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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정 - 7

문학 2007/11/22 12:15 by 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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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정 - 6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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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에서 구타및 가혹행위 근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78년도에 육군참모총장 일반명령 37호에서 구타및 가혹행위를 금한다고 명령으로 하달된 사항이다. 그러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처럼 구타와 가혹행위는 암암리에 행해져왔고 진행형이었다. 간부들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선 묵시적으로 허용하였을 뿐 아니라 부추키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공개적으론 구타를 금한다고 한다. 문제 발생시 면책용 알리바이성 발언일뿐이었다.

  군내부의 구타 문제는 수직적 계급사회라는 특수성보다 더 근원적인데서 기인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최상천은 말하길,

"국군은 미군정의 주도로 '조선국방경비대'로 출발하였다. 조선국방경비대의 요직은 대부분이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출신들이 차지했다. 초대 참모장 채병덕으로부터 사관학교 교장과 중대장들, 각 연대장들은 대부분 일본군 아니면 만주군 출신들이었다. 최고위층 간부는 일본육사 출신이 많았지만 중간간부는 만주군관학교 출신이 철옹성을 이루었고 말이 좋아서 조선국방경비대였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일본군장교 동지회'나 다름 없었다. 대한민국 국군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민족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야 할 민족반역자들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민족의 군대를 차지해버렸다.

  이런 군대는 일본제국 군대보다도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일본제국 군대는 천황과 국가에 대한 충성만큼은 확고부동했다. 부패도 별로 없었다. 반역과 부패는 사무라이 정신을 죽이는 악의 상징으로 보기때문이다. 일본제국 군인들은 배신과 반역을 꿈도 꾸지 않았다.   민족반역자들이 장악한 군대는 다르다. 반역 중의 반역, 최악의 민족반역을 해도 처벌을 받기는 커녕 민족군대의 간부로 화려하게 탈바꿈햇다.  

  이런 현실에서 일본군 장교 경력이 수치일까 자랑일까? 민족반역행위는 그들에게 확실한 밑천이요 공로였다. 한 번 배신한 놈은 반드시 다시 배신하게 되어있다. 반역자는 틈만 나면 국민을 배신하고 국가에 반역할 기회를 노린다. 이것이 반역과 배신의 법칙이다. 이런 사람들은 술수와 배반을 능력으로 착각한다. 그들이 장악한 국군이 그랬다.

  수많은 양민학살,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30만 보도연맹 학살, 무기구입 부정에서부터 취사장 부정에 이르는 무차별 부패, 말로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정통성도 민족정기도 없는 군대는 구타 없이는 유지될 수도 없는 '폭력질서의 문화'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사병끼리의 구타 사유는 대부분이 사소한 이유로 이루어지지만 구조적인 경우와 고참의 개인적인 가학성이 원인인 경우로 구분된다. 직업군인인 간부는 수월하게 다수의 사병을 통제하는 방법을 잘 안다. 고참만 조지면 나머지는 고참이 보상심리로 더 큰 폭력을 휘두르는 시스템이 군대라는 걸 이용한다.
이는 사냥개를 이용한 짐승몰이 수법의 전형이다.

  부수적인 효과로 권위도 세울 수 있다. 이 매력을 간부가 버리지 못하는 한 병영 폭력은 잡을 수 없다. 이 부류에 드는 간부는 절대로 사병끼리의 폭력에 관여 안한다. 오히려 간접적으로 부추킨다. 가령, 내무반점검을 하여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치면 내무반장 하나만 조지면 내무반장은 자기 바로 아랫기수를 그 아랫기수는 더 아랫기수를 조지는 식이다. 당연히 아래로 내려갈 수록 폭력의 강도는 세어진다.

