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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정 - 4

문학 2007/11/16 23:29 by 알밥


역정 - 1 

역정 - 2

역정 - 3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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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속된 본부대는 행정반과 인사, 정보, 작전, 군수, 통신, 수송, 의무, 탄약, 취사파트로 이뤄졌다.  겨울에는 체력단련이라는 명목으로 전 대원을 모아서 상체를 벗긴 후, 태권도를 시키므로 오전 일과는 9시부터 시작이었다.
말이 좋아서 체력단련이지 실제는 체력 학대에 가까웠다.
누구나 회피하고 싶어 하지만 부대장의 지시 사항이기 때문에 직업군인이라도 예외가 없었다. 초병과 상황실 요원, 취사병과 나만이 열외일 뿐이었다.
내가 소속된 부대의 직업군인 수는 장교를 포함하여 예순 명 남짓이었다.
그들은 보편적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발을 했다.
내가 조져야할 머릿수는 월 평균 120개 정도고 1일 평균 네댓 개 정도였다.
머리 하나 조지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면도를 포함해서 10분이 안 걸렸다.
6평 남짓한 이발소는 나만의 독립공간이었다. 고참들이 땡땡이 칠 공간 확보 차원에서 이발소를 이용할 가능성은 없었다.
수직 사회인 군에서 사병이 간부들 전용 공간에서 게길 수가 없었다
간부 1인당 2500원을 이용료로 월급에서 원천징수 하지만 운영비는 600원짜리 면도날 두 통이면 족했다. 부대장 입장에서 볼 때 많은 수입은 아니지만 마진율이 아주 높은 수입원이다 보니 이발소에 무한(?) 특혜를 제공했다. 모든 경계근무 및 노역에서 열외, 사병들의 간부 이발소 출입 엄금시켜, 내게는 이발소가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군인 이발은 단순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그 일의 특성을 파악하고 깊은 관심만 가지면 빠른 시간 내에 숙련공이 될 수 있었다. 군인 이발은 창조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숙련을 통해서 익히고 나름의 감을 잡으면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기능일 따름이었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이발소에서의 내 위상은 이전과 천양지차였다.
‘후루꾸 새끼’ 또는 ‘이등병의 탈을 쓴 피 칠갑’에서 ‘대가리를 깎기 위해 난 놈’으로 바뀌어버렸다.
하루 8시간의 일과 중에서 내 업무의 양은 한 시간꺼리가 안 됐다.

 한 내무반에 마흔 명씩 생활을 하다 보니 실내 내무반 관리에서 부터 바깥청소, 식수관리 등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다섯 식구를 둔 가정의 가사 노동량과 비교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내가 소속된 내무반에선 배식과 설거지는 상병급이 맡았고 바닥에 관련된 일은 그 아래 기수가, 외곽 청소는 일병, 침상은 이병 등으로 분담이 되어 있었다.
원래 군부대에서 가축을 못 기르지만 새는 예외였다.
연탄 난로를 이용한 난방이어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사람보다 일산화탄소에 훨씬 민감한 문조라는새를 길렀었다.
내무반 관리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문조라는 새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내게 그 업무를 배당한 이는 의붓아비인 백운제 병장이었다.
"어이~ 새끼, 문조는 상병 2호봉인데 니는 계급이 어찌돼?"
그는 나를 새끼라고 불렀고, 나는 그를 엄마라고 부르라했다.
"넵. 엄마, 이병 4호봉인데 예."
사병 계급에서 호봉수는 그 계급을 단 달수를 말한다.(일병 3호봉 = 일병된지 3개월째)
아침 점호 후 각자 맡은 청소를 할 때 나는 고함치는 게 일이었다.
"충썽! 이병 삼매, 문조상병 님의 침상을 정리 하려합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썽~!!"
내가 문조라는 새를 담당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죽어 버렸다.
그 새는 백운제 병장이 휴가를 다녀오면서 사온 새였다.
제대를 앞두고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그 새가 죽었으니, 또라이로 소문난 그의 횡포를 예감한 병사들의 공포는 상상이상이었다.
더욱이 새를 담당한 나는 아무리 백운제의 의붓 새끼라지만 무사하지 못 할거라했다.
하지만 백운제의 반응은 의외였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탈지면을 깔아서 새를 올리고서 나를 불렀다.
"어이 새끼, 문조 상병은 니한테 배다른 형이니 니가 상주해라"
아무리 군바리지만 상주는 상복을 입어야 한다면서 휴지를 풀어서 머리와 온 몸에 칭칭 감게했으며, 상주는 지팡이도 있어야 한다면서 밀대 자루를 쥐어주면서 곡을 시켰다.
그리곤 백운제는 내 밑에 모조리 집합을 시켜서 저녁 점호 전까지 문상을 하라고 했다.
한 사병을 따로 불러 부의록을 만들어 기록을 하라고 시켰다.
악명 높은 백운제의 명인지라 빠짐없이 문상을 왔다. 오는 이 마다 새가 놓여져 있는 의자를 향해 절을 두 번씩 하였고 나는 옆에서서 밀대자루를 잡고 곡을했었다.
새에게 절이 끝나면 나와 맞절을 하면서 부의금택으로 담배를 한두 개피씩을 내어놓으면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차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에고 에고~~"
그 날 백운제가 챙긴 담배는 한 보루가 넘었다.


