쨌건) 유능한 보수"라는 프레임은 박정희에 대한 과대평가가 언론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강조되면서 형성됐습니다. 이것이 이번에 이명박의 아무 생각없는 일처리방식과 언론의 기만이 폭로되면서
여지없이 무너질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앞으로 "무한 자유화, 무한 민영화"와 같이 "유능한 보수"라는 프레임과 연결된 모든 가치와 비젼, 정책들은 개인들의
지지를 얻기가 그 전보다 쉽지 않아졌습니다. 당장 수돗물 민영화, 의보 민영화 등 갖가지 민영화는 쇠고기 문제와 등치되어 제대로
된 제안이 나오기도 전에 벌써 비토되고 있습니다.
알아서들 잘 하겠지만 진보세력이 특히 유념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정태인이 말한대로 "수백번 강연을 다녀도 꿈쩍
않던 국민들이 쇠고기 한 방에 거리로 뛰쳐나온" 지금의 상황을 여하히 활용하여 그들의 이상에 근접할 수 있는가는 오로지 그들의
능력에 달렸을 것입니다.
코끼리들이 뭐라고 떠들든 걍 냅둬 두고, 스스로의 이상을 창의적이고 매력적으로 다듬어서 우리 모두에게 합당한 프레임의
문전으로 유권자들의 발길을 몰고 가는 것. 지금 그들이 분수를 알고 자중자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기회를 소중하게 잘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만, 아무튼 잘들 해나가기를 바래봅니다.
(뱀발)
제 생각엔 진보운동가들이 우선 피부미용에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습니만...
코코@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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