  내가 소속됐던 내무반은 위와 같은 구조적인 연결고리에서 군간부층을 배제하는 전통이 있었다. 선임하사나 본부대장이 내무반에 와서 지적과 함께 내무반장의 쪼인트라도 까고 가면 내무반장은 항시 제일 막내를 시켜서 소금 뿌려라고 시킬 뿐 그 건으로 보복은 없었다. 정작 악질적인 폭력은 가학성을 가진이가 고참일 때다. 더우기 이 경우의 폭력은 인과관계도 없이 타인의 눈을 피해서 은밀히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고참은 언제 어디서나 한두 명씩 있다. 얘네들의 특징이 위로는 한없이 비굴하고 굴욕적인데 반해 아래로는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단지 고참이라는 이유만으론 폭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같은 기수가 많다는 위세를 업거나 타고난 체력이 월등하거나 군간부의 비호가 있거나  나름의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폭력을 행사할 때는 그냥 패는 법이 없다. 엎드려 뻗치게 하거나 대가릴 처박게 한다. 더 악질인 경우는 오금쟁이에 몽둥이를 끼워넣고 뒤로 드러 눕게하여 눈을 감게 해서 복부를 찬다. 맞을 넘이 눈을 뜨고 있으면 차는 순간에 배에 힘을 주기 때문에 타격 효과가 약하다고 보고 눈을 감게해서 본능적인 방어조차 못하게 하고서 팬다.

  이러한 폭력을 무력화 시키는 현실적인 방법은 적극적인 거부 뿐이다.

  군입대 전에 울산 사는 형이 횟집서 위로주를 낸 적이 있다.
 
"삼매야, 만일 군생활중에 유독 너를 괴롭히는 넘이 있으면 글마를 진심으로 좋아해삐라."

맞고 기분 좋은 넘 없다고, 그게 말이 되냐는 반문도 하기전에 말을 잇는다.

"조선왕조 땐 세자교육 중에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교육이었다더라. 니는 다혈질이라서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다. 좋은 감정이야 드러날 수록 좋지만 군대가 패는 넘 마음인 동네잖아. 맞고 기분 좋은 넘 없다고 부당하게 폭력을 당했으면 팬 넘만 보면 니도 모르게 얼굴에 안 좋은 감정이 드러날 거고, 글마로선 니만 보면 지한테 불쾌해 하는 감정을 읽을 거다.
그 여파로 글마는 니만 보면 패고 싶을거 아니가?  차라리 미운 넘이 있으면 진짜로 좋아해삐라. 그것도 얼굴에 드러난다. 그러면 글마는 니만 보면 기분이 좋을끼다."

(이 원리를 내것으로 육화시키기는 10년이 지나서였다.)

  내가 소속된 본부대에서는 선후배의 구분을 월 단위로 끊었다. 희안하게도 본부대에서 '84년 12월 군번은 나 하나 뿐이었다. 적게는 너댓 명에서 많게는 십수 명인데 유독 나만 동기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보직 특성상 나만이 혼자였고, 부산,경남 출신 고참조차 없다시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미워하는 고참은 없었다.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보직에 비해서 업무량이 적은 나로선 노니 개팬다고 틈나는대로 내무반에 들어가서 청소를 했다. 내무반 청소라지만 내무반원 절반 가량이 파트별로 분담된 분량이다. 평소야 그네들이 정리를 하지만 군대 특성상 내무반에 손쓸 틈이 없을 수도 있다. 그걸 내가 커버 해버리니 그 일로 지적받아서 당할 일이 없었고 그 공이 나라는 걸 아니 고마울 수 밖에 없었을 거고, 사병 머리는 사병들끼리 내무반서 서로 깎아주는 데, 볼품이 없다. 내가 누군가, 비록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지금은 '대가리를 깎기 위해서 난 넘'이 아닌가.

  3분만에 조지는 머리지만 내 손을 거치면 흡족해한다.

  군인정신은 제정신이 아니라지만, 아무리 또래이 같은 넘이라도 지 대가리를 관리하는 넘에게 무례함은 지 대가리에 대한 모독으로 알았는지 나를 미워하는 넘이 없었다. 자대 생활 10개월 쯤 되었을 일과 후에 일병 5호봉에서 상병들 모두 3내무반으로 집합하란다.

  (그동안 나는 포상휴가를 몇 번다녀온 경력이 인정되어서 2개월을 조기 진급했다)

  집합권자는 경북 문경출신인 김문겸이라는 병장진급 3개월차로서 수송병이었다. 평소 그쪽 내무반에서 악명이 자자했던 또래이였으나 내겐 무난했던 사병이었다. 서른 명 가까운 인원을 한 줄로 세워 놓고는 열중쉬엇을 시킨후 눈을 감으라했다. 실눈으로 보니 뭐라고 침 튀기는 소릴 한참 하더니 야전삽으로 배를 친다. 내 차례는 멀었지만 두려움 보다는 분노가 일었다. 더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정상태가 자기에게 삽을 휘둘려고 치켜드는 순간에 원투 어퍼컷을 날려버린다. 정상태는 나 보다 한 달 후배로서 나이도 한 살 적다. 언젠가 나보고 계급 떠나서 형하고 싶다길래 친구하자고 역제안을 하여 친케 지내던 맘 가는 애였다. 그러자 김문겸의 동기들이 달려들어서 몰매를 놓는다.

