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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체제

경제 2008/09/26 17:36 by 알밥




이 글은 물뚝심송님의 <미국 금융위기의 내일>에 대한 로미오님의 답변글 입니다. 달리 제목을 달지 않은 글이어서 편집자가 임의로 제목을 지어보았습니다. 


 
앞의 1,2,3 번에 대해서(특히 3번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들이 많지만 일단 그 뒤로 넘어가서 4번부터 답하겠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이것 저것이 섞일 수도 있습니다. 물뚝님의 글을 본 이상 답변을 안 할 수가 없네요.
 
4. 2000년 초 IT 버블 붕괴 이후 주식시장에 2~3년 침체기가 오고, 공산주의 국가 몰락과 중국의 산업화로부터 각종 제품의 공급력이 높아진 결과 세계적으로 유동성 과잉이 발생했고 거기에 달러 약세까지 겹쳐서 미국 내외의 잉여자금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왔습니다.
 
IT 버블 붕괴 다음해에 9.11테러 사건까지 겹치자 FRB는 금리를 계속 인하해서 2003년도에는 역사상 최저인 연1%까지 떨어트렸고, 향후 3년간 초 저 이자율의 시대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은행들은 거의 공짜로 돈을 끌어올 수 있었고, 일반인들에겐 실질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인 시대였고, 주택대출 금리는 그에 따라 최저인 시대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부동산으로 돈이 몰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미국의 주택 마련 정책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우대세제에 따르면 주택 대출에 따른 이자지불은 전액 소득에서 공제되고 1가구 다주택의 경우도 같은 세제가 적용됩니다. 저소득 무주택자에게는 집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온 것이고, 고소득자는 주택 대출을 받아 집이나 별장을 한 채 더 구입하고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또 부동산을 사더라도 대출이자는 세액공제로 상쇄됩니다. 이러한 수법은 부동산 가격이 오름에 따라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또 부동산을 구입하는 일을 계속하면 절세는 물론 부동산의 평가이익이 눈덩이처럼 부풀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사람들은 몇 년 후에 되팔 목적으로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2005년에 이르자 전체 주택 구입의 40%가 별장용이나 투기용이었습니다.
 
미국은 독특한 신용사회여서 개인에 대한 평가는 그의 재산이 아니라 그가 얼마만큼 돈을 빌릴 수 있는가에 좌우됩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니까 주택을 담보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함께 왔습니다. 미국의 국민들은 대개가 자국의 파워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낙관적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어서 ‘현재를 즐기자’는 생활방식에 익숙해 있습니다.
 
자체 자금을 조달하는데 거의 돈이 들지 않으며, 주택을 담보로 개인에게 대출해주는 은행은 주택 대출에 대한 권리를 이익을 남기고 패니메이 또는 다른 투자은행에 곧바로 팔 수 있으므로, 더 이상 대출할 곳이 없을 때까지 가리지 않고 대출을 집행합니다. 이 와중에서 높은 이자와 수수료가 부과되는 서브프라임 대출이 전성기를 맞았고, 실적에 비례하는 수당을 은행으로부터 받는 대출 브로커들은 앞 뒤 안 가리고 누구로부터라도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속임수까지 쓰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적절한 대출 대상자가 희박해지자 은행과 브로커들은 대출을 줄이기는커녕, 자신들의 네트웍을 총 동원해서 대출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고객들까지 찾아 나섰습니다.
 
이상이 물뚝님이 궁금해하시는 미국에서 전국적인 주택가격 랠리가 벌어진 이유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당시에 미국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시스템이 발전한 나라들, 예를 들면 영국, 스페인,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주택 버블이 발생했습니다.
 
