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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찌질넷에서는 8월말에 있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빌미로 경제학의 공공선택이론을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의 투표 행태 해석에 적용시켜 본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 두 번째 글 입니다.


<발제글 3>공공선택이론과 선거 - 로미오

 
물뚝심송님의 본글과 비토세력님이 제 글에 남기신 댓글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생각을 아래에 씁니다.
 
제가 앞의 글에서 "산만하고 조직화 되어 있지 않은 다수의 대중보다 공통 이익으로 똘똘 뭉친 소수집단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다 관료와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은 다수의 의견이 아닌 소수 로비집단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 공공선택이론의 적용이라는 글을 썼는데, 이와 유사한 논리를 선거에도 확대시켜서 유권자의 비효율적 투표행위도 공공선택이론의 적용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 전부터 특정 후보나 정당을 열열히 지지하는 사람들은 선거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움직이든지 자신이 이미 결정한 후보나 정당에 투표합니다. 그 반면에 어느 후보나 정당을 미지근하게 지지하거나 특별히 지지하는 대상이 결정되지 않아 부동층으로 분류되는 대중들은 자신의 한표의 영향력에 대해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짜피 선거에서 자기가 누구를 찍건 투표의 결과에는 영향을 못 끼칠 거라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소홀하면 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지만 시간을 들여서 입후보자를 분석하는 일은 선거 결과와는 무관한 시간낭비이고, 투표 결과를 자신이 책임질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열심히 분석하고 공부해서 올바른 정보를 충분히 갖고 투표를 해도 자신이 구사한 한표의 역할은 너무나도 미미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유권자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자를 찾기 위해서 일부러 공부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묘사할 때 경제학에서 때때로 '유권자의 합리적 무지'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쯤 되면 공동이익으로 더 똘똘뭉친 소수집단이 무관심한 다수를 이용할 수 있는 알맞은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들은 물뚝님의 표현처럼 선거판에 영향을 줄 만큼의 자본을 사용하고, 3대 일간지나 그밖에 영향력 있는 홍보를 통한 눈 속임식 공약을 서서히 흘려서 서민들이 MB가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게끔 허상을 만들거나, MB가 아닌 사람이 당선되면 모두의 삶이 더 나빠져 자신들은 더욱 비참해질 거라고 믿게 만들 수 있습니다.
 
취임 후 MB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멜 때 지난 대선에서 MB를 찍은 사람이 후회하는 것을 가끔씩 접하곤 했는데, 후회라고 해봤자 그냥 던지는 말이지, 진심으로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은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어짜피 500만표 차이가 났는데 자기가 다른 사람을 찍었다고 해서 뭐가 달라졌겠냐는 생각이어서, 자신의 잘못된 투표 때문에 자신이 손해본 것은 하나도 없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선거 결과가 딱 한표 차이로 갈리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와 반대로 자신의 본업을 그르치면 자신이 고스란히 그 댓가를 치루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갖고 결정하겠지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비토세력님께서 말씀하시길 "결국 서민대중이 정치에 대한 힘을 가할 수 있으려면 서민대중의 삶이 아주 절실한 수준으로 어려워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환위기로 신한국당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같은 정권상실에 직면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수준에 도달해야 비로서 서민대중이 자신들의 선택에 절실함을 느낄 겁니다. " 라고 하셨는데, 서민대중이 깨어 있어서 선거 전까지 벌어진 상황을 숙지하고 있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이 아주 절실히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뭐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서민 대중 각자는 자신의 일상 생활에서의 사소하게 벌어지는 일들에 신경 쓰는 것이 선거 입후보자들의 진면목과 공약에 대해서 신경쓰는 것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한국당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정권상실의 이변을 겪은 건 외환위기 때문이 아니라 DJT연합, 이회창 아들의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 그리고 가장 큰 이유인 신한국당 출신 이인제가 따로 출마해서 500만표를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비관적인 결론에 도달하니 제 기분도 매우 불편합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요?