  나도 모르게 침상으로 뛰어 올라가서 유리창에 붙은 유리라는 유리는 다 날려 버렸다. 그리곤 대검을 뽑아서 던졌다. 대검은 출입문에 꽂혔고 또다른 대검을 몇자루 뽑아들고 고함을 쳤다. 그날 나는 피칠갑을 한 상태에서 미쳐서 발광을 했다.

  부대 주변에 미루나무가 많았다. 대검 부러터린다고 못던지게 했지만 사병들 사이에선 인기 있는 놀이 였고, 그 중에서 내 대검 던지는 실력은 인정받을 정도였다. 김문겸과  정상태와 나는 보름간 군기교육대로 보내져서 뺑뺑이 돌다 왔고 교육대서 아주 친해졌다. 부대로 복귀 후 마무리 차원서 셋은 더 고참들 한테 줄빳다 백 대 맞고 끝났다.

  하지만 나는 또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대할 때 까지 누굴 패 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때 얻은 별명덕에 잘 해주면 기어 오른다는 속설이 무색할 만큼 권위가 있었다.(믿거나 말거나)

 훗날 군 법당으로 근무지를 옮긴 후 딱 한 번 팰 뻔 한적은 있었다. 법당에서 밖으로 나가는 출입문 경비를 방위병이 맡았다. 당시 관례로 방위병과 현역병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었다. 그럼에도 유독 한 넘만 유들유들한 게 거슬렸다. 찬 도시락을 매점서 먹는 게 안스러워 법당으로 불러  국도 데워주는 등 호의적으로 대했으나 그는 오히려 제대 말년인 나를 동생취급하는 것 같았다. 말을 해도 끝말은 흐려서 존칭인지, 하대인지 헷갈리는 게 호의에 대한 배신감이 커갔다.

  어느 날, 교대후 매점서 쉬고있는 그에게 그동안 쌓였던 게 폭발했다.
 
"너 이리로 와라"

/에이~ 왜 그래...

"뭐 씨발넘아, 왜그래?... 육군 병장 말년이 니 눈에 죠즈로 보이나?"

/에이~ 그게 아니고...

옆엣 넘 철모를 뺏어서 머리를 가격할려고 들었다.

"씨발넘, 철모 벗고 대가리 내밀어~!!"

/에이~ 왜그래... 참어...

"죳만아, 어린 방위 새끼가 어디서 사람을 놀려? 내가 니 친구야 씨발넘아. 짬밥으로 쳐도 내 먹다가 흘린 거 보다 적게 먹은 새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글타꼬 니가 내 보다 나이가 많아? 이제 막 방위 들어 온 자식 같은 넘이......

철모 안 벗어 개새끼야~!!"

  다혈질인 내가 열받다 못해 분노를 하고 달려드니 그도 할 수 없는 지 궁시렁 거리면서 철모를 벗는다.

/허병장을 내가 왜 무시해요. 마음에 들어서 친근감을... 그리고 나 나이 안 작아요...

  그리고 보니 그가 철모를 벗은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그가 철모를 벗는 순간 분노는 사라졌다. 오직 미안했다. 스물도 안돼 보이던 동안인 그가 철모를 벗는 순간 오십 대로 보이는 대머리였다.

"며몇 살입미꺼?...."

/스물여덟 살 입니다.

"그 보다 스물여덟은 더 보이네예"

그날 이후론 그에게 형,형 하다가 제대했다.





눈팅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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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원저자의 동의하에, 별도로 편집,게재된 글입니다. 불법적인 펌글이나 스크랩이 절대 아님을 밝히는 바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눈팅삼매님의 이 역정 시리즈는 현재 7편에서 중단되어 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께서 재촉하시면 계속 쓰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분 성격(위에 아이디를 클릭해 보세요... )으로 미루어 볼 진대 언제 연재가 다시 될 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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