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미리 얘기한 것 처럼 천수만 가서 숭어 좌대를 탔습니다.
이 바다좌대라는게, 붕어좌대하고는 좀 달라서 규모가 좀 크죠. 일단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는게 다르고..
좌대만 따로 띄워놓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가두리 양식장이 좌대를 겸업합니다. 대부분 시설이 지극히 열악한데, 이 당암리에 있는 좌대중 임모 선장이 운영하는 좌대는 나름 깔끔한 시설과 친절한 매너, 다양한 놀거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완전 광고 멘트네..)
하여간.. 그 가두리 양식장에 기르는 고기들 먹으라고 퍼준 사료가 그물 밖으로 흘러 나가고 고기들이 그거 먹으러 모여들면 그걸 낚시로 잡는다는 겁니다. ㅎㅎㅎ, 이건 자연산도 아니고 양식도 아니여~~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일정이라, 옆집사는 비토세력 알바를 꼬셔서 같이 갔는데, 새벽에 차몰고 서해안 고속도로 달리다가 깜짝 놀란 일이..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찌질넷의 존재를 비토알바가 전혀 모르시더군요. 윽~~
"요즘 황양연에 왜 알바들이 하나도 없어? 다 죽은겨? "
해서~ 이리저리 설명을 해놨으니 이제 좀 있으면 여기서도 비토세력의 재미없고 길기만한 장문텔허를 볼 수 있게 될거 같습니다.
하여간 도착해서 포구에서 배타고 좌대에 올라, 낚시대를 펴자마자 바로 배스치는데 쓰는 미디엄 베이트 로드와 아부가르시아 앰베서더 릴 세트에 신호가 팍 오더군요. 오호~ 오늘 분위기 조아조아~
한 삼십 정도 되어 보이는 잔챙이 숭어가 한마리 올라왔습니다. 숭어는 원래 덩치가 큰 넘이라 크기가 무의미합니다만, 이건 좀 작군요.
방파제에서 회유하는 숭어떼에 훌치기 낚시를 하거나 강하구 뻘밭에서 원투낚시로 잡는 숭어는 좀 작은게 많습니다만, 좌대같이 포구 한가운데 떠서 잡는 숭어들은 한덩치 합니다. 보통 오육십 이상.. 그런데 첫빠따에 삼십이라니.. 음..
그런데.. 갑자기 이게 웬일.. 그 이후로 두명이 펴놓은 네대의 낚시대가 조용~~~ 옆에서는 연신들 올리는데, 이상하게 우리 자리에서만 입질한번 없이, 월향시인 낚시하듯이 아무도 안 걸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 둘이서 하릴없이 서로 얼굴만 마주보고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대니까 선장이 스윽 다가오더니..
"이거 들고가서 우럭좀 건져오세유~" 하면서 망가진 낚시대에 빨래줄 같은거 묶고 굵은 지그헤드(납덩이와 바늘이 같이 달린 채비)달아서 일회용 젓가랏 포장비닐을 미끼로 묶어 주더군요.
비토알바는 낚시대를 들고, 저는 빠께스와 플라이어(고기 입에 바늘빼는데는 이게 최고~)들고 가두리 양식장으로 위태위태 걸어가서 팔뚝만한 우럭을 건지기 시작했습니다.
"야~~ 고기도 안잡히는데 손맛은 지대로 보네~~"
신이난 비토알바는 연신 걸어 올리고, 저는 옆에서 시다바리로 바늘 빼주다가 지그헤드에 손가락을 맞아서 멍이 시퍼렇게 들고 피가 철철~~
그 우럭은 선장이 길러서 팔던 우럭을 다 팔지 않고 손님들 접대용으로 썰어주려고 남겨둔 양식 우럭들이죠. 그거 그물안에 가두어 놓고 며칠동안 밥을 안주면 낚시 바늘에 담배꽁초 끼워 던져도 뎀벼듭니다. ㅎㅎㅎ
건져온 우럭은 선장 사모가 다 썰어서 좌대위에 손님들에게 한 접시씩 서비스로 제공하고, 고기도 안잡히는데 무료하던 두 알바는 우럭한접시에 소주 한병 비웁니다. 사실 비토알바가 술을 전혀 안 먹으니까, 제가 다 먹었죠.
양식이면 어떠랴~ 바다위에서 먹는 회맛은 언제나 조아조아~ 하면서 놀다가 오전물때가 다 지나버렸습니다. ㅎㅎㅎ
시간이 흘러서 배타고 배달되어 온 김치찌개로 점심까지 먹고 나서, 더 할까 대충 접고 서산가서 배스나 칠까~ 하고 있는데 선장이 또 스윽~ 다가옵니다.
"이 자리는 오후 들물 포인트니까 이제부터 신경써서 낚시좀 해 보세유~"
사실 제가 선장한테 가서, 우리 옆자리 연신 잡던 넘들이 점심때 나갔는데 우리가 그 자리로 옮기는게 어떻겠냐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선장이 자기 믿고 하던 자리에서 계속해 보라고 그러길래 저게 왜저러나 싶었는데..
저 꼬실링 멘트에 속아줘 말아줘~ 하면서 둘이 수근거리던 와중에 슬슬 초릿대 끝이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어~ 진짜네~"
그러더니 연신 숭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재미 붙은 두 알바는 선장이 비축해 놓은 고물 낚시대도 두개 더 가져다가 일인당 세개씩 펴놓고 숭어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뭐 폭발적으로 잡히진 않았지만 한넘 잡을 때 마다 덩치가 워낙 커서 쿡쿡 쳐박은 손맛에, 옆에서 보조 뜰채질 없으면 건지지도 못하죠, 한명이 걸어서 뜰채 잡고 대기하면 내 낚시대가 휘청거려서 우왕좌왕 하기도 하고..
미끼로 쓰는 떡밥을 뭉칠 시간도 모질라서 정신없이 오후를 보냈고, 결국 이따시 만한 숭어를 두어시간만에 열마리 넘게 잡았습니다.
슬슬 접으려고 준비하는데 선장이 또 오더니...
"고기 못잡아서 어떡한대유~" 하면서 우리 살림망을 슥 들어보더니, "어~ 공치는 줄 알았더니 먹을 만큼 잡았네유~ " 하면서 능청을 떱니다. ㅎㅎㅎ
결국 큰넘 세마리 골라서 포구 앞에 있는 횟집에서 회 떠달라고 부탁해서 아이스박스에 쟁이고, 나머지는 대가리 치고 피 빼서 비늘치고 내장치고 손질해서 가져옵니다.
집에 돌아와서 회는 반 갈라서 양쪽 식구들 바로 먹게 해주고, 저는 남은 숭어들 작은건 토막쳐서 찌개용으로, 큰 넘은 포 떠서 생선가스용으로 손질해서 나눕니다.
식구들 먹다 먹다 남은 회 가져다 놓고 마눌님하고 소주한잔 하면서, 요즘 뜨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 보고, 술취해 잠이 든 하루였습니다.
다른데 숭어랑 달라서 천수만 숭어는 물이 맑아서 그런지, 뻘냄새도 안나고 껍질도 얇고 육질이 단단해서 먹을만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양식우럭보다 훨씬 맛있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게 통영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숭어라고들 하는데 그 이유도 역시 물이 맑아서 그런거죠.
알바들도 기회가 된다면 언제 한번 초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천수만 숭어낚시의 세계를 한번 접해 보시길 권하면서 마칩니다.
먹기 바빠서 인증샷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 저녁때 숭어찌개나 생선가스 만들면 한번 찍어볼까 생각중인데, 그것도 귀챠니즘의 압박앞에서 무산될 가능성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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