오마담 : "산만하고 조직화 되어 있지 않은 다수의 대중보다 공통 이익으로 똘똘 뭉친 소수집단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다 관료와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은 다수의 의견이 아닌 소수 로비집단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라는 말을 적용한다면... 적은 숫자지만 지금 상황에 비관적인 사람들이 똘똘 뭉치면 긍적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꺼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포기하지 않음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로미오 :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을 접촉해야 하는 정책결정에서는 로비자금이라든지 이익관계가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선거에서는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예전 운동권 학생들이 공장에 (위장)취업 하거나 농활이나 야학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비슷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들은 허상이 아닌 실상을 깨우쳐주려는 의도였습니다만... (물론 농활이나 야학 참여는 순수한 동기도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돌삐 :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글타래에서 경제와 일반대중의 의식과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었었는데 제 스스로가 정리되지 않아서 말았습니다. 결국은 정치에 관한 이야기로 발전하게 되니까 너무 광범위한거 같기도 하고..


비토세력 : 정치와 경제는 잘 분리가 안되는 것들입니다. 경제가 정치구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고, 정치적 지향에 따라 경제의 운용방법이 전혀 달라지기도 하는 탓입니다.
재정학에서 공공선택이론을 다루는 이유도 그런 것이죠. 공공선택이론이란 경제정책을 선택하는 방법으로서의 투표에 관하여 다루는 이론입니다. 투표란 정치적인 것이지만 그 투표가 경제에 있어서는 정책을 선택하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치와 경제가 함께 얽힌 문제들에 어색해하는 이유는 자꾸 둘을 분리해서 전혀 다른 분야로 인식하는데 익숙해서일 겁니다. 사실은 둘이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론도 서로 겹치는 교집합 부분이 상당히 있죠.


로미오 : 비토님께서 오셨군요^^

공공선택이론이  가장 잘 적용되는 케이스가 바로 정경유착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리 서민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한 정권이라도 일단 집권하면 재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껏 지켜봤습니다. 이런 저런 이익집단이 국민이 마땅이 누려야 할 혜택을 지금도 갉아먹고 있는데, 개개인이 하나의 특수이익집단에게 갉아먹히는 분량은 매우 적지만 이런 저런 수많은 이익집단에게 오랜 기간동안 이곳 저곳을 갉아먹혀서, 종합적으로 개인 한사람만 놓고 봐도 그가 입은 피해를 합친 것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닙니다. 국민 개개인은 여기 저기 서서히 갉아먹히는 곳에 일일이 신경쓰기엔 그 양이 너무 방대하고 자신들이 따로 영위하는 생업에도 지장을 받기 때문에 또 다시 '합리적 무지' 모드를 고수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천국인 걸로 생각하던 미국만 하더라도 로비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쓴지가 이미 한참이 지났습니다.

돌삐님, 경제와 일반대중의 의식과의 관계라는 건 약간 막연한 감이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구체화시키시면 충분히 편하게 의견을 나눠볼만 할 겁니다.^^  제가 쓴 내용은 정책결정에서 공공선택이론을 선거까지 확대시켜서 생각해 본 것입니다.


