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연일 선전하며 승전보를 전하고 있다. 벌써 금메달을 5개나 땄다. 은메달이 6개,
동메달도 1개다. 당초 예상보다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또
선수들을 이끄는 지도자들이나 선수단의 임원들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해할 수 없는 눈물.
우리는 종종 선수들이 경기후 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본다. 결과가 좋아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고, 결과가 좋지
않아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는 항상 환호와 안타까운 탄성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금메달을 따서 환호하거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아름답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나 동메달이라도 환호하고 기뻐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금메달이 아니라도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유독 한국 선수들의 경우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짓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유도에서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왕기춘 선수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최선을 다했으나 불운하게
8강전에서 갈비뼈에 부상을 입었다. 고통스러워 다음 경기를 포기할수도 있었다. 하지는 그는 최선을 다해서 결승에 올랐고,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그런 그가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려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가 한국유도의 간판스타 이원희 선수를 이기고 올림픽에 나간 것은 사실이다. 그랬기에 그에게 금메달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이원희 선수나 국민들에게 미안할 일은 아니다. 선발전에서 당당히 이원희 선수를 이겨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이기 때문에 이원희 선수에게 미안할 일이 아니다. 부상투혼까지 발휘하며 노력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박수받을 일이지 죄송할 일이
아니다.
물론 그 선수의 타인에 대한 배려어린 마음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 것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새 금메달이나 좋은 성적에만 너무 열광하고 집착하였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특히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상당한 예우를 하는
것과 달리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분명히 고쳐야할 잘못된 일이다. 국민의 인식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왕기춘 선수 외에도 우리는 많은 안타까운 경우를 보게 된다. 경기중 다리근육에 경련이 일어난 역도의 이배영 선수도
그렇다.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선수였다. 하지만 용상 1차시기에서 근육경련이 일어 2차, 3차 시기를 거푸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금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욱 우리가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야 할 대상이다. 그렇게 우리의 스포츠 문화가 변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태도.
올림픽의 생생한 장면을 시시각각으로 전하는 방송사들의 중계를 보는 재미도 제법 크다. 특히 이미 올림픽에 출전경험이
많은 선수출신 해설자들의 생동감있는 방송은 흥미롭다.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아나운서들도 이목을 끈다.
그런데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감정에 몰입하여 흥분하고 사실의 전달이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있다. 또 검증안된 선수출신 해설자들의 막말이나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인기있는 종목에 편중된
편성도 눈에 보인다. 마치 금메달이 전부인 양 과도한 찬양의 태도도 귀에 거슬린다. 방송 3사가 거의 똑같은 장면을 겹치기로
방송하는 것도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선수가 이겨서 금메달을 따면 물론 충분히 기쁜 감정을 좀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국민이 다 함께 기뻐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흥분하여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것은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 또 듣고 보는 시청자들을 과도하게
자극하여 감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마치 금메달이 모든 문제를 덮을 수 있다는 식의 태도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선수출신 해설자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데 매우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그들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과 적절하지 않은 방식의 발언이 시청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방송사들이 스타 선수출신을 해설자로 영입하는데 과도한
경쟁에 나서며 검증도 부족했고,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시키지도 못했던 것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방송사가 인기있는 종목을 방송하는 것은 시청률에 집착하는 방송사의 생리상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KBS와
MBC는 공영방송이다. 편성시 공익적 고려가 상당부분 가미되어야 옳다.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하는 비인기 종목도 가급적 자주
방송해주고, 좋은 성적이 예상되지 않는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장면도 찾아서 방송해줄 필요가 있다. 성적지상주의를 오히려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3사가 똑같이 금메달을 목청껏 외치고 강조하는 동안 시청자들도 알게 모르게 성적지상주의에 물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과에 관계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들도 종종 조명해주려는 노력이 아쉽다. 또 인기있는 경기를 3사가 모두 겹치기로 계속
반복하여 보여주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
혹자는 올림픽이 인간의 전쟁심리를 대리만족하는 도구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또 순수한 아마츄어리즘이 실종되고
돈에 물든 것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종종 정정당당하지 못한 경기나 판정들로 얼룩지는 일도 발생한다. 또 그러한 비판을 받아
마땅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올림픽의 정신은 완전히 훼손되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여전히 최선을 다해 당당하게 경쟁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며,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것이 올림픽의 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에 가장 충실한 승리는 값진 것이다. 설혹 패배를
했더라도 깨끗히 승복하는 정신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렇다면 금메달에만 목을 메는 성적지상주의 엘리트 체육은 그리 권장할 일이 아니다. 상업적 동기에 의하여 올림픽의
정신이 훼손당하는 것도 막아야한다. 각 국가간의 메달경쟁을 경마를 즐기듯 하는 태도도 버려야한다. 제도적으로 금메달을 따면 많은
보상이 따르고, 그렇지 못하면 외면하는 장치를 마련해선 안된다. 쇼비니즘에 의해 경쟁상대국을 혐오하는 행위는 가장 경계할 일이다.
우선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문화는 고쳐야한다. 세계대회에서 2위를 했다면 그가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경우라도 대단히 좋은 성적이다. 마음껏 그것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도 올림픽의 순수한 정신에 자신들의
태도를 비춰보고 고칠 것은 고쳐야한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1위만을 우대하는 시스템도 손을 보아야 맞다. 국민도 과도한 민족주의적
태도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
이제부터라도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는 물론이고, 열심히 노력한 많은 선수들도 어깨를 펴고 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은메달을 따고도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없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선수가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우리는 금메달에 집착하기 위해서 올림픽에 참가한 것이 아니다. 종종 노력한 꼴찌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올림픽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jkj비토세력@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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