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으로는 보유세는 좀 애매한 존재라는 겁니다.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까지는 불필요하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은 내는게 맞습니다. 논리적으로도 그렇고 실증적, 경험적으로도 세금의 존재는 필요합니다. 그 경우 세금이라는 어휘의 의미는 소득세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바로 그 사회의 구성원이 벌어들인 "소득"에 부과하는 직접세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발생한 소득, 그것도 소득세 다 내고 모은 재산이 좀 많다고 해서 보유세를 또 내라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이중과세의 혐의도 있죠.
기타 자질구레한 간접세들(부가세는 자질구레 정도가 아니지만)의 의미는 다 접어 놓고라도, 소득세와 보유세만 놓고 볼 때, 보유세의 존재가 정당한가에 대한 것은 논쟁가능한 주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현실적으로는 보유세가 그 개인이 보유한 모든 자산에 부과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소득세 낸 후 소득을 몽땅 현금으로 바꿔서 집에 쌓아 놓고 있다 해서 보유세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 현금을 은행에 맡겨놓고 있어도 보유세를 내지는 않습니다.
보유세를 내야 하는 자산은 주택등의 부동산과 자동차 정도에 국한된다는 것입니다.
그 경우, 부동산에 대해서는 기존에 재산세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내고 있고, 자동차 역시 자동차세라 해서 매년 내고 있죠. 이 두가지 모두 지방세에 속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보유세에 대한 의미를 사실상 세금의 측면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기여금 정도로 간주를 하고 있습니다. 즉, 내가 이 지역에 집을 장만하고 살고 있으니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집의 규모에 따라 기여금을 내고 그 돈을 모아 지역을 발전시키자.. 라는 형식 말입니다. 물론 세금도 이런 측면이 없진 않지만, 소득세와는 많이 다르죠.
그렇게 되면 종부세의 의미에 접근하는 것이 좀더 단순해 집니다. 국세로써의 종부세의 의미는 사실 규명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방세도 아니고 국세로 종부세를 내는 것은 다시 이중과세의 문제나 여타 본질적인 세금으로써의 의미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아마도 종부세 세원을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게 주는 교부금으로 돌린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종부세는 또다른 논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즉, 지자체의 세원이 지방세에 의존하게 될 경우 낙후된 지역은 더욱 낙후되고, 발전한 지역은 더욱 발전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발전된 지역에서 거둔 종부세로 낙후된 지역에 교부금을 배정하면 좀더 균형발전이 가능해진다는 이점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하여간 종부세에 대한 제 결론은 이 제도는 본질적으로 허용된 제도가 아니라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의해 만들어진 한시적 제도가 될 거라는 측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무 행정에 대해 본질적인 입장에서 바라는 것이, 소득세등의 직접세를 강화하고, 누진세율을 좀더 강하게 집행하면서, 각종 간접세는 축소하길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방 균형발전의 문제는 세무행정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단순한 것이 옳다"는 측면에서 맞지 않겠냐는 측면도 있긴 합니다.
문제는 이 종부세에 대한 찬반을 보이는 입장들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상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종부세에 대한 제 의견을 피력하고 반론을 기대하는 그런 주제가 아니고, 종부세라는 것을 놓고 벌어지는 찬반의 대립이 비정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측면을 언급하기 위한 것이었거든요.
전 대통령 노무현은 이 문제를 놓고 "종부세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중요한 논제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자신의 사이트에서 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그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종부세의 본질에 관한 논쟁에서는 이 문제가 진보와 보수의 차이로 대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보와 보수의 입장차이를 논하기 이전에 "자본주의하에서의 세무행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논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 상황에서 종부세에 대한 찬반은 전혀 본질적인 논쟁이 아닙니다. 종부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의 이기주의적인 반대와, 현실적인 행정 방안으로써의 종부세를 찬성하는 그룹의 대립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대립은 또 세분화 됩니다. 자신의 이익/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종부세 자체가 행정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심지어 헌법과 불합치 할 수도 있다는 기술적인 문제점을 제기하는 그룹과, 그런 문제가 좀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현실에서 충분히 활용가능한 행정도구가 될 수 있다는 그룹의 대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종부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과 이득을 보는 계층의 대립이 있고, 종부세 자체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비관적인 그룹과 효용성을 좀더 높이 보는 그룹의 대립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정치적인 대립이고, 후자는 학술적인 대립이 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두가지 대립은 그 궤를 전혀 달리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중에서 제대로 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굳이 찾자면, 종부세라도 동원해서 이 사회의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제거해보자는 그룹과, 종부세는 그 효용도 의심스러울 뿐더러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으니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그룹 간의 대립 정도가 될 수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의 발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종부세의 문제를 좀더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다보면, 종부세 자체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것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그다지 신중치 못하게, 매끄럽지 못하게 일을 처리한 노무현 정권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주장을 펴고, 좀더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노무현의 실책을 비판하다 보면, 그 주장은 바로 "종부세에 의해 피해를 보는 그룹이 펴는 이기적인 주장"의 근거로 전용된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그런 이기주의적인 그룹(대부분 상위계층이며 기득권층입니다.)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실질적으로 이기적인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아닌 척 하면서 종부세 자체를 폄하하는 기술적 위장을 할 능력이 있는 그룹들입니다. 그들은 바로 이 전문적이고 논리적인 종부세에 대한 비판의 근거를 차용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좀더 합리적으로 꾸미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위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순수한 입장에서 행했던 종부세라는 제도에 대한 진지한 비판은 정치적으로 전용되면서 비열하고 이기적이며 근시안적인 그룹에 의해 이용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그룹의 주장은 결국 단기적으로 보면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사회의 파국을 초래하고 결국 자신들에게도 손해가 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저는 그들의 그런 행태에 대해 비열하고 이기적이며 근시안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매우 전형적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광우병 사태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벌어졌습니다.
광우병이 사실은 별 위험성도 없는 문제지만, 대중의 어리석은 주장에 대해 과학적 진실을 알리려는 순수한 노력은 결국, 대중들의 정치권력에 대한 투쟁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집권세력의 이익을 위해 전용되고 말았다는 점을 얘기하는 겁니다.
진보들의 문제는 자주 말해왔지만, 전략부재입니다. 이는 현실성 부족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당위성만 말하지 현실을 모릅니다. 이러한 문제는 아주 똑같이 노무현 정권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진보라 주장하지도 않았지만, 진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도 않으면서, 당위성보다 현실성에 더 비중을 두고 서투른 정책을 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진보그룹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없는 정책을 수행하는 바람에 진보의 지지를 잃고, 애시당초 없었던 보수의 지지도 얻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수행했던 종부세라는 제도 하나를 놓고 보자면, 그래도 뭔가를 하려고 시도를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 뭔가는 진보적 관점과 어느정도 일치합니다. 즉 사회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보려는 시도였다는 거죠.
그들의 시도에 대한 진지한 비판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비판은 언제든지, 노무현 정권의 불편한 시도에 거부반응을 보여왔던 이기적 기득권계층에 의해 전용될 수 있습니다.
저는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단언할 수가 없군요.
기껏 해 본다는 생각은.. 노무현 그룹을 비판할 때 이 정도 단서를 붙여야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이러이러한 실책을 행했다. 고로 나쁜 넘들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니넘들은 저 못난 노무현보다도 백배는 더 나빠!!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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