비토세력 :신한국당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정권상실의 이변을 겪은 건 외환위기 때문이 아니라 DJT연합, 이회창 아들의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 그리고 가장 큰 이유인 신한국당 출신 이인제가 따로 출마해서 500만표를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과거 제가 97년 대선과 02년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지역구도가 확고한 상태에서 지역별 유권자 비율을 놓고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항상 질 수 없는 게임입니다. 반한나라당 세력이 전국선거에서 이기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호남+충청의 몰표, 영남에서 25%정도의 표를 빼앗아올 것, 수도권에서 5%정도의 승리를 거둘 것, 반한나라당 후보가 단일화되거나 적어도 단일화에 준하는 수준으로 압도적 대표성을 얻을 것등 4가지입니다.
97년의 대선은 DJP연합으로 호남충청 몰표를, 이인제의 출마로 영남표를 25%이상 이회창에게서 빼앗았습니다. 수도권에서 외환위기에 대한 여론으로 5%이상을 확실히 확보했고, 권영길이 아주 미미한 수의 표만을 얻었습니다. 4가지다 충족된 것이죠.
02년 대선도 비슷합니다. 행정수도 이전공약으로 호남충청몰표, 노무현이 영남출신이어서 영남표 25%를 직접 획득합니다. 수도권에서 여전히 외환위기의 기억이 남아있는 데다 호남출신 충청출신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며 5%가 넘는 승리를 합니다. 역시 권영길후보는 반이회창 대표주자인 노무현에게 표몰아주기에 희생된 측면이 있어서 네가지가 다 충족되었습니다.
참 불행한 일이죠. 지역구도가 가장 승패를 가르는 요소이니 말입니다. 제가 외환위기를 DJ승인의 하나로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도권의 영남인구 비율이 상승하여 호남과 거의 균형을 이뤄가고 있던 상황에서 수도권의 5%승리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외환위기로 여론이 변한 덕이 있었다고 봅니다. 또 전혀 안어울리는 듯한 DJ와 jp는 물론 박태준까지 가세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외환위기로 조성된 신한국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죠. 또 이인제의 경선불복과 단독출마는 이회창의 어설픈 대응이나 자질 및 문제점, PK지역의 묘한 YS정서, 이인제의 개인적 성향등이 모두 작용했겠지만 역시 외환위기로 인한 반신한국당 정서가 기반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려운 4가지 조건이 충족되는데 외환위기는 상당히 위력적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봅니다.
호남과 일체감을 형성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어려운 4가지 요소들이 모두 충족되며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일등공신은 역시 외환위기와 YS였다고 보는 것입니다.


로미오 : 네. 말씀을 듣고 보니 비토님이나 저나 97년 대선에 대해서는 거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네요. 비토님은 외환위기라는 큰 사건이 DJT연합, 이인제 출마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셔서 외환위기를 직접 원인으로 드신 거니까요. 그런 기조에다 이회창씨의 장남이 체중미달이라는 납득 안되는 이유로 병역까지 면제받았으니 모든 조건이 들어맞은 경우 겠지요. 병역 면제 이슈는 얼핏 생각하기에 별 거 아닐 거 같지만 실제 효과는 메가톤급이었습니다.
02년 대선은 정몽준과의 황당한 단일화에 이어 선거직전에 정몽준이 바닥을 보이면서 노무현에게 발을 뺀 것이 대선의 과정과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합니다. (만일 정몽준이 노무현을 떠나지 않았다면 노무현 정부는 야당보다 정몽준에게 발목을 잡힌 상태로 5년을 보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정몽준은 한나라당에 그렇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지금 한나라당에 입당해서 대표 경선까지 치뤘을 정도로 한나라당적 인물이니, 아무리 좋게 생각해줘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털끝만큼의 명분도 없었습니다. 결과지상주의적 관점이라면 노무현이 어찌됐던 대선에서 이겼고 정몽준도 알아서 떨어져 나갔으니 모든 게 용서될 수 있었겠지만요.


비토세력 : 그렇죠. 정몽준과의 단일화는 명분이 당시에도 없었습니다. 다만 정몽준이 요구한 것을 노무현이 들어주지 않아서 마지막날 갈라진 것이니 결과는 좋았습니다만 과정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 것이죠.
그런데 정치인들은 명분없는 결과지상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과정이 완전히 용서될 수는 없는 일이죠. 그 자체로 성실한 비판이 가해져야 옳습니다.
그런데 이회창의 집권이 가장 피해야할 최악이라면 문제는 좀 달라질 수도 있겠죠. 이부분에서 평가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미오 : 저는 개인적으로 그때 정몽준이 노무현과의 여론조사에서 이겨서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그건 단기적, 장기적 의미에서 모두 이회창이 집권한 것보다 100만배 이상 해악적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그 이후로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정몽준의 도박은 노무현이 지는 경우 민주당 전체가 며칠 전에 날림공사된 국민통합21인지 뭔지에 흡수당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정몽준은 여론조사에서 져도 본전치기이지만 노무현이 여론조사에서 지는 경우는 만고의 역적이 됩니다. 노무현은 정몽준과 같이 허깨비 정당에 월드컵 거품으로 졸지에 대선후보 반열에 오른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정통야당의 명맥을 이어왔던 당시 집권여당이 국민경선을 통해서 선출한 대선후보였습니다.
왜 사람들이 아직도 김민석을 용서하지 못하는지 곱씹어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이회창의 집권이 가장 피해야할 최악이라고 생각했다면 김민석을 영웅대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짜피 노무현과 정몽준이 따로 나가면 지는 게임이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김민석의 행동은 용서 못하면서 노무현의 더 나쁜 행동은 지지하는 분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절대로, 죽어도 김민석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때 노무현이 한 행동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노무현, 이회창의 대선 대결에서 저는 기권할까 망설이다가 결국은 노무현을 찍었습니다. 그 이후로 어떤 투표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본글과 관련도 없고, 예전의 아픈 상처만 건드리기 때문에 더 이상 이어나가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비토세력 : 네, 충분히 공감합니다. 기대수익률이 낮은 위험한 게임이었죠. ^^


