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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남 의령,군북 지방을 지나가다가 재미있는 펄럭천을 발견했다.

경축~ 정정길 박사 대통령실장 취임~ 군북초등학교 동문일동~

(애석하게도 차안에서 본 것이라 사진 촬영은 실패..)

이런 내용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실장이라는 말도 생소할 뿐더러, 그저 대통령 임명직에 불과한 비서실장 취임이 경축할 만한 일인가 싶어서 실소가 나왔다. 뭐 하기는 사법고시만 패스해도 시골 동네에서는 펄럭천 붙이고 잔치 하기도 하니까 경축할 만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여간, 정정길로부터 시작된 청와대 인사 개편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명박 정권이 나름대로 비장하게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라 할 수 있을텐데, 벌써부터 사람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동관 대변인을 유임시킨 것에 대해 쇄신도 아니다, 아직도 멀었다 하는 식으로 반발을 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촛불로 상징되는 항의는 어느정도 힘을 잃은 측면이 있다. 참가자 숫자는 줄 것이고, 반대급부로 과격해 질 것이라 예상 할 수도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오히려 참가자 숫자가 약간 줄고 좀더 집중적인 슬로건이 내 걸리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반대로 좀더 산만해 지더라도 참가자 숫자가 더 느는게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떠나서, 대중집회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라도 연료가 필요한 법이다.

보통 그런 연료는 피를 상징한다.

419는 김주열의 피로 시작되었고, 광주는 이름없는 시민들의 피로 시작되었다. 87년은 박종철의 피로 시작되어 이한열의 피로 타올랐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고귀한 피를 연료로 써야만 하는 야만의 시대는 아니라고 애써 강변해 보자.

그렇다면 대체 연료가 필요한데, 과연 그 연료를 누가 대줄것인가?

그 연료를 대줄 사람은 오로지 이명박 밖에 없다.

사실상 2008년 6월의 촛불은 온전히 이명박이 제공한 연료로 타오른 측면이 있다. 그가 자신이 가진 지지율을 한자리수로 낮춰 가면서 이루어 왔던 희대의 버라이어티 생쑈들로 인해 타오른 것이다. 뭐 그 기저에는 인터넷을 매체로 하는 대중들의 의사소통의 방식이 발전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었으며 블라블라 하는 다양하고 멋진 해석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직접적으로는 이명박이 구라치고 헛소리하는 것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켜 든거 아닌가 말이다.

이제 이명박이 뜨끔했는지, 사람들 다 갈아치우고(몇몇 입맛에 맞는 사람들은 유임되었지만) 조금 더 신중한 구라를 치기 시작하니 단박에 연료가 부족해졌다.

신중한 구라가 뭐냐고? 이명박이 대운하 안할 거 같은가? 이명박이 공기업 민영화 안할 거 같은가? 이명박이 대기업 감세 안할 거 같은가? 이명박이 FTA 안할 거 같은가? 이명박이 부자들 돈 벌어 주는 일 안할 거 같은가? 이명박이 사회적 약자들 보호할 거 같은가? 이명박이 촛불을 든 사람들이 요구한 거 들어줄 거 같으냐는 말이다. 어림도 없다.

다만, 사람들 앞에서 고개 좀 숙이고, 네~네~네~ 하면서 애꿎은 각료들만 갈아치우고 엎드린 척 하니까 단박에 속아서 이제 좀 지켜보자는 둥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나오는거 아닌가 말이다. 이렇게 촛불은 꺼져가고, 광장에는 싸늘한 냉소만이 남아 망가져 가는 이 사회를 탈출하고자 하는 엑소더스만을 기대해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직은 희망이 있다.

이명박의 본질의 문제 말이다. 이명박은 어찌 되었든 간에,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그걸 위해서 언론도 장악해야 되고, 그걸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속여 넘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거 쉬운 임무가 아니다. 길지 않은 시간내에 반드시 뽀록이 난다.

한번 모여서 촛불켜들고 소리 질러서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수틀리면 한판 더 할 배포가 생겨있는 판이다. 아마 한번 더 모이게 되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대찬 짓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멀지 않은 미래에, 분명히 이명박은 다시금 연료를 주입할 거고, 그것도 리터 단위가 아니라 배럴 단위로 퍼부어 줄거고, 그 때야 말로 제대로 된 촛불이 광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과연 이명박은 어떤 연료를 지급해 줄까.

그 기대감으로 가득차서 오늘밤을 보낸다.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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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refreshingbreeze.tistory.com 잃어버린시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자초한 것입니다. 본질이 모순인데, 이러한 모순을 감추기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죠.

    2008/06/2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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