5. 금융에 대한 이론적 진보는 그 이전부터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주택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용파생상품의 급부상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커진 것과 관계가 많습니다. 파생상품의 특징은 주어진 기초자산의 가격 아래에서 이론적인 적정가격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적정가격은 파생상품의 만기가 되면 실제 시장가격과 딱 합쳐집니다. 파생상품의 구조가 복잡할수록 그 적정가격을 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파생상품 시장에 참여하면서 그 적정가격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성패의 가능성에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반면에 주식이나 주가지수와 같은 기초자산에는 적정가격이 주어지지 않으며 그에 따라 투자의 성패는 운이나 직감 또는 정보력에 좌우되기 쉽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시장상황을 원하지만 가격이 안정되면 트레이딩은 지루하고 별 의미가 없어지는 반면, 고수들이 큰 돈을 벌 기회는 시장이 혼란할 때에 많습니다. 시장이 요동치면 겂많은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로 치닫고 이런 패닉 상태는 사람들에게 전염 돼서 시장을 왜곡시켜서 한때 움직임을 같이 하던 몇 개의 파생상품들이 제각각 움직입니다. 지식과 재능 그리고 자본을 겸비하고 있는 극소수에게는 바로 이 때가 기회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시장이 안정되면 제각각 움직이던 대부분의 파생상품들은 한결같이 이미 구해놓은 적정가격으로 회귀합니다. 그래서 파생상품 투자 고수들은 시장을 의도적으로 흔들기를 좋아합니다.
 
 
앞서 제가 (브릭에) 썼던 글 중에 “주택저당증권 등의 자산을 기초로 하여 투자은행은 위험 등급에 따라 일반적으로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 채권 등 세가지 등급의 CDO를 발행하여 시중에 유통합니다.” 라는 문장이 있는데, 그렇게 세 등급으로 CDO를 발행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선호는 양극단으로 가는데 모기지 자체는 양극단의 중간쯤 위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에 밝혀진 실제상황은 그들의 생각과 달리 모기지는 위험도는 양극단의 하부에 위치했습니다.) AAA급 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다수의 일반인들, 그리고 카지노의 칩셋과 같은 후순위 CDO의 선호자들이 시장에서는 눈에 띄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순위 CDO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최상급의 판정을 받은 이유는 그 짧은 역사 동안에 회수율이 거의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대출자가 부도났을 경우에도 담보를 팔면 대출금이 전액 회수되는 상황이 이어졌으니까요. 반면에 회수율 말고 부도율을 갖고 신용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선순위 CDO들도 그 상황이 매우 안 좋았을 거라는 게 후에 드러났습니다.
 
일반인들의 상상으로는 그렇게 위험한 후순위 CDO 시장에 누가 참여할까 의아하겠지만 세계 금융시장에는 그런 상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거대한 그룹의 시장참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높은 수익을 위해 높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해왔으며 원하는 대로 투자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해왔으며 서슬 퍼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나 등록할 필요도 없었고, 대부분의 거래에서 포트폴리오 비공개를 따랐고,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있었고, 뮤추얼펀드와 다르게 자산을 분산하지 않고 한 곳에만 투자할 수도 있었고, 극단적인 차입투자 공매 등의 비통상적인 기법들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2007년도 중반에 그들은 무려 2조 5천억 달러 가량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었고 엄청난 차입규모를 감안할 때 그들이 투입한 실제 자산은 그것에 열배가 넘을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헤지펀드’입니다.
 
그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 거부들의 눈길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이런 수천개의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CSD, CDO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등장했고, CSD와 CDO를 합친 Synthetic CDO를 만들고 그 위에 겹겹으로 유동화 증권을 계속 발행했으며 아예 후순위 CDO를 기초로 CDO^2, CDO^3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사고 팔면서 시장을 쑤시고 다녀서 고도의 전문성과 규제력을 지닌 월가의 파수꾼 SEC조차도 전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상황파악조차 안 되는 상태였습니다.
 
서브프라임의 부실한 실체가 처음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도 헤지펀드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던 헤지펀드였는데, 6억 달러의 자본금에 1:17의 차입규모로 선, 후순위의 서브프라임 CDO에 주로 투자하던 헤지펀드였습니다. 이 헤지펀드가 위험에 처하자 담보를 가지고 있던 채권자 메릴린치는 베어스턴스에게 강제로 그 펀드를 청산하게 합니다. 베어스턴스는 수십억 달러를 들여서 그 펀드를 청산했고, 그것이 보도된 이후에 사람들은 서브프라임이 얼만큼 위험하게 거대 금융사들에게 퍼져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신용평가사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자산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미국 정부의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산하기관인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fice of Federal Housing Enterprise Oversight, OFHEO)은 상황이 극도로 나빠질 때까지 패니메이의 부실이나 미국 주택시장에 버블 가능성조차 결코 인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로미오@찌질넷



편집자주 : 이 글은 아래 글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2008/09/26 - [경제] - 미국 금융 위기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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