로미오 : 마음 편하게 다음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그 때 정몽준이 노무현한테 여론조사에서 이겨서 여권 단독후보로 출마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몇가지 변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김민석이 40대 초반의 국무총리를 거쳐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서 한나라당의 이명박과 07년 대선에서 재격돌 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以夷制夷... 김민석과 이명박이 대선에서 붙었다면 허무할 정도로 재미있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김민석이가 대통령이 되면 MB보다는 잘했을려나? 어짜피 정몽준이 5년 동안 나라의 모든 가치관을 말아먹고 난 뒤라서 더 망할 것도 없는 세상이었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밖에 안 나오는 군요.


토미에 : 민새와 이메가의 격돌이라...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데효..


로미오 : 그럼 저는 02년에 민새 찍었으니 형평성을 발휘해서 07엔 MB를 찍었을까요?

토미에 : 뭐 선거에서 굳이 기계적 형평성을 따질 필요가 있나요.. 지들이 잘살건 못살건 곧 죽어도 한날당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궁민이 대다수인 대한민국에서....ㅎㅎ


비토세력 : 로미오님이 암울한 전망을 하셨는데 마땅히 반박할 근거가 그리 없군요. 저도 그런 암울한 예상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네요.

하지만 외환위기와 같은 엄청난 위기를 현정권이 초래한다면 좀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 '경제를 꼭 살리겠다' 등 현 집권세력이 집권을 위해 처 놓은 덫이 성공하였습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을 공격하여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수도권 유권자와 상당한 일체감을 획득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경제위기가 현실화되어 부패한 세력이 유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확실히 증명되고, 부동산 버블붕괴등이 일어나 수도권 기득권층과 그에 기생하는 일부 중산층이 커다란 재산상의 손해를 입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서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엄청난 헛발질을 하지 않고 적절히 관리하면 5년이내에 그렇게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실업률이 좀 높고,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는 정도로는 물론 유권자의 각성을 일깨우기에 부족할 테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정부정책을 보면 정말 생각보다 심하게 한국경제를 망가뜨릴 위험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고 기대(?)를 하게 되더군요.

35%수준의 한나라당 고정지지층, 20%정도의 민주당 고정지지층,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5~10%, 게다가 15%정도의 자유선진당 지지층이 있다고 보면 75~80%가 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등락을 하죠. 나머지 25~30%는 어떤 경우에도 투표를 하지 않거나 특별한 동기가 있어야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위의 댓글에서 언급한 네가지 조건을 충족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 상황이네요. 특히 이회창까지 충청권의 맹주를 자처하고 나선 마당이니 말입니다. 좀 어려워지는 수준을 넘어 심각하게 경제위기가 닥치면 뭔가 좀 달라지긴 할 거라는 일말의 기대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로미오 : 비토님의 의견에 많이 공감하지만 여전히 심각하게 경제위기가 닥치면 뭔가 좀 달라질거라는 확신은 들지 않네요. 사람은 벼랑끝에 몰리면 더욱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매우 생활 형편이 안좋은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온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기댈 곳은 아무 곳도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변화가 안좋은 쪽으로 생기면 벼랑 끝으로 떨어지게 되므로, 그런 상황은 끝까지 피하고 싶어서 더더욱 소극적이 되는 경향이 큽니다. 그런 사람들이 절대 민노당을 찍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MB는 자기 아닌 사람이 당선되면 모두의 삶이 더 나빠져 경제적 하층민의 삶은 더욱 비참해질 거라고 믿게 만들었기에 그들이 표까지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다시 97년도 대선으로 돌아가면 외환위기도 발생했고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가지 상황에서 DJ가 그런 모든 유리한 조건에 있었음에도 고작 39만표 차이로밖에 승리하지 못한 건,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그 상황이 서민들을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시켰다고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합니다


