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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연히 책장 귀퉁이에서 대학교 때 교과서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대학교 때 교과서를 돈 주고 샀던 기억도 손에 꼽을 만 한데 그 책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언론통제이론"이라는 책입니다. 그런데 몇 장 들춰보니까 첫 장부터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게 넘흐넘흐 잘 읽히는 겁니다.
그 당시에는 공부하기 싫어서 억지로 억지로 책장을 넘겼을 것이 분명한데도 20여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 헤롤드 라스웰, 쿠르트 레빈, 윌버 슈람 등 향수 어린 언론학자들의 이름들도 반갑고, 개론 부분에 있는 "언론의 4이론", "선택적 인지이론" 등등의 고색창연한 언론이론들도 새롭고 그렇더군요.
그래서 요즘 심심할 때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곤 하는데, 언론과 관련돼서 사회적으로 거론되는 것들, 더 나아가 논쟁과 갈등이 벌어지는 것들에 대한 내용이 모두 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저는 최근의 언론현상에 대해 신문방송학과의 노장급 교수들이 하나같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친언론 일변도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이 책을 다시 보니 그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의 경향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1983년에 이 책을 증보발간한 저자들과 같은 레벨의 교수들은 언론자유와 그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언론통제에 대해 극(hyper)자유주의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과장되게 얘기하면 언론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약도 부당하며 모든 자유는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는 5공 치하였으니 어쩌면 그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언론의 갈등에 대해 최근 그들이 보이고 있는 입장을 보면 그 당시의 생각이 더더욱 견고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제 잠깐 댓글에 썼듯이 "언론에 대한 시민적 통제"가 강력하게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제 입장과 비교해볼 때, 어느 쪽이 진보적이고 어느 쪽이 보수적인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들의 입장은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신자유주의와 그 맥락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언론에 대한 통제의 현상적인 분석과, 자유와 통제의 조화에 대한 당위의 제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언론통제이론에 있어서 그 근간이 되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언론의 4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언론의 자유와 통제의 관계에 대한 규범을 유형화한 것인데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제목만 가지고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 권위주의 이론
2. 자유주의 이론
3. 사회적 책임 이론
4. 소비에트 공산주의 이론
권위주의 이론은 언론자유의 개념이 발생해서 성장하고 정착하는 동안 외부환경으로 존재했던 극도의 통제상황을 유형화한 것이고, 자유주의 이론은 거기에 대한 반발과 투쟁의 결과에다가 시장주의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모델이며, 사회적 책임이론은 매체와 여론의 독점화 경향과 같은 자유주의 언론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언론의 공적책임을 강조한 모델입니다.
족보가 완전히 다른 소비에트 공산주의 이론은 언론이 공산주의 혁명을 전파하고 확산하여 완성시키는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보는 모델입니다. 이 모델에서 진실보도, 사실보도는 아예 그 개념이 없고 매체가 지닌 선전선동 도구로서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가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이 책 이후에 위 3번의 사회적 책임이론이 발전해서 "민주적 참여이론"이라는 유형이 나온 모양인데, 그것을 배운 적은 없지만 지금의 제 입장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책임이론이 기본적으로 언론의 책임에 대한 언론종사자와 관계자의 자발적인 자각을 요구하는 것인데 반해, 민주적 참여이론은 수용자가 매체의 정보생산과 유통에 참여하고 개입하거나, 소규모매체 혹은 지역매체를 직접 운영함으로써 대형매체(Mass Media)의 영향력을 제어하고 견인하고자 하는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위 유형을 우리나라에 적용시켜봤을 때 우리나라 언론의 상황은
1. 권위주의 이론모델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2. 사회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이론에 가까운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으나,
3. 실제적인 환경은 극도의 자유주의 이론 모델로 구축되어 있는 반면에,
4. 그 중 시장점유율과 언론장악력이 높은 매체는 소비에트 공산주의 이론 모형으로 작동되고 있는 기기묘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희안발칙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권장되어야 할 것이 언론의 내부적 자율통제이겠으나, 지구상에서 자율통제의식이 가장 박약한 집단이 우리나라 언론인지라, 이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 시민적 통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민통제는 여러 형태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 일부 매체가 독과점하고 있었던 정보의 수집과 생산, 해석, 가공, 유통의 기능을 개인매체 혹은 소수집단 매체가 잠식함으로써 언론현상을 진정한 의미로 시장화(市場化) 하는 것입니다.
이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민주적 참여이론"을 주창한 학자들이 이러한 환경을 예견하거나 감안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와 훨씬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실현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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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루봉다리 : 흠, 요약력이 이렇게 떨어지다니, 학점이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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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 ㅋㅋㅋ 제가 다닌 학교는 길게 쓸수록 학점을 잘 주던 풍토가 있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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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럴리스트 :
언론활동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시장化가 이루어지면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만) 나름대로 의미가 클 것이라 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안티조선과 같이 힘겹고 비효율적인 투쟁에 나설 필요가 없이 선반위에 놓여진 여러 언론중 구미에 맞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진정한 의미의 시장化를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입니다. 진입장벽의 철거. 지금의 군소언론, 인터넷언론에게 있어서 가장 큰 진입장벽은 무엇일까요? 자본일 것입니다. 정보원에 대한 접근이나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 이러한 것들은 모두 자본으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이 자본이라는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군소언론에 자본을 투하해야 하는데... 결국 언론의 시장화라는 원래 취지와는 이율배반적인 액션을 취하게 됩니다.
