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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창한 봄날인데 까닭없이 우울하군요. 그래서 그림을 보러 갔습니다. 
 



고호가 그린 모든 정물화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그림을 집어 내라면 선뜻 꼽을 두 폭의 장미 그림 중 하나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 그림들을 보았을 때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화면 가득 물결치는 붓 터치와 아름답고 부드러운 색조의 활짝 핀 장미꽃 더미 이국 땅에서 여행자의 낭만에 취해 들떠 있었고, 앞날의 희망과 꿈에 잔뜩 설레던 젊은 시절었습니다.  일렁이는 즐거움으로 들여다 보다가 갤러리 상점에서 포스터를 한 장 사서 돌아와 벽에 걸었었지요.
 
<장미>는 반 고호가 쌩 레미의 요양소에서 퇴원하기 직전에 그린 그림입니다.  이 즈음은 고호가 자신의 질병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평생 괴롭혀 온 내부의 열정과도 화해를 할 시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회복과 치료의 과정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그에게 너무도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그 마지막 3주간 동안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에 고호는 미친듯이 일을 했다(그림을 그렸다). 큰 꽃다발들, 보랏빛 붓꽃들, 커다란 장미 묶음들…” 라고 썼습니다.
 
풍성한 꽃다발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만개한 꽃의 마지막 영화가 괜스리 슬프게 느껴집니다.  막 시들기 시작하는 둥글 둥글 접힌 꽃잎과 진한 잎새들은 사선으로 물결치는 잔잔한 초록색 배경과 대비를 이룹니다.  여리디 여린 새봄 잎사귀 빛갈을 띠고 있는 연초록의 배경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들에서 숲에서 아우성을 치며 새순을 밀어내고 있는 나무 가지들이 떠오릅니다.
 
고호는 모든 피어나는 꽃들에서 생명의 탄생과 다시 태어남에 대한 축하의 몸짓을 읽었습니다. 생명에는 축복이 있을 뿐입니다.  험난하든 고달프든 일단 태어났으면 최선을 다해 삶을 껴 안고 부대껴야 하는 것이 생명의 운명입니다. 오래 오래 영화를 누리며 활짝 피는 생명도 있고 피지도 못한 채 시들시들 죽어가는 생명도 있습니다.  감동, 연민, 분노예술가 고호가 생명에 대해 느꼈을 일체의 감정들이 이 그림에 메아리지고 있는 듯 합니다.
 
여섯 살적 부터 화상 art dealer, 교사, 평신도 전도사 lay evangelist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사랑도 직업도 손 대는 것마다 실패하고, 화가가 되어서도 세상과 친해 보지 못한 채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아보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간 인간 고호 -- 성격이 외곬수이고 특이한 행동들을 보여 주었지만 고호는 가슴이 따뜻한 아주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위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불행을 자기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화가가 되기로 작정한 후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단 10년 동안 고호는 1천 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그의 생애 마지막에 부른 삶의 연가입니다.
 
페인트칠을 어찌나 두껍게 했는지 이미 완성된 그림이었지만 마르지를 않아서 병원을 떠날 때 가지고 가지 못했습니다. 생 레미의 요양원을 떠나던 날이 5 16, 테오에게  이 그림들은 마르려면 족히 한 달은 걸릴 거야, 그러나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떠난 후 잘 지켰다가 보내 줄 거야.” 라고 써 보냈습니다.  그림들은 거의 정확히 한 달 후Auvers에도착했습니다. 6 24일이었죠. 그리고 한 달이 채 못되어 고호는 그 곳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고호가 그린 또 하나의 장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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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전 고흐의 해바라기만 알고 있었는데 장미 그림도 좋군요. 아직 마르지 않은 고흐의 그림을 보는 기분은 어떤 걸까요?ㅎㅎ

    2009/08/08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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