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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고 이성호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는 교수님의 부음을 접하고 황망한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하였습니다. 너무 늦게 알아서 빈소에 짧은 절도 올리지 못하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슬픔이 커져만 갑니다.
 
요즘은 참다운 선생님들이 흔하지 않다고들 합니다. 특히 정치권의 권력맛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들이 득실거리고, 돈의 맛을 쫓아 부업에 바쁜 교수들도 많습니다. 연구와 강의준비는 대강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하는 교수들도 있지요.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래의 권력에 미리 줄을 대고 얻을 것이 있는지 눈치를 살피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에 여전히 소신있게 강단을 지키며 많은 학생들을 독려하셨을 교수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학생들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시며 학생의 본분은 공부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신 교수님 이셨지요. 뿐만 아니라 교수님 스스로 강의준비와 학생들을 지도하시는 일에 열성을 보여주셨습니다. 마음으로 존경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많지 않은 시대에 교수님의 강의에 대한 열정은 대학내에서고 귀감이 되셨습니다.
 
1980년대 말쯤에 있었던 교수님에 관한 일화가 생각납니다. 87년 6월항쟁을 통해서 이미 직선제 개헌이 되고 민주화 운동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은 노학연대니 학내자유화 투쟁이니 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지요. 안타까운 마음에 교수님은 혼자서라도 나서서 제동을 걸고 싶으셨을 겁니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라는 님의 소신에 비추어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마침 총학생회장 선거기간이었죠. 교수님께선 대학정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셨습니다. 피켓도 만들어서 들고 계셨지요. '총학생 회장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도 보고싶다!'이런 내용을 적어서 용감하게 나서신 겁니다. 당시의 학내 분위기로는 대세가 운동권이었습니다. 아직도 군사쿠데타의 주역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 아주 무례한 봉변을 당하셨지요.
 
과격하고 섬짓한 대자보를 손수 뜯어 내시다가 또 어린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하신 일도 기억합니다.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들어 주신 일화였을 겁니다. 당시의 교수들이라면 못마땅한 것이 있어도 감히 나서서 말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죠. 교수의 신분으로 학생에게 봉변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소신있게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물론 정치사회를 바라보는 제 소신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교수님의 그런 보수적 시각에 동의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우리사회가 좀 더 진보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고,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생이라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무런 참여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앞가림에 바빴던 제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웠을 뿐입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소신있는 행동을 저는 존경하였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여 우왕좌왕하거나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애정어린 충고 한마디도 없으시던 많은 교수님들보다 훌륭한 선생님이셨습니다. 바로 용기있게 행동하시던 모습과 학생들에게 보여주시던 스승으로서의 애정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누구나가 권위를 지키고 체면을 중시하는 가운데 교수님만 홀로 소신있는 행동을 보여주신 겁니다.
 
졸업을 앞두고 저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걱정을 많이 해 주셨죠. 충분히 격려도 해 주셨습니다. 결국 취업이 안되자 직접 친구분이 경영하시는 회사에 연락하여 저를 써 달라고 부탁까지 하셨습니다. 그 은혜를 백골난망으로 마음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기대와 달리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이직한 것이 여전히 마음에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간간히 모교에 들러서 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무런 책망도 없이 격려해 주시던 교수님이셨습니다. 교수님은 진정으로 제마음에 가장 훌륭한 선생님으로 남아 계십니다. 지금은 한창 학기중인데 교수님의 영면소식을 접하게 되는군요. 앞으로도 많은 후배들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주실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여전히 하셔야할 일들이 많은데 그렇게 가시다니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땅에 교수님처럼 소신있고 진실한 보수주의자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교수님마저 이승을 등지시다니요. 마지막으로 불러 봅니다. 교수님!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영면하십시오. 저는 여전히 제 마음에 선생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바르고 소신있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님이 그리우면 종종 모교의 교정을 방문하려 합니다. 제 마음에 오래 머물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운 교수님을 뵙지도 못하고 보내 드리는 불민한 제자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2007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불민한 제자 올림.
 
이 글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세무회계 학부의 고 이성호 교수님의 영전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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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토세력님께서 2007년 10월 31일에 찌질넷에 발표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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