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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시절 일화 두가지

사는이야기 2008/07/23 09:49 by 알밥




저 아래 후크 알바의 전방입소에 얽힌 사연을 보고 생각나는 군 시절 일화 두 토막..

 

에피소드 1

 

제대를 달포 정도 남겨 둔 어느 초봄에, 내가 복무하고 있던 부대에 예하부대가 생겼다. 흔히들 지금 시대에 하는 말로 하자면 M&A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예하부대는 대구 캠프워커와 담을 함께 쓰고 있는 작은 미 육군 헬기장이었다.

 

제대 말년인데도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우리 부대 내에서는 기껏 중참 정도밖에 안 되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던 터였고, 주말마다 내 맘대로 나가는 외출도 용돈이 궁하던 데다가,누구 눈치 안보고 좀 더 편안해 지고 싶은 마음에 당시 나와 얘기가 잘 통했던 부대장 (미군 소령)에게 어머니의 위독이라는 거짓 핑계로 대구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대구 헬기장의 인적구성은 책임자인 미군중사, 프랑스계 미군 LaFleur 일병, 그리고 나를 포함해 카투사 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주요임무는 미군 헬기에 기름넣어 주는 일이었다. 바쁠때는 헬기가 하루에 열 서너대가 오지만, 한가할 때는 하루 1대도 없는 날도 있었을 만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곳이었다.말년 병장이 아무 눈치 안 보고 편안한 생활을 하기에는 쵝오의 부대였던 것이다.

 

특히, 카투사들은 모두 병장이었는 데, 군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었을 만치 느긋한 병사들이었다. 게다가, 그 중 나보다 1개월 고참은 내 초등학교 동기생이었고, 1명은 내 입대 동기였고, 나머지는 나보다 2달 늦은 졸병이었으므로 이 부대는 나에게는 쵝오 중 쵝오였고,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부대에서 카투사가 하는 일은 오직 헬리콥터에 기름 넣어주는 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없던 나는 가끔씩 주유트럭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헬기가 오면 트럭에 감겨 있는 기름 파이프를 풀어서 주유구에 넣는 일이 전부였다. 이렇게 한 보름 지나다 보니, 운전이 하고 싶어졌고, 드넓은 공항에서 기름트럭을 운전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그러다 보니, 심심할 땐 몇 번 혼자서도 트럭을 몰고 나가서 헬리콥터에 기름을 넣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점점 트럭운전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어느 토요일이었을 거다. 다른 카투사들이 모두 외출을 나가고 없는 사이, 헬기 한 대가 날아왔다. 나는 느긋하게 트럭을 몰고 주기장에 서 있는 헬기로 접근했다.조종사는 기름을 받기 위해 어쓰를 하고 있었고, 나는 기름 파이프를 덜 풀고자 가급적 헬기 가까이 차를 붙이려고 했다.

 

헬기의 주유구와 트럭 사이의 거리를 대충 2미터 이내로 맞추려고 제법 핸들을 꺾고 풀고 하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데, 갑자기 핸들을 잡고 있던 내 손이 심하게 뒤틀리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하고 놀라서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보니 사단이 난 것이었다.

트럭 위에 약 5,60센티 솟아 있는 파이프 감는 쇳대가 헬기의 날개를 치고 간 것이었다. 조종사도 깜짝 놀라고, 나는 팔목 통증은 느낄 새도 없이 순간 한마디로 큰 문제에 봉착한 느낌에 휩싸였다.


내려서 보니 날개 한 쪽이 심하게 긁히고 약간 휜 것 같았다. 조종사는 나에게 화를 내면서 뭐라 지껄였고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사건 보고를 하기로 하고 미군 책임자(중사)에게 가기로 했다.


여기서 일단 기억하시라내가 운전면허가 없었다는 사실을중사도 내가 면허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중사의 조치는 신속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헬기 점검수리반이 2~3 시간 내에 왔고 몇 시간의 수리 조치가 있은 후 밤중이 되어서야 그 헬기는 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나는 중사로부터 어떠한 벌도 받지 않았고, 어떠한 잔소리조차 듣지를 않았다. 모든 게 운전면허도 없는 넘이 운전하는 것을 알고도 묵과했던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잘 아는 듯 했다.

 

 

에피소드 2

 

대구 헬기부대에 전입한 지 얼마 안 되어 어느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 나른하게 오수를 즐기고 있는데, 내 밑 병장이 활주로에서 좀 도와 달라고 해서 나가보니 하늘에 헬기가 오는 지 좀 봐달라고 했다.


그래서 헬기가 오는 지 열심히 하늘 사방팔방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 친구는 기름탱크에서 도라무통 (드럼통)에 기름을 집어 넣고 있었다. 대략 10개의 빈 드럼통을 채우고 난 다음에 일이 끝났으니 이제 들어가서 쉬자고 했다.

 

나는 아까 자던 낮잠을 계속 즐기고 있었는 데, 내 밑 병장이 시내에 나가서 막걸리에 파전을 먹자고 하는 게 아닌가. 간만에 막걸리라니, 대구 시내 구경도 할 겸 따라 나섰다.


대구 중앙통에는 그 당시 파전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술집이 즐비했었다. 그때는 그 것도 무지하게 맛이 있을 때였다. 그렇게 술에 얼큰하게 초고추장에도 얼큰하게 취해 부대에 돌아오는 길에 이 친구가 내게 만원짜리 몇 장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는 것이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받아 두란다. 다시 물었더니, 털어놓는 데, 한 달에 한번 드럼통에 기름을 채워 두면 민간인이 들어와서 빈 드럼통을 내려놓고 기름을 채운 드럼통을 갖고 나간다는 것이고, 그 민간인이 이렇게 돈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발이지 모른체 하라는 부탁이었다.


우리들의 오랜 전통이라는 말과 함께


나는 내일모레 제대니까 그냥 모른체 하기로 했다. 아니, 모른체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소회일 것이다.

 

제대를 며칠 남겨두고 나는 제대준비를 위해 다시 원 부대로 복귀해 있었는 데,

대구 카투사 한 명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매우 다급하고 당황한 목소리로 들켰다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미군 졸병 LaFleur에게 들켰다는 소리였는 데, 이 친구들은 이거 잘못되면 영창가는 거 아니냐고 무척 걱정스러워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 다음날인가 또 전화가 왔는 데, 잘 해결되었다는 것이었다.

.

.

.

그 해결방식은 ......

 

 

LaFleur일병이 망을 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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