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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편지

정치 2008/07/17 09:10 by 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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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얘기가 나오길래 뭔가하고 읽어 봤습니다. 이 편지에 대한 다른 사람의 소감을 하나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에 딱 떠오른 생각은..

약간은 아전인수 같지만, 아주 정교한 전술로 꽤 골치아픈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사실 제가 꽤 오래전부터, 요즘에 또 새롭게 고민하던 문제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언론이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죠. 마타도어라고까지 규정하기는 어려워도 언론의 메카니즘을 잘 아는 세력은 그 메카니즘을 이용해서 의도한 효과를 누릴 수가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거죠.

노무현의 대통령 기록물 복사본 보관은 냉정하게 말해서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러나 그 사건전체를 볼 때, 나쁘다, 혹은 옳지않다라는 평가의 양적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의 행동을 언론에 퍼뜨리고 그를 통해 의도된 이익을 보려는 세력의 행동에 비하면, 분명히 덜 나쁩니다.

더 쉽게 예를 들자면, 내부고발자들의 작은 잘못을 크게 보도하면서 양비론으로 몰아가는 그런 것과도 통합니다. 이런 메카니즘을 이용할 줄 아는 세력이 사회적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 사사건건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물타기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세력을 음해하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런, 미디어의 본질 이전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커뮤니티에서 언제든지 벌어지는 "불공정한" 행태가 저는 못내 맘에 걸립니다. 이런 행태는 진보 보수 가릴 거 없이 언제든지 벌어지고 언제든지 악용되는 꽤 효율적인 전술이거든요. 그러나 옳지 않은 행태인 것은 사실입니다.

분명히 이명박측은 노무현의 "대통령 기록물"관련해서 수많은 실수를 해 놓고도, 노무현의 실수 한가지를 물고 늘어져서 일정정도 이상의 효과를 봤습니다. 그 효과는 파급력이 커서, 이미 사회 전반에 퍼졌을 겁니다.

노무현 그 자식은 지가 뭐라고 지 집에 국가기밀들을 끼고 앉아서.. 이런 반응들 말입니다.

그러나 그 기록물들은, 노무현이 본다고 해서 별 문제도 없고, 청와대도 꼭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국가 기록원에 있으면 그만이고 앞선 대통령들처럼 집으로 싸들고 갔어도 별 문제 없는 것들입니다. 그렇게 자료보안이 걱정된다면, 당장에라도 김대중 김영상 집도 뒤져 봐야죠.

또 한번 위에서 얘기한 불공정한 행태는 벌어진거고, 그로 인해 청와대는 이익을 보고 노무현은 피해를 본 겁니다.


저는 그 과정을 보면서 또 한번 실망했습니다. 이 사회는 역시 또 이렇게 불의한 의도에 의해 움직여 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거죠.

그러나 이 노무현의 편지는 그런 것에 대한 반격입니다.

이 편지, 냉정하게 보면 프로파갠더입니다. 억울한게 있으면 법정에 가서 따지면 될 일이고, 대화를 하고 싶으면 직접 하면 될 일입니다. 상대가 대화도 안될 악당집단이라면 법적 투쟁을 하고, 법정에서 정의가 구현되지 않으면 저항권을 발동하면 될일 입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수단을 발휘했습니다. 이 편지를 읽어본 사람들은 노무현을 박해받는 약자의 위치로 상정을 해 버릴 겁니다. 일부 지지자들은 또 한번 감동을 먹을 것이고, 전직 대통령을 박해하는 이명박에 대한 분노를 터뜨릴 겁니다. 이명박 지지자, 혹은 노무현 반대자들도 약간은 머쓱한 생각이 들 겁니다.

거기다가, 노무현은 이명박이 반박할 수 없는 수단을 택한 것입니다. 이명박이 노무현에게 무슨 편지를 쓸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관대한 조처를 취하겠습니까? 이명박은 꼼짝없이 당한 겁니다. 그냥 생까고 뭉개는 수 밖에 없겠죠.

마치 청와대의 언론플레이에 노무현팀이 당하듯이 말입니다.


노무현은 편지에 의하자면, 엄청난 약자입니다. 거기다가 청와대는 권력을 이용해서 약자 노무현의 측근까지 협박하는 악당입니다. 거기다가 말도 바꾸고, 전화도 안받고, 해 주기로 한것도 안해주고, 국가 기록원에 압력을 넣어서 노무현을 괴롭히라고 사주하는 개차반 집단이 된 겁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겠다고 점잔을 떨다가 생까고 괴롭히는 천하의 불상놈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지금 경제가 개판인데 경제나 챙길 일이지 전직 대통령 구린데나 파고 있다고 점잖게 훈계까지 합니다.



이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프로파갠더에는 프로파갠더, 불공정한 행태에는 더 교활하고 불공정한 행태로 맞서겠다는 걸로 보이는군요.

선뜻 옳다고 동의하긴 어렵지만 내심 통쾌했다는 얘기로 마치겠습니다.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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