이 말은 거꾸로 하면, "기존의 진입장벽은 (그것이 법률, 규제 등이 아닌 이상) 이미 시장의 일부이다. 진정한 시장화를 위해 진입장벽을 없애고자 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라는 파라독스적인 결론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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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란 것이 뭔지 몰겠으나 어떤 녀석이건 "통제"를 하면 대략 뷁...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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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
정부가 군소언론에 자본을 투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것은 배달망을 지원해서 (군소언론과는 또 다른 의미의) 마이너언론의 영업환경을 개선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고.
제가 말씀드린 시장화는 독점이 해제되고 제어되는 상황을 얘기하는 겁니다. 자신의 상품보다 더 우량한 동종제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면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물건을 찍어서 내보내지는 않게 되겠지요.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메이저언론에 대한 대항언론이 기존 매체의 형태를 그대로 띠거나 일정 이상의 자본력을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언론소비자의 네트워크가 있어서 누가 어느 날 어떤 신문의 특정기사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혹은 기존언론에서 외면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발견했을 때, 이것이 특정한 전달체계를 통해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는 시스템만 있으면 이것이 바로 대항언론의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브리태니커가 백과사전 독점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위키피디아 정도의 대안 백과사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독점언론의 폐해를 제어하는 데는 위키피디아 정도도 필요없고, 지식in 정도의 수준만 되도 충분합니다.
매체의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가 "전달"이라고 볼 때 기존 매체가 독점하고 있던 "전달의 권능"이 시민의 손에 쥐어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것이고, 이것이 더욱 체계화되고 발전해서 언론에 대한 시민적 통제로 작용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그냥 단순한 바람이 아니고 이미 구현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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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럴리스트 :
백과사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백과사전에 등재되는 지식은 개론적인 것으로 네티즌의 집단지성이 브리태니커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경우는 취재에 의해 획득되는 일차정보가 중요한데 군소집단은 그것을 취득하기 어렵죠. 결국 '전달', '오류지적'과 같은 것은 일차정보의 선택권을 가진 집단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니미럴리스트 :
백과사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백과사전에 등재되는 지식은 개론적인 것으로 네티즌의 집단지성이 브리태니커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경우는 취재에 의해 획득되는 일차정보가 중요한데 군소집단은 그것을 취득하기 어렵죠. 결국 '전달', '오류지적'과 같은 것은 일차정보의 선택권을 가진 집단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겨레 키우기에 집중하는 편이 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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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정보"의 경우, 직업 기자만이 접할 수 있는 정보라면 취득과정에는 개입하지 못해도 해석과 전달의 과정에는 시민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피드백이 즉시적이고 적확하게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단순히 직업 기자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오도되거나 왜곡되어서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유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매우 적어집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시민통제는 니미럴횽이 항상 강조하시는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정보공개 역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정보공개가 보다 깊이있고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실질적으로 공개되어 있으나 접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시민 개인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는 정보의 경우는 기존 매체가 그것을 가지고 장난치기는 어렵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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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럴리스트 :
시장에서 독과점이 어떤 메카니즘으로 발생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세자영업자와 대형할인마트 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좋은 시사점이 되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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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럴리스트 :
시장에서 독과점이 어떤 메카니즘으로 발생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세자영업자와 대형할인마트 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좋은 시사점이 되리라고 봅니다.
판매될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자는 근본적으로 중립적입니다. 그러나 transaction 비용, 상품의 이미지 제고, 신규상품의 시장 진입 등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싸게라도 할인점에 공급하는 편이 낫기 때문에 친할인점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은 철저하게 '시장친화적'입니다.
정부에 의한 정보공급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공개하는 행정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장이 보다 영향력있는 매체에 의해 여론주도력이 보다 높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바라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메이저언론에 기울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대형할인마트가 가지는 모든 장점들 - 원스톱 쇼핑, 낮은 가격, 상대적인 품질, AS 우위 및 상대적인 신용우위 등 -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를 비교해보세요.
즉, 독과점은 자본에 의해 촉발되고 공고화되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소비자의 의존도도 큰 몫을 합니다. 이 점을 공략하지 않는다면 영향력있는 대안언론, 독자참여언론에의 길은 요원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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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
제가 주장하고 싶은 "언론에 대한 시민적 통제"가 "언론기관"이 아닌 "언론현상"으로 형태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그런 현상이 좀더 조직화되면 오마이뉴스와 같은 "기관"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태도가, 정보를 수용하든 비판하든 그것이 개인의 단계에서 소화되고 소멸되던 것이, 이제 자신의 태도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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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
제가 주장하고 싶은 "언론에 대한 시민적 통제"가 "언론기관"이 아닌 "언론현상"으로 형태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그런 현상이 좀더 조직화되면 오마이뉴스와 같은 "기관"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태도가, 정보를 수용하든 비판하든 그것이 개인의 단계에서 소화되고 소멸되던 것이, 이제 자신의 태도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총체적인 언론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은 기관대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수용자의 태도와 평가가 또 하나의 정보로 제품화하여 정보시장에 유통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이런 현상이 좀더 가시화되면 여론시장의 독점현상이 해체되거나 최소한 제어될 수 있다는 뜻에서 "시장화"라는 말을 쓴 것입니다.
정보의 수집, 해석, 가공, 전달의 풀 버전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의 언론, 그러한 언론간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좁은 의미에서의 언론시장의 얘기는 또 다른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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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코코님께서 2007년 7월 7일에 찌질넷에 발표하신 글에 이은, 비니루봉다리, 코코, 교주, 니미럴님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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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코코님께서 2007년 7월 7일에 찌질넷에 발표하신 글에 이은, 비니루봉다리, 코코, 교주, 니미럴님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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