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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들의 가을여행 - 1

문화/여행 2007/11/26 20:05 by 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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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1월 말이면 원래 겨울여행으로 제목을 붙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곳은 낙엽이 벌써 몇 차례 떨어지고 흩날리고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가을이었다.
 
무척 설렜다. 꽉꽉 막힐 것이 뻔한 토요일의 고속도로를 승용차로 가는 것이 너무 싫어서 알바들의 타박을 각오하고 버스편으로 혼자 떠나기로 해놓고도, 못내 설렘을 이기지 못해 떠나는 날 새벽에 일찌감치 부산으로 가서 부산알바들과 합류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1시간이라도 일찍 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리저리 시간을 죽이다가 지하철 첫차가 움직이기도 전에 택시를 타고 6시에 떠나는 KTX에 올랐다. 원래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푹 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10여명의 중년 부부 모임 때문에 겨우 30분 정도 눈을 붙였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뒤 그 이후로는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다가가서 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는 너무 시끄럽지 않게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여행길의 자유 정도는 그 분들도 누릴 권리가 있겠다 싶어 그냥 기분좋게 참았다.
 
9시에 부산에 도착하겠다고 미리 전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얘기를 잠결에 들은 울트라 알바가 그것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바람에, 아무 것도 몰랐던 돌탱횽은 나를 태우기 위해 이미 하동을 향해 한참을 달리던 길을 되돌려야 했다.
 
11시 반쯤 사천휴게소에서 누룽지횽과 합류했다. 원래 10시에 의왕으로 모여서 출발할 예정이었던 서울팀은 그제서야 겨우 출발했다는 소식. 그 우여곡절은 물뚝대장이 상세하게 전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순천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곳에서 서울 알바들을 맞기로 계획을 세우고 긍정횽아를 만나기 위해 광양으로 향했다. 맨날 밤에만 다니던 길이라 햇빛 찬란한 시간에 길을 달리니 당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누룽지횽님 덕에 광양시내를 거의 한 바퀴 다 둘러본 뒤에야 약속장소인 고깃집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긍정횽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모두 합쳐서 화를 낼 일이 많아봐야 대여섯 번 안짝일 것으로 생각될 만큼 편안하고 따뜻한 표정의 미소년.
 
누룽지횽의 친구분인 모 교감선생님이 안내해주신 고깃집의 메뉴는 가벼운 양념으로 손질한 주물럭이었다. 나는 음식을 묘사하는 데는 잼뱅이라 자세히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길게 풀어 얘기할 필요 없이 넘흐넘흐 맛있었다.
 
더욱이 그 시각 여전히 천안에서 발이 묶여있다는 서울알바들의 소식은 감미롭기 그지없는 고기맛에 취해있는 미각을 열 배는 더 돋우어 주었다. 고기를 다 먹을 무렵, 돌탱횽이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게된 나는 여행기간 동안 마음씨좋은 돌탱횽의 카메라를 강탈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랜만에 사진을 좀 찍어보고 싶었다.
 
순천만
 
순천만은 이름난 자연습지다. 아름다운 일몰 장면으로도 유명하고 너른 갈대숲 덕에 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에게는 필수코스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런데 나는 초행이었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 줄은 몰랐다. 한 마디로 인산인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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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축구장 서너 개 넓이는 돼보이는 넓디 너른 주차장은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메워져 있었고, 들고 나는 차들의 행렬은 서로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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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억새는 사진의 중요한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그 둘을 구분 못한다. 내가 볼 때는 억새 같은데, 그곳에서는 갈대라고 하니 갈대인갑다 하는 정도다. 순천만은 이런 갈대밭이 도처에 깔려있다. 순천만의 물 가운데에도 삼각주 형태의 크고 작은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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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선착장. 모터보트로 순천만을 돌아보는데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무쟈게 싫어하는 공통점을 가진 찌질휘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순천만 순례를 포기하는 데는 1초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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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구름다리 위로 올라가서 순천망 전체를 조망하는 건 해보려고 했는데 그 순간에 후크횽과 불륜알바가 순천만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와서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다.
 
따로 시간을 내서 좀더 여유를 가지고 조문조문 살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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