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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산 쇠고기의 수입검역조건 완화에 따른 국민적 저항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해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스스로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전정권의 탓을 하기 있기 때문이다. 오늘자 중앙일보 1면탑은 바로 그 설거지론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물론 반론도 끝에 아주 작은 크기로 배치를 했다지만 벌썽사나운 편들기가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 시절의 미국산 쇠고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것은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서부터다. 당시 우리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적 검역중단을 선언했다.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쇠고기 수입국들도 그러한 조치를 대부분 취했었다. 문제는 한미FTA의 전제조건처럼 미국이 쇠고기 시장개방을 요구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참여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을 수입하는 것으로 검역을 재개하였다. 물론 뼈조각이 섞여 들어오거나 하는 위생조건 위반이 발생하면 검역은 중단되곤 하였다. 미국은 전면개방을 계속 요구하였으나 참여정부는 OIE의 판정결과를 보고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의 강화가 시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OIE는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가로 분류하였다.
 
미국인 이제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을 가했다. 한국정부가 계속 피할 수 만은 없는 일이었다. 어제 국회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공개한 관계장관 회의의 내용처럼 우리정부는 월령제한을 푸는 문제를 검토했다고 한다. 국무총리와 농림부 장관 그리고 통상교섭 본부장등이 참석한 회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그 회의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분명하게 반론을 했다고 알려졌다. 바로 송민순 전 외무장관이 반론한 내용과 같다. "월령제한을 풀면 한미FTA를 미국이 비준한다는 보장이 있느냐?" 또 "다른 나라들도 월령제한을 풀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한다는 것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니 차기정부에 넘기는
것이 옳다." 이 말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월령제한을 해제하는 조건중 하나인 OIE의 판정은 충족했다. 그러나 동물사료 금지조치의 강화는 충족되지 않았다. 동물성 사료금지조치의 강화가 실제로 시행되는 것을 봐가면서 판단하겠다. 관계장관 회의에서는 풀어야 한다는 중지를 모으고 건의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한미FTA의 비준이 보장되지 않았으며, 다른 나라도 월령제한을 해제하지 않았으니 곤란하다고 판단해서 유보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협상결과.
 
지난 정부에서 수입검역조건을 풀지 않았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몰랐다면 그 것은 더욱 무능한 정권이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이명박 정권의 관료들도 처음에는 월령제한등에 대하여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특히 민동석 농림부 차관의 경우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방문직전 타결소식이 알려졌다. 이 정도의 문제라면 대통령의 결심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의 관료들도 부정적인 입장에서 갑자기 입장을 선회하였다. 이 점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하여 급히 타결된 것이 아닌지 의심가는 대목이다. 그래서 캠프데이비드 숙박비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30개월 미만의 모든 부위와 30개월 이상의 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개방되었다. 전제조건이었던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조치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검역중단 조치를 할 수도 없는 검역주권 포기까지 단행했다. 반드시 강화하여 시행되는 것을 보고 천천히 개방을 결정해야 할 조건을 오히려 약화된 채로 공포만해도 개방을 하게된 것이다.
 
또 한미FTA를 위해서라는 변명의 여지도 없어졌다. 미국의 의회가 이미 민주당의 지배아래 놓여있다. 민주당은 이미 한미FTA를 비준할 의사가 없음을 누차 강조한 바가 있다. 어차피 안될 비준을 위해서 우리의 검역주권을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설혹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치더라도 그 것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 양보만 한 것이다.
 
후에 추가협상을 했지만 결과는 그리 변한 것이 없다. 본협정은 그대로 유효한 것이다. 추가협상의 결과는 민간 자율에 의하여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들여오게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 것을 강제할 수단이 없고, 월령에 대한 우리의 검역이 아니라 미국측의 업자가 하는 검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첫째, 결과의 차이이다. 참여정부에서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들여왔고, 작은 뼈조각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검역중단조치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는 결과적으로 완전개방을 했으며,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여 검역중단 조치를 할 수가 없다. 잠정적으로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자제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본협정의 내용대로 갈 수 밖에 없다.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둘째, 한미FTA의 비준에 대한 태도이다. 참여정부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쇠고기 문제를 들어준다 하더라도 비준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은 어차피 안될 비준을 촉구하는 의미로 쇠고기 카드를 소진해 버렸다. 한미FTA가 국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접어두고하도 국가간의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전혀 다르다.
 
셋째,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조치에 대한 태도이다. 참여정부는 강화된 조치가 시행되는 것을 봐가면서 광우병 통제에 대한 확신이 서면 월령제한등을 풀겠다는 태도였다. 이명박 정권은 사료금지 조치가 사실상 더욱 완화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포만 하고나서 곧장 장관고시를 시행하였다. 개방을 가급적 안하려 하는 태도와 명분을 억지로라도 찾아서 개방을 강행하려는 태도로서 서로 혀 다르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태도는 이렇게 극명하게 다르다. 그렇다고 참여정부가 잘했다고 칭찬할 생각은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그 것에 비하면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비슷한 것처럼 보려는 사람들의 눈이 이상할 뿐이다. 일을 이렇게 황당하게 저질러 놓고 참여정부에 대한 설거지론을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후안무치한 일이다.
 
편들기와 물타기.
 
오늘자 중앙일보는 홍정욱 의원의 설거지론을 받아서 대서특필을 하였다. 1면탑에 올렸을 뿐 아니라 별로 내용도 없어 보이는 기사를 크기부터 위압적으로 배치하였다. 이 것은 명백한 설거지론에 대한 힘실어 주기가 아닌가 여겨진다.
 
반론에 대한 보도는 아주 작은 크기로 그기사의 바로 밑에 초라하게 배치하였다. 설거지론에 대한 발언은 타이틀부터 눈에 확 들어오지만 반론은 누가 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메이저 신문사가 이렇게 특정한 정치세력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일은 볼썽사납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가 하던 변명도 떠 오른다. 참여정부가 이미 다 하도록 결정해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말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전정권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서 있었던 홍정욱 의원의 주장 또한 물타기에 불과하다. 관계장관들의 논의사항을 마치 참여정부의 최종결정처럼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물타기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서 시행되었는지를 확인하고 발언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물타기, 그리고 메이저 신문의 편들기 보도, 그 것을 받아서 확산시키는 여타의 언론들,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 필요한 때이다. 정권과 여당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점점 잃게 만들 것이다. 신문의 낯뜨거운 지면배치도 신뢰도를 갉아먹을 뿐이다.
 
쇠고기문제에서 보듯 모든 문제를 남탓만 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경제가 어려운 것도 전정권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두지 않않아서라고 핑계를 댄다. 자신들이 화면보호기 로긴을 못한 것도 전정권의 탓이다. 인사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것도 전정권이 인사파일을 안줘서란다. 심지어 이제는 법으로 보장된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을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하여 형사책임을 운운하며 협박까지 하고
있다.
 
너무 물타기가 심한 것 아닌가? 이러니 국민과 소통이 안되는 것이다. 국제 엠네스티의 판단에 법적조치를 운운하는 경찰청장의 태도가 이 정권의 아전인수격 태도를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타기와 편들기도 정도껏 해야 효험을 볼 수 있는 법이다. 그토록 철저히 부정하고 비난하던 전정권의 설거지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도 의문이다. 책임은 떠 넘기고, 영광은 독차지 하려는 것인가?
j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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