비토세력 : 97년 대선에서 상당히 국민들의 감정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상당히 차이가 많이 벌어졌었거든요. 그런데 막판에 다시 '우리가 남이가?' 정서와 '이인제를 찍으면 이회창이 된다' '전라도에 정권을 넘겨줄 순 없다' 뭐 이런 것들이 조금씩 먹혀들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투표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결국 호남출신, 빨갱이라는 덫칠, 나이가 많아서 치매에 걸릴지 모른다는 점등 극복하기 어려운 약점에도 불구하고 근소한 차이의 승리가 가능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선가막판에 강하게 작동되는 호남배제론에도 불구하고 판세가 뒤집히지 않은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죠.
서민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임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기득권층의 기득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비하여 진짜 가진 것이 없는 서민들은 용감한 측면도 있습니다. 어차피 이래도 어렵고, 저래도 어려운데 좀 변화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싸우면 항상 부자가 이깁니다. 힘이 세기 때문이죠. 그런데 묘하게도 가난한 사람이 극심한 궁지에 몰리면 무척 강해집니다.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해보는 거죠.
또 이명박이 표를 앗아가기 위해서 동원한 주장들이 극심하게 무너지는 경우 그 세력의 무능으로 보여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봅니다. 위기의 정도가 어느 선이냐가 중요한 것이겠죠.

저도 확신은 못합니다. 다만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 것 뿐이죠.^^


로미오 : 네. 역시 비토님 의견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다시 반복적으로 한가지만 지적한다면 선거막판에 강하게 작동되는 흑색선전과, 호남배제론에도 불구하고 판세가 뒤집히지 않은 것은 이인제가 500만표를 가져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생각입니다. 다음 번에도 지난번처럼 모든게 맞아 떨어진다고 가정해도 누가 이인제의 역할을 다시 맡아 줄까요?


비토세력 : 이인제의 역할을 맡아줄 사람이 있거나 영남에서 표를 직접 일부 가져올 사람을 내세우거나 해야 하는데 어려운 얘기죠. 또 이회창의 충청권 분점을 깰 방법도 없네요. 그래서 엄청난 국민적 충격파가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인데 사실 정권을 빼앗아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호남후보 필패론처럼 이제 한나라당 후보 필승론이 거의 확실해진 셈이죠. 암울함 전망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군요.ㅎㅎ


로미오 : 미리미리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다음 번에는 박근혜나 정몽준이 이나라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지금부터 각오하지 않았다가 (혹시라도)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하시렵니까? 막말로 앞으로 우리는 MB가 대통령이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벌써부터 노무현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달빛항해 : ㅜ,.ㅜ 그 전망에 한 표를 보태자면...
97년 대선 당시에 대구에서 들리는 선거 이야기는
 1. 우리가 남이가 -> 회창 선택 + DJ 공격
 2. 3김 배제론 -> 인제 선택 + DJ 공격
 3. DJ 선택 -> 극소수, 뮝미?, 누구냐 너?
세 개 였습니다.
게다가 뭐, 어른들은 대부분 1번, 제 주위 인간들, 대학생들 중 그나마 쪼금 깨어있는 소수들은 2번과 3번 싸움이었습니다. 그 어디에도 97년의 IMF에 대해서 신한국당에 책임을 묻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비토세력 : 끔찍한 일이지만 그 것도 국민이 선택하면 어쩔 수 없겠죠.

로미오@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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