 일과가 끝나고 내무반으로 오니 체격이 우람한 신병 하나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인사과 요원이 우리 내무반원이라서 부대장 신고 전에는 우리 내무반에서 재웠었다.
"삼매, 드디어 니 쫄따구 왔다. 그동안 막내로서 외로웠지, 축하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맘껏 신고식을 시켜보라고 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쫄따구였던가.
"어이~ 신병, 위치로!"
“넵, 이병 정원식”
"내가 누구게?"
내 명찰을 보더니,
“삼매 이병 님이십니다!”
"뭐시라꼬? 대가리 박으세염."
머리를 처박고 있는 신병에게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니도 이병이고 나도 이병인데, 내가 이병으로 보인다면 맞먹겠단 소리 아니가?"
“아닙니다.”
"삼매 이병이 아니라 할배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기상!, 할배 삼회 복창한다. 실시."
“할배!! 할배!! 하알배~!!”
"시끄럽다 이늠아, 고참들 놀래잖아."
나머지 대원들이 배꼽을 잡는다.
"훈련소에서 군인정신 암기 했제?"
“넵, 했습니다.”
"외운다. 실시"
“군인 정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어허~ 대가리 심어주세요."
"군인 정신은 제 정신이 아니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닷!”
"군인의 길 외워 보세염."
“군인의 길 하나, 나의 길은 충성에…….”
"에혀~ 대가리 다시 심어 주세염."
"제대만이 살 길이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기상, 터레기 하나 뺀다. 실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씨뱅아 좇 털도 모르나? 터레기 하나 뺀다. 실시!!"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더니 하나를 뽑아서 두 손으로 내민다.
두 손으로 털 하나를 쥐고 있는 모습이 엉거주춤하다.
"그게 뭐로 보이노?"
“넵, 고추 털입니다!”
"에혀~ 야가 와 이라노. 다시 대가리 심어 주세염."
"총이다 알겠나?"
“ 넵, 알겠습니다.”
"기상, 그게 뭐시라꼬?"
“총입니닷!”
"그라모 총이고말고. 훈련소에서 총검술 배웠제?”
“넵, 배웠습니다.”
"자~ 지금부터 총검술 연마 정도를 심사 하겠다. 찔러 총!”
“얍”
"길게 찔러"
“야압.”
"총검술 16개 동작, 구령과 함께 시작"
“하낫, 두울 세엣…….”
내무반원들이 뒤로 넘어간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를 음모의 냄새 같은 것…….
도무지 더는 못 참겠는지 인사과 임 병장이 우스워서 말을 잇지도 못하면서 얘기한다.
"삼매 넌 이제 좇됐다. 원식이는 차량 정비 주특기라서 후반기 교육을 6개월 받고 와서 신병이지, 너 보다 3개월 고참이다. 더욱이 본부대로 배속됐다. 우짤래? 절마는 태권도 공인 4단이고 니보다 고참인데……."
나만 몰랐고 다들 알고 있었던 듯했다.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였다.
며칠 후 세면장에서 나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대가리 박고 있었고 정원식은 침을 튀기면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뭐? 씨발넘아, 제대만이 살길이라고? 말 잘했다. 앞으로 니는 내 제대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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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눈팅삼매님께서 2007년 8월 24일에 본인의 블로그에 올리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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