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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세력님의 글 중에서 한 문단을 가져왔습니다.
 
"시장자율을 외친 이유가 지난 정권이 부동산 시장에 가했던 투기억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그런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곳의 많은 분들이 비토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위 글의 논리에 대해서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른 여러 성공적인 정책과는 달리 정책의 최고 책임자의 감정이 여러 곳에 배어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던 노대통령이지만,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생가하거나 특정 집단이 자신을 얕잡아 본다는 느낌이 들면 평정심을 잃고 그 이후의 정책은 자존심을 건 '승부'가 되 버린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성급하게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한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시장의 복수'를 겪어야만 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복수에 대해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전에 저의 글에서 언급한 내용도 있습니다. 앞의 두가지 예를 제외한 부동산과 교육정책에 대한 예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그런 결과가 인과론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할 근거는 저에게 딱이 없습니다. 그냥 제가 생각하는 막연한 인과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서 간단히 써 보겠습니다.
 
 
1. 프랑스 혁명 직후 공포정치 시대에 권력을 잡은 로베스피에르가 서민의 생활고를 덜어주려고 우유 가격을 강제로 인하한 사건은 아주 유명하게 전해집니다. 잠시 우유 값이 내리는가 싶더니, 채산성이 떨어진 낙농업자들이 단체로 젖소를 도살해서 파는 등의 우유 생산 포기의 결과로 우유 공급이 급격히 감소해서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으며, 실제 우유가 웃돈을 받고 거래되는 가격은 강제 인하조치 이전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결국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로 무장했음에도 경제정책에서 참패했고 이 실패는 얼마 후 그를 단두대에 오르게 하는데 일조했습니다.
 
2. 1960년대에 미국은 '레귤레이션 큐'라고 명칭된 이자율 상한조치를 실행했습니다. 60년대 말 이자율이 높아지자 미국 내에서 상한조치가 작동되었고, 이에 따라 달러는 미국을 이탈해서 영국으로 이동했습니다. 63년에 미국이 부과한 이자율평형세 때문에 미국인이 외국자산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얻더라도 이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서 국내와 동일한 수익이 나오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해외 자산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미국시장에서 자금을 조성하려는 외국의 기업들은 영국의 유로달러 시장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발달된 유로달러 시장 덕분에 오늘날 영국은 국제통화시장을 이끄는 금융강국이 되었습니다.
 
3. 대출 금리의 상한선을 지정하여 규제하면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서라도 돈을 빌려야 하는 정말로 긴박한 사정의 서민들의 대출길이 막힙니다. 결국 서민은 암시장에서 엄청난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시장을 통제하면 암시장이 성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4.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으로 정부가 공교육을 통제하자 사교육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됐고 그 결과 원래의 명분과 달리 불평등이 더욱 심화됐습니다.
 
5. 불평등을 해소하고 서민의 생활을 위해서 신규로 공급하는 아파트의 실평수를 25.7평으로 제한한 결과 중 대형 평수의 아파트에 품귀현상이 벌어져서 가격이 치솟았고, 그 결과 중 소형 평수의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6.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고 강남 아파트 거래 시 거액의 양도세를 부과한 결과 아파트의 수요가 줄기는 커녕 부과된 양도세만큼의 금액이 아파트 가격에 추가로 책정돼서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더욱 올랐습니다.
 
7. 본고사 폐지, 고교 등급제 폐지, 학교장 추천, 수시 1, 수시 2-1, 수시 2-2, 수능 정시, 각종 논술, 백분율, 가나다군.. 등의 합리화와 평균화 지향적 대입 정책을 실시한 결과 그 복잡성과 업무의 과부하 때문에 학교의 일선 교사들은 진학지도에서 완전히 손을 놓게 되고, 각종 수시와 논술을 잘 치르게 하는 편법성 사교육만 기승을 부리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은 그분이 인내심을 보이고 합리적이고 원칙을 따를 때 빛나 보였습니다. 자신은 이전 정권의 인위적 경기 부양에 따른 거품을 물려 받았고, 임기중에 여야를 막론하고 경기부양책을 쓰라는 압력을 받으면서도 단 한번도 눈에 띄는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은 유일한 정권입니다. MB는 이 점에 대해서 전 정권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겁니다.


로미오@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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